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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홍콩 ELS 사태로 본 우리나라 금융의 문제점] 통권280호
 
2024-01-16 13:50:42
첨부 : 240116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80호 

양준모 연세대학교 교수


 

1. 또다시 제기되는 불완전 판매

최근 은행에서 판매하는 홍콩 H지수 ELS(Equity-Linked Securities)에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문제가 발생했다. 키코(knock in- knock out) 사태로 은행의 불완전 판매와 불공정한 파생상품 판매가 논란이 돼, 장기적인 소송과 이에 따른 대책이 있었다. 키코 종합대책위원회는 키코의 상품 구조로 인해, 환손실 규모가 33천억 원까지 커졌다고 주장했다.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과 이에 대한 은행의 책임이 쟁점으로 부각했다. 당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위험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했다.


20197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부당한 거래로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으로 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가격이 폭락하고 펀드런(fund-run)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는 파산했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거졌다. 자산 운용의 실태가 불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 펀드들은 은행 창구에서 판매함으로써 은행을 믿었던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정책 당국은 지난 10여 년간 불완전 판매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데에 수많은 불편을 감수했다. 불완전 판매와 연루된 은행장들은 소송전을 제기하고 심지어 연임에 도전하기도 했다.

홍콩 H지수 ELS는 투자상품으로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동 상품의 총판매 금액이 193천억 원이다. 은행 판매액은 159천억 원으로 전체 82.4%를 차지한다. 은행의 영업 행태상, 금융상품을 판매한 이후 고객의 계좌를 관리하고 투자 자문을 해 줄 수는 없다. 은행에 예금하러 가는 사람이 이러한 상품의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은행원의 권유에 의해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막연히 은행 예금처럼 이자가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망연자실하고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게 된다. 이번에도 은행의 불완전 판매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 반복되는 불행을 야기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금융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개선되지 않는다. 학교 교육에서 금융 교육은 제한적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금융 전문성도 문제이지만, 금융 교육에 대한 접근도 어렵다. 금융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기 책임 하에서의 투자라는 핵심적 교육 내용은 금융 교육에서도 찾기 어렵다. 더욱이 선생님들도 은행, 증권 등의 금융기관을 과거의 기준으로 가르치고, 은행이 증권 및 보험 판매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경향도 있다. 높은 수익이 항상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는 사실은 잊기 쉽고, 은행은 높은 위험을 가진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만을 갖게 하는 교육 경향도 있다. 삶의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정부의 개입도 문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근본적인 요인은 은행의 시스템 부재다. 은행은 투자 상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매일 시세에 따라 변화하는 투자상품의 가치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판매수수료만 받으면 되는 은행으로서는 근본적으로 그러한 시스템을 갖출 이유도 없다. 은행은 자신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무엇인지도 모를 수 있다. 은행은 판매 대행에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면 정부의 규제만을 숙지하고 이에 따르면 된다.

요즘 일반 물건을 파는 대형쇼핑점도 이렇게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원제 대형 할인점은 입점하는 상품을 선별하여 회원들이 물건을 고를 필요가 없다. 가격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리고 그 성능을 보증하고 교환판매를 한다. 은행은 판매 대리점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는 은행이 공적 기능을 외면한 처사다.

 

은행은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직원들의 성과 지표에 판매 금액을 반영한다. 총체적으로 투자 상품의 대행 판매를 독려하는 은행장은 불완전 판매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추진한다. 은행 고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은행 창구에서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고만 고지하고 은행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정밀한 위험 분석은 하지 않는다. 은행은 불량식품을 판매하는지 아니면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을 파는지조차도 모르는 편의점과 같다.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 용인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할 때이다.


3.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언론은 이번 홍콩 H지수 ELS사태를 은행의 도덕적 해이로 보도하고 있다. 도덕성의 부재로 인한 불완전 판매인지도 모른다. 문제가 발생한 만큼 관계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 언론은 우리 금융권을 도덕적 해이로 비난했다.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를 전문적으로 정의한다면, 이번 사태를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는 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리나 도덕적 해이를 타인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로 이해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로 이해한다면 이번 사태도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은행은 분명 이번 홍콩 H지수 ELS투자 상품 판매로 수수료 수익을 얻었지만, 은행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하거나 은행 고객의 무지를 이용하여 판매수수료 이상의 수익을 얻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판매 상황에서 은행의 고지 의무를 엄격하게 점검하여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아니라면 지리한 법정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더 많은 규제를 만들어 은행 창구에서 투자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강한 인내심이 필요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이 과거의 정부의 대처 방안이었고, 정부의 이런 대응으로 홍콩 H지수 ELS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도덕적 해이나 불완전 판매 등은 모두 정보의 문제다. 투자상품은 언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은 시장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특성을 갖는다.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늘 발생한다. 더욱이 금융상품의 판매자가 정확한 금융상품 분석 능력으로 금융상품을 선별하여 팔고, 사후적으로 금융상품의 상태를 점검하여 고객에게 자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은행의 영업 범위를 벗어난 행위일 수도 있다. 은행이 투자상품을 위탁 판매할 경우, 은행 대신에 위탁사가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이에 따른 투자상품의 위험, 그리고 가격 정보들을 최종 투자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는 규제가 아닌 시스템 개선으로 불완전 판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 우리 금융시스템의 문제

홍콩 H지수 ELS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규제로 인해 금융상품의 판매 비용은 급증했다. 많은 금융소비자들도 각종 규제로 불편해진 금융서비스를 강요받고 있다. 예금통장도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포통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은행장의 선임에 등장하는 불완전 판매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다. 규제는 강화됐고, 서비스는 불편해졌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는 여전히 보호의 대상이고, 손실이 발생할 때에는 금융기관의 실수는 금융기관이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지만, 이익이 발생할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들이 더 많은 금융 교육을 받을 이유가 없어지고, 금융기관은 더 많은 규제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금융시스템의 피해자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으로는 금융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 불완전 판매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불완전 판매는 판매 시 형식적인 부담만 증가시킬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완전 판매가 없다고 하더라고 홍콩 H지수 ELS사태는 발생하고 금융소비자는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본다. 금융소비자가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사태로 각종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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