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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정치 시나리오 전망과 총선 승리 법칙
 
2023-08-09 17:46:32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4월10일)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또한, 압도적 의회 권력을 유지해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있다. 정권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추석 전에 제3지대 깃발을 들어 올리겠다”며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수도권 30석을 목표치로 내세웠다. 반도체 전문가 무소속 양향자 위원도 국민 불신의 나쁜 정치를 끝내고 ‘이제는 건너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기치로 오는 8월 28일 ‘한국의희망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 정의당 내에서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세 번째 권력’이라는 모임이 태동했다. 여도 싫고 야도 싫다는 ‘쌍둥이 불신임’ 현상과 ‘기존 거대 정당들에 별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 해체’ 심리,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의 낡은 정치판을 깨야 한다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의외로 신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무당층이 오랫동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신당 창당 움직임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한국갤럽 8월 1주 조사(1~3일)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 힘 32%, 민주당 31%, 무당층 32%였다. 내년 총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18~29세와 30대에서 무당층이 각각 54%와 42%를 차지하고, 중도층에서도 46%나 됐다. 제3지대 신당은 ‘현재 한국 정치가 지나치게 진영 정치로 갈라져 있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정치권 사례를 돌이켜볼 때 총선에서 신당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갤럽 조사에서도 신당 창당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다음 총선에서 신당이 기존 정당과 경쟁할 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은 15%, ‘가능성이 없다’는 70%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존 거대 정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크고, 신당이 여의도식 정당 관행을 파괴해 조직과 운영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이뤄내고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과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슈를 결합하면 의외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갤럽의 정당별 호감도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나란히 ‘호감 간다’ 30%였다. 그런데, ‘호감 가지 않는다’ 61%로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여도 싫고 야도 싫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 신당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거대 양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시나리오 분석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여, 해당 상황에 따른 영향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여야 모두 향후 총선을 앞두고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의 제1 시나리오는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다. 통상 집권당의 경우, 현직 대통령과 당 대표가 협력 체제를 구축해 대통령의 성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총선을 앞두고 40%대를 유지하고, 총선 전망에 대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지원론’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견제론’보다 높게 나올 경우 이런 시나리오는 대세를 이룰 것이다. 2007년 대선 승리 이후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강재섭 대표를 내세워 승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해찬 대표를 내세워 압승한 적도 있다.

제2 시나리오는 비대위 체제 구축이다. 올 연말까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고 정부견제론이 정부지원론을 압도할 경우, 총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한국갤럽 8월 1주 조사 결과, 내년 총선 전망에서 ‘정부견제론’(48%)이 ‘정부지원론’(36%) 보다 12%p 앞섰다. 이런 추세는 지난 4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국갤럽 6월 2주 조사(13~15일)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역할 수행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가 29%인 반면,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57%)는 그보다 2배 정도 많았다. 김 대표는 당의 안정화에는 기여했지만 당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기력함을 극복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특히, 당 지지율이 30%대로 고착화 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퇴진하고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경우,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책으로 국민의힘도 비대위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총선을 5개월 앞두고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과반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

제3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개편이다. 총선 전에 국민의힘 간판을 내리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지난 1996년 4월 총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자당의 간판을 내리고 총선 2개월 전에 당을 신한국당으로 개편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회창 전 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더불어 진보 진영 인사들(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등)을 대거 영입해 공천함으로써 외연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신한국당(139석)은 과반 승리를 하지 못했지만 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신한국당은 서울 27석(57.4%), 인천 9석(81.8%), 경기 18석(47.4%) 등 수도권 전체 96석 중 54석(56.3%)을 획득했다. 반면 분열된 야당은 새정치국민회의 30석(31.3%), 민주당 4석(4.2%)을 얻는 데 그쳤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도 자신이 1995년에 만들고 1997년 대선의 주역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를 새천년민주당으로 개편해 선거에 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구상에 따라 국민의힘 개편이 단행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에 부합하는 제3지대 신당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신평 변호사가 지난 3일 KBS라디오에서 “최근 국민의힘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여당이 거의 전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도저히 국민의힘은 안 되겠다’며 신당 창당까지 생각하신다는. 그런 말을 얼핏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맡은 이후 신평씨와 국정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이야기도 나눈 바 없다”며 신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황당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자 신 변호사가 “여권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분발을 촉구할 생각이었다”며 “전적으로 자신의 불찰이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과거 YS와 DJ 대통령처럼 승부사적 기질이 강하기 때문에 향후 국민의힘 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수도권 전멸에 따른 윤석열 신당 창당이 아니라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이 결단을 할 수도 있다.

민주당 제1 시나리오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각종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의원들이 똘똘 뭉쳐 이 대표 사수에 나서는 경우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대안 부재론’이다.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석패한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끌고 가야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검찰이나 정권의 총체적 또는 총력적인 어떤 공세에 대응해 당이 일치 단합하며 대응하고 또 민생 현안에 대해서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친명 주류계의 이런 태도는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로 출마해 1.6%p 차이로 패배했던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개혁해서 2000년 총선에서 승리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제2 시나리오는 비대위 체제 구축이다. 민주당은 지난 두 달 동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관광 의혹 등 정부에게 크게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파상적인 공격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당 지지율이 오히려 추락하는 등 민심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 당 내부에 겹겹이 쌓인 각종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의 도덕성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8월 위기설’, ’10월 사퇴설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묶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리라는 것이 ‘8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이 추가 영장을 청구할 경우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10월 사퇴설은 이 대표가 재부상하는 사법리스크와 내년 4월 총선 승리 등을 고려해 총선 6개월 전인 10월께 2선으로 물러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친문패권 청산’을 외치며 탈당하자 위기에 처한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꿔 총선에 임했다. 비록 야당이 분열되었지만 민주당은 123석(41.0%)을 획득해 제1당이 되었다. 특히, 수도권 122석 중 82석(67.2%)을 석권했다. 반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35석(28.7%), 국민의당은 단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재명 대표도 위기에 몰리면 추석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개연성이 크다. 다만, 친명과 비명간의 ‘합의 비대위’로 갈지, 아니면 ‘친명 비대위’로 갈지가 관건이다. 만약 친명 비대위로 갈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민주당 제3 시나리오는 분당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5대 책임(안전, 민생, 민주주의, 교육, 미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1년(8월 29일)은 ‘5무(無) 정치’로 집약된다. 방탄만 있고, 민생은 없다. 당내 민주주의는 없고 당을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이재명 사당화’만 있다. 당 안팎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은 없고 친명-비명 간의 분열만 있다. 당을 살리는 혁신은 없고 ‘이재명 살리기’ 꼼수만 있다. 대여 투쟁만 있고 성과는 없다.

민심의 평가도 혹독하다. 한국갤럽 조사(6월 13~15일)에서 이재명 대표가 ‘잘하고 있다’ 32%, ‘잘못하고 있다’ 60%로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이 대표에게 사실상 ‘낙제점’을 주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참담하다. 민주당 지지도는 5월 2주부터 약 석 달 정도 단 한 번도 국민의힘을 앞서지 못한 채 20%대에 머물렀다. 급기야 7월 3주 차(17~19일)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23%까지 추락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16%로 국민의힘(32%)보다 2배 뒤졌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지역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곳에서 승리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지각 변동이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정치적 함의는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가 몰고 온 치명적인 한계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대표직을 유지하거나 친명 비대위를 구축해 공천권을 행사하려고 할 경우, 비명과 친문이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어떤 정치 시나리오가 실현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결단과 의지, 민심의 동향,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향배, 민주당 비명계의 태도, 제3신당의 파괴력 등의 변수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 ‘제2차 대선 연장전’ 양상으로 치러질 공산이 커진다. 정치권에선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두 번 연속 패배한 이재명 대표가 설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윤석열 신당’과 ‘민주당 분당’은 집권당 승리로 끝난 1996년 총선의 데칼코마니가 될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서도 실수를 적게 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상당히 단선적인 사고다. 통상 총선에선 공천, 구도, 이슈라는 세 변수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법칙이 있다. 공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와 연대를 만들고,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이슈를 선점하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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