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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모병제보다 북핵위협 대응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통권 112호
 
2019-11-12 17:43:11
첨부 : 191112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12호  


박휘락 선진국방연구회 회장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2019117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모병제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였다. “심각한 인구절벽으로 징집 인원이 부족해지고, 보수·진보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대안이며, 모병제로의 전환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든가, 모병제 전환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현 상황에서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고, 모병제를 선택해 나가는 국가도 있지만, 반대로 징병제로 환원하는 국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징집인원 격감에 따른 대책은 필요하지만, 모병제만이 그의 해결책은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모병제 논의가 국방부나 병무청에서 정책적인 검토를 실시하여 제기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선거의 한 방편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안보를 포퓰리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한다. 실제로 모병제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김두관 후보와 2017년의 새누리당의 남경필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논란이 되었었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은 20204월 총선을 앞두고 모병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은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1. 외국의 사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계적으로 볼 때 89개국, 57.4%가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고, 러시아, 스위스, 터키 등 66개국, 42.6%가 징집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매우 다르고, 다른 나라들이 시행한다고 하여 우리도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냉전이 종식되어 직접적인 위협이 상당할 정도로 감소된 상황이지만, 한반도의 경우에는 냉전 상황과 유사한 대결과 안보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연구원이 제시한 모병제 도입 필요성에는 대남위협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심각하거나 즉각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는 국가가 모병제를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이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이들은 냉전종식으로 대외위협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남북한이 휴전상태로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핵무기까지 개발하였고, 핵무기 위협 하에 기습적인 공격의 가능성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총병력은 128만 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병제를 통하여 소수정예로 한국군을 재편할 경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 위협이 줄어들어도 국민들의 일체감이나 병역의무의 신성성을 중요시하여 징병제를 유지하거나 전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의 경우 2013922일 모병제 전환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는데, 73.2%가 반대하여 현재대로 징병제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스웨덴은 2018년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 모병제로 전환하였으나 1990년 통일 후 21년 지난 20117월에야 시행하였다. 그만큼 모병제로 전환은 위험성이 있고, 따라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모병제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도하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우수요원이 지원하지 않아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 근접한 대만의 경우 2008년 마잉주 총통이 취임하면서 2013년부터 모병제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지원자가 적어서 두 차례나 연기하였고, 2018년 실시하기는 했지만 지원자는 적고, 인센티브를 강화할 경우 추가되는 국방예산이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대의 존재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목적으로 두어야지 변화 자체를 목적으로 두어서는 곤란하다.

 

2.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

병역제도는 국민들을 군인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사항이다. 군 복무를 국민의 보편적 의무로 시행하는 징병제와 지원하는 사람만 근무하는 지원병 제도로 대별할 수 있다. 다만, 징병제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징병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고 간부나 특수요원의 경우 자원에 의하여 선발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징병제와 모병제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징병제와 모병제는 각각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다. 징병제는 국가 총력전의 개념에 부합된 제도로 국민의 일체감과 군 복무의 신성성을 강조한다. 충분한 상비군 및 예비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고, 국방비의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징병제는 복무기간이 짧아서 전투기술이 고도화된 병사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국가 차원에서 보면 우수한 인력이 군복무로 인하여 공부와 성장의 단절을 경험해야 하며, 선발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적지 않다.

반면에 모병제는 국민 개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개념에 부합되고, 숙련병을 확보할 수 있으며, 우수인력의 군 복무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모병제는 충원이 쉽지 않고, 예비전력도 제한되며, 자칫하면 군대가 우수하지 못한 요원만 가는 곳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특히 소수정예화로 할 경우 질적으로 높은 군대가 양적으로 많은 군대를 어느 정도로 대적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점만을 대조시키면 <1>과 같다.

   

<1>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점

징병제

모병제

· 평등한 병역의무 이행

· 국방비 절약

. 병력 확보 용이

. 국민적 일체감 형성

· 전투원의 질 보장

. 사회적 기회비용 감소

. 납세 형평성, 선택권 부여

 

3. 모병제 시행에 따른 현실적 문제

모병제의 경우 자신이 선택하지 않으면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국민들은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가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선호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이점이 한국에서 지금까지 다수의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시행되지 못한 채 사멸된 이유이기도 하다. 모병제 시행에 따른 몇 가지 위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총력안보태세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일부만 군대에 가서 군을 경험하고, 그 결과로 안보나 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평균 인식도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비군의 숫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예비전력의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북한의 위협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 국민들의 총력안보태세가 미흡해질 경우 국가의 안위가 위험해질 수 있다. 위협이 심각한 국가일수록 모병제는 선택하지 않는 이유이다.

둘째, 모병제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병장으로 평생 근무하겠다고 선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병제는 간부의 충원에 관한 제도가 아니라 병사의 충원에 관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간부로 진급할 수 있지만, 군대는 피라미드 조직이라서 하부조직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생을 병사로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모병제는 기능할 수가 없다. 1~2명의 자녀를 낳는 한국의 현실에서 자식도 이러한 결심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부모 역시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내 자식은 보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자식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자식의 성취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큰 현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할 경우 아무리 많은 봉급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모병제 병사가 충분히 충원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셋째, 모병제 시행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원자가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미국의 경우에도 모병이 어려워 시민권 수여를 조건으로 미국 영토 주민들을 유인하는 경향이 많고, 군대의 질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만을 비롯하여 모병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겪고 있는 어려움 역시 자원자가 없다는 점이다. 휴전상태에서 전쟁의 위험이 큰 한국의 경우 더욱 군인 지원자가 적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군대는 우수하지 못한 사람만 들어오는 집단이 될 것이며, 그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지원자가 없어서 징병제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면 하지 않아도 될 혼란을 자청하는 결과가 된다.

넷째, 최근에는 몇 조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항목별로 편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모병제 시행을 위한 추가적인 국방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시한 것을 보면 월급을 300만원으로 한다는 것인데, 병사를 250,000명으로 가정하면 한 달에만 75백만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이것을 년으로 계산하면 9조원이 추가되어야 한다. 2019년 국방예산이 47조원인데, 여기에 9조 원은 18%에 해당된다. 모병군인들의 복지 등을 고려하면 국방예산 증대율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정도의 예산을 국민들에게 사용하면 모병제로 인한 편의보다 더욱 큰 혜택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결론적으로 보면 한국의 현 상황에서 모병제의 논의나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북한의 핵위협이 분명하게 해소되는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논의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표 획득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제기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모병제에 관한 국민여론의 경우 201911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것을 보면 모병제 도입 반대가 52.5%, 찬성이 33.3%이다. 2016년의 9월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반대 61.6, 찬성 27.0%였는데, 2016년보다 찬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은 반대가 훨씬 높다. 모병제에 관한 심층 깊은 분석이 제공될 경우 국민들의 의견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가안보에 관한 정책결정은 국민여론도 어느 정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당장의 편의를 중시할 것이고, 그 말을 수용하다보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모병제 요소가 적지 않게 반영되어 있고, 앞으로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10만명 정도의 부사관을 활용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이것을 15만명으로 증대시킬 계획이고, 그렇게 되면 5만 명의 지원병이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여군도 현재 군인 중 5.5%에 해당되지만 8.8%로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54,000명에 해당되는 장교들도 모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직책에서 군무원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도 우수한 부사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장교들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군 경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사로 평생 근무할 사람들을 우수한 사람으로 충원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보이다. 경제는 잘못되어도 만회할 수 있지만, 안보가 잘못되면 만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함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병제와 같은 위험한 방안을 시행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그것을 알면서도 제기한다면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정치권은 모병제와 같은 인기영합주의 정책보다는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생각해내어 제시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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