추  모  글

도명국 서강대 겸임교수

오호 애재라.

박세일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다니.

앞에 서면 스스로 작아짐에 삼가 마음을 여미게 하시었고, 생각하고 행동함이 한결같으니 그침이 없었으며 오로지 천하위공을 가르치고 행함에 감히 거역하지 못했으며, 그리하여 스스로 머리를 숙여 존경의 념을 표하게 하였나니.

우리시대 규범의 표상이고 언행의 전범이었던 선생님께 삼가 엎드려 통곡합니다.

큰 별이 사라지니 눈앞이 캄캄하고 마음이 황망하여 갈피를 잡기가 어려우니.

오호 애재라.

하늘이 무심하구나.

선생님이 국회의원직을 초개처럼 던지고 난 다음날 일주일간 청도 운문사 경주 울산 부산의 산천을 주유할 때 선생님의 의연한 모습, 그리고 한나라당에 가기 전에 김옥균생가를 찾고 마곡사 김구 선생의 흔적을 찾고 마곡산장에서 함께 유숙하면서 말씀한 천하위공과 호연지기가 아직도 제 귓가에 생생하나이다. 큰일이 있어 혼자서 산천을 주유할 때마다 선생님의 짐 가방을 매고 모신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이제 선생님을 따르던 자들이 남아 헤맬 모습이 가엽지 않습니까?

오호 애재라. 잠 못 이루어 곡하며 하늘을 원망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