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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기본소득 논쟁에 대한 기대와 우려] 통권140호
 
2020-06-16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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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140호 


김도형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

기본소득이 여야 정치권의 중심 어젠더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핀란드의 실험, 스위스 국민투표,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앤드류 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등을 통해 구미 일부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다지 낯익은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덧 국내 정치권과 언론에서 찬반이 맞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만큼이나 확산 속도가 가파르다.

 

4.15 총선에서 전국민 재난소득 지급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 요구와 함께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결정적 동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소득 전문가 집단의 정치권 진입도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전국민재난지원금 선거공약이야말로 바로 기본소득의 숙주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일회성인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 5대 요건,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현금을 정기적으로 노동의사와 소득·자산 수준 조사 없이 무조건 지급 중 만 제외하면 모두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번 총선은 각종 설익은 경제실험으로 인한 병폐에 땜질 처방까지 얹어준 병 주고 약 준선거였다고나 할까?

 

1. 기본소득이 방만한 복지체계 개혁의 신호탄일까?

 

2019년은 가히 한국의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 원년이었다. 거듭된 정책실패의 후유증이 발생할 때마다 세금으로 보전해 가는 세금주도의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현금복지 지급대상과 한도를 늘렸다. 한해 직접지원 현금복지(335,000억 원)와 간접지원 현금복지(202,500억 원) 합계가 무려 56조원에 이르렀다. 지자체는 분권과 자치를 명분으로 현금복지 과당경쟁을 일삼고 중앙정부는 이를 보고도 눈감았다. 복지함정에 빠져들 만하다.

 

공제에서 수당으로 수혜계층을 직접 겨냥하는 정책은 나름 일리가 있다. 고삐 풀린 수당남발이 문제다. 재정당국, 정치권, 심지어 일부 학자들까지 복지예산 GDP 비중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며 훈수하고 있다. 예산당국이 정상적이라면 신규 수당 재원은 당연히 공제 축소·폐지, 불요불급 정책예산 삭감 등에서 찾아야 함에도 재정준칙은 무시된 지 오래다. 정치권은 이런 왜곡된 유권자 시장을 놓칠 리 없다. 내친김에 기본소득으로 2023년 대선이슈를 선점하려는 정략적 판단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빙자한 다수 기득권층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공동체자유주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요하지도 않은 계층에 푼돈 주는 대신 기존 복지 붕괴 자초’, ‘증세 없는 국민기본소득제등이 그것이다. ‘우선 작게 시작하고 점차 키워가자는 것이나 국민들에게는 한낮 복지 환상일 뿐이라든지, 심지어는 AI와 빅데이터 시대 통제사회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성실히 답할 시점이다.

 

과연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으로 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까지 이어질 방만한 복지체제를 정리·합리화하고 사각지대를 메워 지속가능한 100년 안심사회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감내할 수 있는 GDP 대비 국민부담률(조세+보험료) 혹은 잠재적 국민부담률(조세+보험료+국가채무 원리 상환)을 제대로 설정한 적이 없다는 것이 우려의 근거이다.

 

우선 기본소득 도입여부를 떠나 두 가지 오해부터 풀고 가자. 먼저 선별보장, 사회수당, ()의 소득세 등 다양한 기본소득 유형간 소득재분배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 하나는 기본소득을 도입한다 해서 모든 복지제도를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연금, 의료, 장기노인요양과 복지서비스 편익에 대한 재원조달 세 가지 방법은 조정해야 한다. 국가지원 공조(公助) 비중은 줄이지만 자기부담 자조(自助)와 보험기능 공조(共助) 비중은 강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하나는 모든 현금보조에는 당연히 부담이 전제된다는 점이다. 모든 소득계층에 기본소득이 일률적으로 지급되지만 국민개세원칙에 따라 기본소득에도 과세한다. 이와 같이 보조금 역시 세후에나 모든 정책효과가 검증된다는 사실이다.

 

둘째, 저소득·취약계층에 한정된 선별보장, 부의 소득세, 기본소득 등의 재분배 효과를 비교해 보면 비례세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선별복지와 유사하고, 행정효율, 민간소비, 노동공급까지 고려한다면 기본소득은 부의 소득세와도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효율만 보면 부의 소득세는 매달 소득·자산조사에 따른 행정비용이 막대하지만 기본소득은 연말정산 일괄 납부인만큼 행정비용 절감, 모럴해저드 원천 봉쇄가 가능하다. 선별보장의 전형인 현행 근로·자녀장려금(EITC)2조원 남짓한 예산지급에 국세청 직원 22%가 매달려 3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등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물론 기본소득도 당연히 명목세수 규모는 크다. 그러나 실질조세 부담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2. 뉴노멀 시대, 주역들에게 자아실현 기회 부여해야?

 

셋째, 근로유인 문제이다. 기본소득 때문에 근로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많은 선별보장에는 수급조건과 사전 조사가 따라 붙는다. 충족하지 못하는 순간 지급이 단절된다. 비근한 예로 배우자 일용직 소득이 한도를 넘으면 배우자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되돌아와야 할지 고민한다. 자녀가 태어나 유아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이르는 단계마다 수혜조건은 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선별보장은 맞춤형이라는 명분아래 중산층에까지 100% 한계세율을 적용하여 노동·경력단절을 초래한다. 수직적 공평성은 물론 수평적 공평성에도 어긋난다. 이에 비하면 기본소득은 노동유인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는다. 기본소득의 노동유인 여부와 크기는 완전히 실증분석의 영역이다. 도입 전에 현역세대와 미래세대와의 생애순소득 격차 축소 차원에서 과표구간과 세율을 치밀하게 디자인하면 노동공급 감소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설령 반복적 단순 노동공급은 줄어들지라도 비반복적 일자리는 물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등 상생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규 비정규, 중소 대기업, 갑 을, 12차 노동시장 등 이중구조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격차는 용인하되 차별과 왜곡은 없애야 한다. 더는 재정에 의한 합법적 아동학대(Child Abuse) 대상이었던 차세대를 다시 전망 없는 직업에 무한정 머물게 하는 임금보조 함정에 방치할 수는 없다.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자를 유인하는 정부주도 일자리정책과 고용유지 조건부 고용조정지원금은 유사 이래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청년세대를 몰개성적인 평생직장에 묶어 후배세대 진입은 물론 자신의 퇴출도 가로막는 규제일 뿐이다. 자원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통한 팀의 생산성 혁신을 가로막아온 최대 요인이다. 자유로운 인간이 아닌 바쁨자체가 목표인 회사인간은 더 이상 자아실현은 물론 관계적 자아로서의 공동체에도 기여할 수 없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서 보았듯이 최종 고용자로서의 큰 정부 역할은 끝내야 한다. 대규모 관료제가 전제되는 만큼 대상자 개인은 물론 관료자체의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2013년 국제성인역량 조사(PIAAC)에 따르면 OECD 평균보다 뛰어난 한국 공공부문 업무역량(수리력과 언어능력)40대 후반부터 급속히 떨어져 민간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만인의 자유, 자유안정성, 유연노동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입장과는 양립할 수 없다. 일자리를 잡는 순간 수혜자격이 상실되는 정부주도 저소득층 지원계획 아래서는 자신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할 자유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결코 4차 산업혁명과 인구감소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아니다.

 

1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역대정권이 구축해 온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기묘한 조화, IT 기술 활용 그리고 민간의료진과 의료봉사자들의 희생 위에 K방역 브랜드 이미지가 빛났다. 몇 개국이 조심스럽게 경제활동 재개를 노리고 있지만 국내 추가 집단감염은 물론 해외 감염 유입, 전파로 인한 2, 3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GVC(Global Virus Chain)GVC(Global Value Chain)를 급속히 와해 시켜가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해외기업의 국내회귀가 어렵지만 이미 각국의 해외분업거점의 국내회귀가 일반화되고 국내 공급망도 축소지향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감소시대에 더하여 코로나19 대공황까지 겹쳐지고 있다. 코로나19도 장기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원격 의료, 온라인 생애교육, 재택근무, 비대면 비즈니스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 ·오프 융·복합을 통해 사라질 일자리를 메울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생산성을 혁신해야 인구감소시대 나라 꼴을 지킬 수 있다. 실험적이나마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뉴노멀의 주역인 청년세대에 한정하여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형태의 일자리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절실하다. 대선이슈 선점 경쟁은 금물이다. 자칫 현금수당 하나를 추가하는 우를 범하지나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3.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증세 각오해야

 

이제는 공론의 장으로 나와 기본소득의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재원조달 관점에서 역대정권의 정책우선 순위에 밀려났던 근본적 세출·세입개혁과 경제재정 운영 방식의 전환을 논의하자.

 

첫째, 현금성 복지 중심의 복잡다기한 복지제도의 정리·합리화, ·폐합 및 복지전달체계 정비, 둘째, 공정·중립·간소의 조세 3원칙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공정·성장·간소로 변경하고 소득·세액 공제 축소·폐지 등 소득세제 본연의 재분배기능 강화, 셋째, 특별회계와 기금 등의 단계적 부분적 민영화, 국고보조금 삭감·세원이양·지방교부금의 일괄교부금화와 지방행재정 개혁 병행, 지방간 경쟁을 통한 자체 복지재원 조성에 임하도록 해야한다. 중앙 지방의 불요불급 예산 삭감만으로는 재원확보에 역부족이다.

 

3차 추경 결과 국가채무와 관리재정수지 GDP 비중은 각각 43.5%, 5.8%에 이르렀다. 국제신용등급사 피치는 202346%를 한국의 신용등급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의 확대 여부는 오로지 명목성장률과 국채수익률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Invest.com에 따르면 5월 말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6% 수준이다. 명목성장률 4% 이상이라야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겨우 메워 국가채무 비중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악성 디플레이션 함정으로 빠져들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채수익률이 급등하면 명목성장률 요구수준은 동시에 높아진다. 마지노선을 지키기 어렵다. 세 차례 추경편성하고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GDP 비중에 관한 중장기 전망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실제 3차 추경으로 인한 24조원 국채발행도 실사 후 코로나국채’(가칭)로 명명하고 조기상환 계획을 명시했어야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어색한 표정으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하던 소수이지만 사려 깊은 사람들의 심경도 헤아려야 한다. 아직은 재정에 여유가 있다며 재정팽창을 권하는 무책임한 조언을 물리쳐야 했다. 21대 국회는 이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재정건전성 지표 개발과 재정준칙을 조기 입법화하기 바란다. 한국판 디지털·그린뉴딜 전략의 총론도 재탕의 부처요구만 모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뉴딜의 이름에 맞게 재구성하고 각론은 기업친화적 규제개혁 로드 맵을 담아야 한다. 아직 탄소세, 데이터세, AI·로봇세, 부동산 불로소득세에서 안정적 세원을 찾기는 시기상조이고 복지목적세 신설은 더더욱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물론 코로나19 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하루 빨리 소득주도성장의 미망에서 벗어나 보험료와 부가가치세 증세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의 단계적 인상과 상한선 설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외 기본소득 실험에서도 증세가능성을 내비치면 찬성비율은 확실히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길 것인가. 미래가 불안하면 지갑도 열리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이라도 정치적으로 언제나 실행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래세대를 바라보고 기본에 충실해야 전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대의제 민주주의 결함을 시정하고 기본소득 수용력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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