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Hansun Brief [버닝썬 사건, 독일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통권94호
 
2019-04-12 11:11:51
첨부 : 190412_brief.pdf  
Hansun Brief 통권94호  


양돈선 한반도선진화재단 독일연구포럼 대표


요즘 버닝썬이라는 나이트 클럽 사건이 장안에 연일 화제다. 그 곳을 무대로 하여 유명 아이돌 연예인들의 마약, 성범죄, 폭행 등의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에 경찰까지 연루되어 있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계가 정화되고 좀 더 나은 사회로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독일에서 발생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1. 독일에는 버닝썬이 횡행할 가능성이 없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버닝썬과 같은 범죄 조직망이 성업 중인가?

우리나라는 빠른 산업화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부의 증가는 이루었지만 윤리 도덕을 함양하지 못했다. 그 후 민주화 과정을 겪었지만 황금만능주의로부터의 부작용을 차단하지 못했다. 부동산 졸부들이 출현하면서 돈이면 다 된다는 저급한 사고방식이 만연되었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쾌락과 허세에 사로잡혀 있다. 고급차 외제차를 타야 남이 알아주고 아파트 경비로부터 경례도 받는 사회다. 비싼 명품 옷을 걸치고 외제 가방을 둘러메야 체면을 유지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버닝썬에서는 하룻밤 술값이 몇 백만 원에서 심지어는 억대까지 이른다고 보도되고 있다. 취업을 못한 채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뛰는 젊은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들어 K-Pop 중심으로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젊은 아이돌 스타들이 세계를 호령할 듯한 인기를 누리고 부와 명예까지 거머쥐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TV 등 방송 매체들이 한류를 집중 조명하고 연예 프로그램을 과다 방영하면서방송 매체가 연예 기획사와 아이돌 스타들에게 장악되는 비정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회는 이들에게 명예와 부만 안겨줬을 뿐, 인성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 스타들이 나는 다르다는 특권 의식과 허세가 고착화되었다. 결국 사회가 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아주 만만하게 보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고 방조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사회 병리 현상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독일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버닝썬 류의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독일은 길드라는 전통적인 공동체 조직이 형성되어 20세기까지 이어져 왔으며,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회 자본이 형성되었다. 이를 토대로 주도적인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신뢰와 도덕이 산업화와 같이 진행되었다.

 

독일은 안정된 사회다. 우리와 달리 불로소득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리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사회다. 소위 어수룩한 구멍이 생길 여지가 없다. 따라서 하룻밤에 술값으로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 뿌려댈 졸부들이 생성되기 어렵다. 또 독일 국민들 스스로가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다. 독일은 허세 사회가 아니다. 허세를 부려 봐야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독일은 균형된 사회다. 어느 특정한 분야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다. 선박으로 말하면 평형수가 가득 차 있어 웬만한 폭풍우에는 끄떡도 안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처음엔 냄비처럼 부글부글 끓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초단기 관성도 없다.

 

아이돌에 대한 환상, 추종, 광분 등 쏠림 현상이 없다. 대중적 인기로는 오히려 정치인이 연예인은 물론, 지성인이나 종교인들을 압도한다. 그러니 많은 어린 아이들이 젊은 나이에 연예인이 되겠다고 몸부림치는 일도 없다. 따라서 TV 등 방송 매체가 아이돌에 장악되는 일도 없으며, 방송 프로그램이 아이돌 중심으로 편성되거나 움직이지도 않는다.

 

2. 버닝썬 사건이 독일에서 발생했다면?

만약 독일에서 버닝썬 사건이 발생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필자는 한국과 독일 사회를 냄비와 가마솥으로 비유하고 싶다. 한국은 냄비 사회다. 무슨 일이 터지면 온 나라에서 벌 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고 공격하고 진을 다 빼 버린다. 당국은 해결책을 마련한답시고 매뉴얼도 만들고 제도도 손질하고 요란 법석을 떤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해져 버린다. 해결책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유야무야 잊혀 버린다. 그리고 추후 다른 곳에서 유사한 사고가 터지고 요란스런 호들갑이 다시 되풀이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지만, 한국이 안전사회로 탈바꿈했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도 선박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화재사고, 붕괴 사고 역시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터지고 있다.

 

왜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인 가 ?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것이 면피용의 근시안적이고 단기적 효과에만 치중되어 있다. 관련법이 있지만 있으나 마나”,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법규들이 수두룩하다. 현행 규정상 공회전이 금지되어 있지만, 도처에 공회전 차량들이 미세먼지 주범격인 매연을 내뿜고 있다. 단속하는 경찰도 없고, 어도 그냥 못 본체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경우에도 규칙은 제법 세밀하게 되어 있지만, 쓰레기 수거 현장을 지켜보면 엉망진창이다.

 

독일은 안정이 보편화된 균형 사회다. 냄비 사회가 아닌 가마솥 사회다. 물론 독일도 사람 사는 사회인만큼 가끔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그러나 처리 과정이 우리네와 많이 다르다. 이를 버닝썬 사건 처리에 대입한다면 우선 관련자들의 위법 사실 규명에 주력한다. 마약, 성범죄, 폭력 등 직접적 요인 외에 간접적인 요인, 예컨대 나이트 클럽의 불법 영업 및 위생 환경 여건, 유흥 산업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 연예 기획사의 인성 교육 강화 까지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완벽한 종합대책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영업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겠지만,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는 확실하게 보완된다.

 

그밖에도 우리와 다른 점은 사건 처리 진행이 매우 늦다는 점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졸속 봉합이나 부실 처리가 없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진행한다.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이기는 저급한 사회가 아니다. 언론도 침소봉대하지 않고 사실(fact)에 입각하여 보도한다. 국민들도 거짓말 허위 무고가 없고, 그런 허위 사실에 현혹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건 처리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한다. 독일인 특유의 완벽주의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니 같은 사건의 재발은 거의 없다. 몇 백 년 전에 지은 건물, 100여 년 전에 구축한 대형 댐이나 운하 시설 등은 지금도 여전히 가동 중에 있다. 필자는 독일에서 6년간 생활하면서 건물이나 교량 붕괴 사고, 선박 침몰 사고 등을 들어보지 못했다. 대형 철도 사고가 있었는데, 그 후 같은 유형의 철도 화재 사고에서는 승객이 전원 구출되었다.

 

독일은 법치 사회다. 사건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 법적 책임을 묻는다. 독일은 우리보다 형벌상의 형량이 높지 않다. 그러나 법치가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법 집행이 엄격하고 공정하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법이 없다. 대신에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든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국민들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그런 일은 없다.

 

독일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없다. 죄를 짓고도 돈 좀 있다고 하여 빠져나가는 일이 없다. 그러니 법을 안 지키면 살아날 수 없는 사회다. 정경 유착, 그로 인한 부정부패나 불로소득이 없다. 정치인의 경우 비리가 확인되면 그 즉시 끝이다. 비리 정치인에게 패자 부활의 배려는 없다. 국민들이 용납을 하지 못한다. 이른바 처벌의 확실성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별도의 대책 예컨대 특별검사제도, 특별위원회, 특별조치, 특별대책 등의 특별이 없다. 선진화된 보통 사회의 법치의 전형이다.

 

3. 정책적 시사점

 이번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up-grade 될 수 있을까? 버닝썬 연루자 몇 명 처벌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생각이 건전하게 바뀔 수 있을까? 그리고 검경과의 유착도 끊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사회가 좀 더 맑아질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이 안든다. 무슨 근거로 그런 성급한 결론을 내리느냐고? 우리의 뒷모습을 한번 돌아보자. 그동안 우리는 숱한 경험을 해왔다.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사건, 그리고 지하철 사고, 화재 사고 등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있지만, 나아졌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버닝썬 사건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힐 것이다. 아마도 그 사건 당사자들은 그것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매뉴얼이 없어서 이런 저런 사건이 터진 것이 아니다. 부족하나마 매뉴얼은 있어 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진화해 왔다. 그런데도 도처에 2의 세월호가 대기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결국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가 없어서 이러한 문제가 양산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의식이 전혀 바뀌지 않은 데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지도층들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데, 도무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정의, 신뢰, 안전, 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수준이 곧 그 나라의 수준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어야 실질적인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현 교육 제도의 대전환과 혁신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정직, 신뢰, 안전에 대한 인성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교육을 보면 입시 위주의 망국의 주입식 교육이 전부다. 이런 토양에서 선진국을 희망한다면 과욕이 아닐까?

  목록  
댓글  총0
 
덧글 입력박스
덧글모듈
0 / 250 bytes
번호
제목
날짜
114 Hansun Brief [청년이 바라보는 조국: 조국의 정의와 위선] 통권 111호 19-08-30
113 Hansun Brief 문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결정: 정치적 속셈과 미일의 반응.. 19-08-27
112 Hansun Brief [조국 후보자와 서울대학교] 통권 109호 19-08-26
111 Hansun Brief [안타까운 탈북민 모자의 죽음] 통권 108호 19-08-14
110 Hansun Brief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 익숙한 과거와의 이별, New Normal의 도래] 107호 19-08-13
109 Hansun Brief [한일갈등 현안과 과제: 외교적 해법을 중심으로] 통권106호 19-07-23
108 Hansun Brief [일본의 수출규제: 안보로 접근해야] 통권105호 19-07-12
107 Hansun Brief [일본의 핵심부품소재 수출 과잉규제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통권104호 19-07-04
106 Hansun Brief [내국인 역차별, 외국인 최저임금제도 개편해야] 통권103호 19-06-27
105 Hansun Brief [무리한 자사고 폐지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통권102호 19-06-25
104 Hansun Brief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우려한다.] 통권101호 19-06-18
103 Hansun Brief [국가채무 논란, 재정준칙 확립의 계기로 삼자!] 통권100호 19-06-11
102 Hansun Brief [버스 준공영제를 다시 생각한다.] 통권99호 19-06-04
101 Hansun Brief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 통권98호 19-05-31
100 Hansun Brief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정의(正義): ‘성장주도소득’을 도구로 써야] 통권97호 19-05-10
99 Hansun Brief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에 대한 검토] 통권96호 19-04-30
98 Hansun Brief [한반도 문제 핵심은 북한인권 개선과 자유통일에 있다.] 통권 95호 19-04-22
97 Hansun Brief [버닝썬 사건, 독일이라면 어떻게 대처할까?] 통권94호 19-04-12
96 Hansun Brief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청문회] 통권 93호 19-04-08
95 Hansun Brief [혐오사회에서의 페미니즘과 보수시각에서 본 양성평등] 통권 92호 19-04-01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