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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北 비핵화에 대한 기대론과 회의론
 
2018-10-08 16:26:55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기대론 치중 땐 국가 안위 위태/정부, 회의론 의견도 수용해야/북핵 억제 위해 한·미동맹 강화/대화·타협 통해 北 변화 유도를


한국과 미국에서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둘러싸고 상반된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지속하면 핵무기 폐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론’과 북한은 어렵게 개발한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다. 한국의 경우 상당수 국민은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과정과 결과에 환호하면서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민은 북핵 폐기의 진전은 전혀 없고 대신 군사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비판하고 있고, 이는 국론분열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면 북핵에 관한 최소한의 팩트를 살펴보자. 첫째, 북한이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북한이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둘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도 작지만 너무나 위험하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아직 핵무기 폐기를 위한 결정적인 조치는 강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고,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미사일 발사장과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유 핵의 목록을 신고하거나 폐기 일정을 언급한 적은 없다. 반 컵의 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처럼 이러한 팩트를 기대론자는 핵무기 폐기 과정으로, 회의론자는 기만적인 평화공세로 보는 것이 다르다.

다만, 유념해야 할 사항은 회의론에 의거해 철저히 대비하다가 기대론자의 주장대로 비핵화가 될 경우 매몰비용이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데 그치지만, 기대론에 경도돼 대비를 소홀히 하다 회의론자의 걱정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게 되면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평양회담에서도 기대론에 바탕을 두고 한국은 휴전선에서 20∼40㎞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고, 동·서해에 평화수역을 설치함으로써 우리의 해·공군 우세 이점을 포기한 점이 있다. 북한 지상군의 중요 접근로인 철원지역의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개설하는 데도 합의했고, 훈련 축소나 병력 감축도 지속되고 있다.

소수 의견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의 정신에서 본다면 정부는 회의론자의 의견도 수용하면서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반영해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하게 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킬 체인(Kill Chain: 미사일 공격을 탐지해 타격하는 공격형 방어체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를 더욱 강화해 북핵 방어태세를 격상시켜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평화는 우리 힘이 바탕이 될 때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가 그러한 취지라고 생각하면서 철저한 실천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나아가 한국은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를 좀더 여유 있게 변경시킬 필요도 있다. 연내 종전선언이나 1년 내 비핵화 등 주장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은 비핵화를 서둘러왔고, 그로 인해 북한이 요구하는 바를 대부분 수용해왔으며, 이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인이 ‘핵무기와 함께 살기’ 라는 슬로건으로 적극적인 억제, 방어, 대피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핵 공포에서 벗어난 전례를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도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인권 문제도 제기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이 핵 위협의 공포에서 벗어나 단호하면서도 의연하게 비핵화 협상에 임할 때 북한이 핵 폐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병자호란 때 최명길은 자신이 쓴 항복문서를 주전파의 김상헌이 찢자 “조선에는 항복문서를 쓰는 사람도,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항복문서를 다시 붙였다. 정부는 최명길처럼 열린 마음으로 북핵에 대한 회의론자의 견해도 경청하면서 그들을 포용해 함께 최선의 북핵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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