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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한일관계의 위기와 정치리더십 빈곤] 통권82호
 
2019-01-18 14: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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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82호


손기섭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1. 악화일로 위기의 한일관계

 

2019118일 현재 한일관계는 매우 위기적인 상황이다.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자유주의 가치를 함께 해온 이웃 우방국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일본과는 역사 및 영토적 요인과 정치경제적 갈등이 끊임없이 상존해 왔지만 최근의 폐색상황은 일찍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한일 간 위안부합의서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대법원에 의한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위시하여, 북핵위기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상황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 조준사출 갈등 등 역사 및 외교안보 갈등이 다차원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일관계의 갈등과 위기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한일 양국의 정권담당자들은 그 어느 누구도 외교해법을 모색하고 있지 않은 모습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숨어 있다, 한일 모두 상대방을 불신하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한일 외교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투트랙 접근을 주장한 바 있다. 역사나 영토문제에서의 갈등은 갈등대로 대응하되, 경제나 안보 영역에서의 실용적 협력은 미래지향적으로 풀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수수방관을 넘어 위기를 조장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한일관계의 위기적 징조는 문재인 정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2010년대 들어 한일관계가 꽉 막힌 지 7-8년은 되었다. 한일 양국 간 관계를 걱정하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기대하는 많은 분들의 우려와 탄식이 깊어져 왔던 것이다. 아베정권 하의 일본 자민당정권은 한국과의 친선외교를 무시하듯 역사수정주의의 보수 우경적 행보를 계속하고,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세 정권에 걸친 청와대는 원칙만 내건 강경기조에서 외교적 지혜가 없는 답답함이 지속되어 왔다.

 

2012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이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대한민국 최고통치자의 독도방문은 그 자체로 고유영토의 확인이자 통치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격동에 휩싸이게 하고 일본 내에 고조된 한류문화의 확산을 단번에 꺾이게 만든 것은 외교적 실책이었다.

 

201212월의 일본 아베정권의 등장과 20132월의 한국 박근혜 정부의 출범은 한일관계의 초석을 놓는 새로운 찬스로 여겨졌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베정권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군부의 조직적 관여를 인정했던 고노 담화같은 90년대 일본의 문서화된 역사인식을 상당 부분 무시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나치게 경직된 소극적 대일 외교에 시종하였다.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자 광복 70주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가을에 가서야 한일관계의 경색을 푸는 외교해법을 시도했다.

 

아베 수상이 이에 호응하여 겨우 성사시킨 것이 201512월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한일 간 정부합의였다. 협상과정의 불투명성과 협상내용에 담긴 조건이 상당히 미진하고 부족했다 하더라도 아베정권이 정부차원에서의 책임과 정부예산으로 위안부 할머니께 보상을 시도함으로써, 예전보다는 큰 진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 · 미사일 위기문제에 대해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할 것을 확인하고 다짐한 것은 한일외교에 있어서 큰 진전이었다.

 

2. ‘65년 체제의 종언과 한일 상호의존성의 약화

 

한일관계 악화 원인은 한일관계의 구조적 원인과 상황적 원인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서 보면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의 외교안보 및 경제 협력이 돈독했던 ‘65년 체제의 구조가 종언을 고한 것이다.

 

첫째, 한일 간의 외교안보 협력은 냉전시대나 90년대와 비교할 때 매우 약화되었다. 21세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서 이미 한미동맹은 이완되고 약화되었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미일동맹의 강화, 자위대의 해외파병, 유사법제의 확립, 집단적 자위권의 용인 등 미일동맹의 역할을 확대했지만, 한국의 정권들은 한미동맹 면에서 냉탕 온탕을 반복했고, 일본을 중시하지 않았다.


둘째,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중국의 부상이 강대해진 점이다. 한일관계에서 미국이란 변수 외에도 중국이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의 외압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동아시아에서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 제도가 마련되고 강화됨에 따라, 한일 간의 협력과 갈등의 영역이 한일 차원을 뛰어넘어 중국과 미국 및 아세안이 관련되는 동아시아 지역차원으로 확대된 점이다. , ASEAN+3(한중일), APEC, 북핵위기를 둘러싼 6자회담, EAS(동아시아 정상회의), G20 등 다자회담의 장에서 상호 이해를 조정해야 할 장면이 더욱 많아졌다.


넷째, 한일 간 파워의 수평적 이동이다. 1968년 이후 42년간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국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약화된 반면,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규모의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한국 국력이 신장되고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가속화됨으로써, 한일 간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균등화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한일 간의 정 · 재계 협력채널의 약화에다 양국 모두 정치적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점이다. 한일/일한 협력위원회, 의원연맹, 한일/일한 경제인회의 등 한일관계를 푸는데 순기능을 했던 정재계 인맥과 네트워크는 매우 노후화되어 기능부전현상에 빠졌다. 또한 한국에서는 민주적 정권교체와 세대교체 등이 심하게 일어났고 일본은 자민당정권의 부침, ‘헤이세이 불황(平成不況)’잃어버린 20등이 발생해 기존의 한일 협력채널은 그 기능이 매우 약화되었다.


2010년대 들어 동북아에서 한일 또는 중일관계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적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G2로서 명명되는 강대국 중국의 등장에 따른 동북아의 세력전이 현상, 동북아 해양영토분쟁의 현재화, 일본의 전후세대의 정치지도부의 우경노선의 가속화 및 한국 정치리더십의 전략빈곤 등이 그것이다.


일본에선 전후세대의 정치지도자인 노다 전 수상이나 아베 현 수상은 비교적 자신들이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하고 2000년대를 정점으로 역사반성 피로현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띤다. 일본 지도자의 역사인식 후퇴나 우경적 역사관이 반복되면 한국은 국민감정과 정치사회적 역학관계로 강한 비판적 반응을 보이게 되며, 한일관계는 필연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3. 한미일 공조와 정치리더십의 발휘

 

한일관계의 위기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환경의 급변과 무관치 않다. 김진현 전 과기부장관은 대한민국이 자유가 실종될 정도의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정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동맹국의 국익과 생존을 간단히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앞으로 과연 한미동맹은 유지될 것인가? 북한은 핵을 진정 폐기할 것인가? 2차 북미회담에서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을 빅딜하지 않을 것인가? 이 모두가 대한민국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핵폐기는 물 건너간 모습이고,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결렬조차 우려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트럼프는 어쩌면 이러한 문제를 미국입장만 생각하는 쪽으로 간단히 처리 또는 포기해 버릴 수도 있는 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제재에 의한 북핵폐기가 실패하면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인질상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국에 의한 핵우산 공약이 취소되며 한국안보를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신 애치슨라인이 그어질 위험성이 상존한다.

 

일본 아베정권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을 정부차원에서 결정했는데, 여기에서 한국에 대한 안보협력순위를 동남아보다도 더 못한 5위로 떨어뜨렸다. 미국, 호주, 인도 및 동남아를 중시하는 한편으로, 한국의 중국경사 및 북한경사에 대한 불신과 경고이다. 이러한 입장이 이번 광개토대왕함 레이더분쟁으로 연결되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인도 태평양전략이 지닌 안보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리더십에 달려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너무도 과거사에만 집착하고 남북관계만 중시하는 경직성을 보였다. 국제사회의 북핵폐기공조와 한일관계의 복원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공고화하고 일본과의 외교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의 발휘가 절실히 요청된다.


첫째, 현실화된 북핵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이 시급하다. 현재 주일미군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핵무기 보유수는 15개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전문가들은 북한은 절대로 현재 보유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전심전력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였지만, 북한 김정은 핵체제의 위협과 비정상성은 여전하다. 이대로 시간만 끌다가는 북한이 다수의 핵을 소형화하여 이동식 발사대나 잠수함에 장착하여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한미일 3국에는 형언키 어려운 위협이 된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외교를 위해 한미일 3국의 전략적 공조가 꼭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북핵 위협 속에 살 수도 없고, 북한 주민의 극악한 인권상황과 빈곤, 공포 환경을 더 두고 볼 수도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면서 우리 국민과 정치인들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비핵평화국가, 인권시민국가의 비전을 가진 통일한반도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한일관계의 복원과 강화가 시급하다. 1998년 김대중 · 오부치 정상회담 때의 기존 역사인식의 계승,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외교해법 모색, 한일FTA 등 양국 미래협력의 방향 설정 등을 위한 외교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 내용에 대한 한일 간의 외교협상을 타결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인내를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넷째, 201810, 대법원의 강제집용 배상판결에 대한 외교해법이다. 현재는 강대강의 갈등일변도의 구도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는 국제법적 차원에서 보면, 개인의 고유한 권리가 인정된다 하다라도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받은 무상 3억불 속에 포함된 것으로 조약이 규정했으며, 한국이 국내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강제집용 당사자의 고통과 피해는 안타깝지만 노무현 정부까지 이러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일 양국은 정부특사를 파견하여 정상외교에 의한 정치적 판단으로 외교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관계가 위기에 봉착할 때는 한일 양국 최고 정치지도자의 정치리더십 발휘가 절실히 요청된다. ‘김종필 · 오히라 회담을 활용하여 1965년 한일 국교를 달성한 박정희 · 사토의 정치리더십, 1983년 한일 ‘40억 달러 경협을 가능케 한 한일 양국의 전두환 · 나카소네정치리더십, 199810한일 미래지향적 액션플랜체결을 가능케 한 김대중 · 오부치의 정치리더십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물론 각 정치적 결정 때마다 다소의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일관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한국의 정치경제적 발전이 가속화된 것만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일류국가화와 선진통일 및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수상의 정치리더십의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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