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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복지패러다임의 전환] 통권294호
 
2024-03-14 11:37:49
첨부 : 24031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94호 

김원식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
건국대 명예교수,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1. 현금 중심 복지의 한계


복지제도가 도입되는 근본적 원인은 빈곤층 박멸(poverty eradication)이다. 적어도 건국 이후 1970년대까지 기본적 의식주의 해결을 통한 빈곤 해소의 수단으로 복지제도가 유지되어 왔다. 1961 생활보호법이 도입된 이후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국민들의 의식주에 관련된 기본생활을 보호 유지하는데 중점이 주어졌다. 사회적으로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금 중심의 복지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그리고 정부는 절대적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통한 빈곤을 해결하도록 노력했고 이것이 곧 국민들에게는 사실상의 복지였다. 예를 들면 새마을운동이나 수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들 수 있고 오늘날 이러한 성과는 복지 영역을 단순 빈곤 박멸에서 국민들의 만족한 생활 안정을 지향하게 하였다.

 

2000년 생활보호법이 폐지되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어 현금 중심의 다양한 급여가 제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사각지대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빈곤의 원인에 대한 파악과 억제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본다. , 현금 중심의 복지는 빈곤층을 중심으로 그 원인을 찾아서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빈곤층을 밀착 보호하고 기회를 보장하면서 자립하여 사회에 환류시키는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2. 국민의 복지 욕구 충족이 우선


이러한 점에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사회보험제도의 도입과 정착은 현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복지시스템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부족한 복지인프라를 메우는 수단으로 사회보험은 소득 재분배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국민들의 사회안정과 복지 만족도를 개선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의 복지욕구는 기초생활의 보장을 넘어서 양질의 육아, 의료, 교육, 주거 등으로 확대되고 욕구의 강도는 가속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에서 복지지출을 선택의 기준으로 하게 하였다.

 

정부는 복지제도의 개념을 단순히 저소득층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빈곤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유인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계층 간 이동을 오히려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복지제도의 개념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양질의 체계적 육아와 교육, 의료보장, 차별금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41/4분기의 합계출산율은 0.64까지 하락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사실상 출산파업 수준의 하락이 지속될 것이다. 특히 출생의 선택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녀들의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면, 현재 부모가 될 젊은 세대의 좌절은 출생을 더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복지 부분에서 혁신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빈곤을 포함한 출산율 저하,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의 공약 내용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복지만족도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는데 큰 관심이 없다고 평가된다.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현금 중심의 지원으로 표를 기대하는 표퓰리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저출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정책의 연장선에서 연간 28조원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상적 대통령 집권기간 5년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140조 원을 쓰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17년간 사용한 저출생 예산 332조 원의 40%에 해당한다. 이외에 앞으로 노인정책으로 기초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들어가는 정부예산, 국민연금과 공적 직역연금의 잠재적 부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들의 복지비 부담 능력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보편적복지가 보여준 대폭적인 복지지출은 오히려 국민들의 현금 욕구만 높여서 개혁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2023년 정부의 보건 복지 고용 등의 복지예산은 이미 37%였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연금 및 의료비 지출과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지원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현재와 같은 현금 중심의 지원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세수 증대가 제한된 상태에서 복지비의 증가는 바로 국가채무의 증가와 국가신용도 하락, 그리고 경제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의 달콤한 지원금에 중독되어 있다고 본다.

 

OECD(2019)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복지불만족의 비율이 19.2%로 주요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복지 만족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국민들이 질적 서비스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복지지출 요구만 극도로 분출될 뿐이다. 결국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하이퍼 인플레와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3. 시급한 복지서비스 패러다임의 변화


이제는 복지정책의 방향을 현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서비스는 정부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과 종교 및 비정치적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통하여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경제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소득 등 다양한 계층들의 복지 욕구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의료, 요양, 주거 등의 복지서비스에 심각한 시장 왜곡이 나타나서 실부담하는 가격인상만 부채질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국민들의 복지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소비여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 살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국민들의 복지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지출보다 복지부분의 서비스 여력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빈곤층의 경우는 사회 경제적 장벽에 막혀서 재기의 기회를 좀처럼 얻을 수 없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을 서비스 중심으로 제공하고, 민간부문은 개인들의 복지 욕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야 한다.

 

민간부분의 참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분에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2011년 제안되어 거의 매번 국회에서 상정도 못하고 폐기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발전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농식품업, 제조업,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복지 관련 의료, 교육, 콘텐츠, 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다양하고 양질인 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관련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이는 정부 중심의 관료적 복지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대체할 뿐만 아니라 보다 개인의 수요(needs)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제조업 등의 산업생산력을 제고할 수 있고 제조업과의 융복합을 통하여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출시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 현재 심각하게 진행 중인 의대 정원의 증원에 따른 전공의들의 파업은 사실 경제·사회적으로 급속히 수요가 팽창하는 의료부문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에 꼭꼭 묶여있는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일본 69.5%, 독일 62.9%, 미국 77.6%보다 낮고 OECD 평균 71%에 훨씬 밑돌고 있다. 더욱이 서비스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15.9%. 이는 영국의 48.1%, 미국의 31.0% 등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여주고, 해외시장에서 해외 소비자들과의 접촉면을 높임으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와 위상을 더 높이는 계기도 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능력있는 젊은이들에게 고용 및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반도체, ICT, 로봇, AI 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은 생산부분의 혁신을 이끌어서 중대재해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근로환경도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의 제정은 서비스산업의 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복지만족도를 개선하면서 정부예산의 절감과 아울러 세계화하는 서비스산업으로 국부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복지서비스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민간중심의 복지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지원과 관리체계를 서둘러야 한다.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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