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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일자리 없애는 제도부터 바꿔라
 
2021-09-24 09:51:34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어’(이생망)라고 느끼는 청년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거주 20대 청년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가 이를 뚜렷이 증언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2.9%는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 전망했고, 69.5%, 10명 중 7명 꼴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도 낮고, 일해서 부자가 될 수는 없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이 능력이나 학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기성세대보다 몇 배나 똑똑하고 멋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은 기성세대 책임이다.

청년 실업 증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계적 현상일까? 아니다. 2020년 기준 G5 청년고용률 평균은 56.8%인데, 한국은 42.2%며 OECD 38개국 중 31위이다.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38개국 중 35위에 그친다. 한국 청년층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로, 구직단념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값 폭등(24.7%), 물가상승(21.5%) 등으로 근로의욕도 바닥이다. 그러니 주식과 암호화폐로 몰린다. 이 모두는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정책의 실패 탓이다.

어떤 정책이 이런 실패를 가져왔을까.


첫째,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기업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해고가 엄격히 구제되고 해고 비용이 높아 기업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없다. 한 번 뽑으면 정년까지 보장해야 한다. 정규직 해고비용은 G5 평균은 1주일 급여의 9.6배인데 한국은 27.4배다. 기업이 직원을 뽑는 것이 인적 투자인데, 지금은 투자는커녕 인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이래서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과거처럼 대량 공채를 통한 신규채용을 꺼린다. 대신 시장에서 검증된 경력직을 채용한다. 반면, 정규직 과보호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OECD는 한국 정부에 2018, 2019년 연속 ‘정규직 근로자 고용 보호 완화’를 권고했다.

둘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다.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 사태로 촉발된 하청업체 직원 직고용 문제는 건보공단에서 재폭발되었고, 급기야는 민간 기업인 현대제철에까지 확산됐다. 악성 규제는 정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행되고, 곧 이어 민간기업까지 확산된다. 근로이사제가 그렇다. 이미 많은 공기업이 근로이사제를 채택했고, 민간 기업인 금융업에도 도입됐다. 기업과 노조 모두 현대제철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계약 위반을 사주하는 정책이며 정의와 형평에도 반하고, 직원을 빼앗긴 하청업체의 생존권을 박탈한다. 분업의 원리에도 반한다. 1700년대 사람 아담 스미스가 분업을 하게 되면 업무의 한계가 세분화되고 넓이보다는 깊이가 있게 되어 전문화ㆍ계열화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셋째, 정년 연장이다. 청년 중 63.9%는 정년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신입사원의 2~3배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계속 누리는 것은 좋지만, 기업에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자칭 ‘일자리 정부’라던 이 정부는 정확히 반대로, 청년일자리 없애는 정책으로 열심히 일했다. 공무원은 10만명 이상 늘어, 과거 정부가 20년간 늘인 숫자를 능가했다. 공무원 수를 1% 늘리면 실업률은 2.1% 는다는 분석도 있다. 공기업들도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최근 3년간 연평균 신규 채용 규모보다 46%가량 줄였다. 최근 4년간 5만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없게 됐다.

MZ세대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다. 그들에게 우리가 남길 것은 국가부채 1000조 원 뿐인가. 이치에 맞지 않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 폐지, 노동시장 개혁 외에는 그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도리는 없다.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안다면 정책을 바꿀 의지는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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