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동아일보] 정체된 연금개혁, 노동개혁과 함께 풀어야 한다
 
2023-09-19 11:14:33
◆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기고한 칼럼입니다.

연금개혁은 국민의 후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논의가 연금재정이라는 독의 구멍막기식이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지금 개혁안의 방향은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를 12%, 15%, 18%로 올리고 연금수령 나이도 66세, 67세, 68세로 올리는 방안이다. 즉, 더 내고 더 늦게 받아서 기금 고갈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법은 한계에 봉착해 몇 년 지나면 또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결국은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매번 은퇴자의 연금 보전을 위한 부담을 청년세대들에게 돌리는 것은 지속적인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보다는 연금기금을 신진세대 기금과 기성세대 기금으로 나누고 고갈에 대비해 국가재정의 일정액을 미리 별도로 저축하는 등 최후 고령자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방안은 어떠한가. 이 경우 세대 간 불공정성도 해소할 수 있고 연금재정의 경착륙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노르웨이는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구분된 3가지 연금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고용 전망은 연금재정 전망에 중요한 변수다. 작년 말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10만 명이었지만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37만 명 증가했다. 고용 전망의 어려움은 재정추계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1년 뒤의 고용 전망도 틀리는데 5년마다 하는 연금재정예측은 더더욱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에서 몇 가지 노동시장에 대한 전제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산업 4.0시대에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등으로 인해 노동수요가 어떻게 축소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또한 연금 전문가들은 법적 정년 연장을 재정고갈의 강력한 해법인 것처럼 제언한다. 그러나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을 때 60세 직전 연령의 고용은 늘어도 50대 초반의 권고사직 및 강제퇴직이 오히려 증가해 총고용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2021년 기준으로 평균 퇴직연령이 아직도 49세 수준이고 10년 이상 일한 주된 일자리에서 60세 이상 나이에 퇴직한 근로자는 12.1%에 불과하다. 노동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덜컥 연장하는 것이 재정고갈을 막는 데 기대보다 효과가 작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에서 복지와 노동의 종합계획하에 법정 정년이 60세이지만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2013년부터 65세까지 고용연장이 의무화됐고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고용연장이 이어지게 됐다. 매우 긴 기간 신중히 그리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고용 노력을 유도했다. 우리나라처럼 후다닥 법정 정년을 연장한 것은 아니다. 법정 정년과 연금수령 연령 사이를 은퇴 크레바스(소득공백기간)로 칭하는데 이 크레바스는 국민연금이 고갈되면서 점점 더 커지게 돼 국민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용어다. 그러나 사실 이 크레바스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고령 근로자가 많다. 2021년 기준으로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재취업한 고령 임금근로자는 48.2%에 이른다. 이 가운데 25.8%만이 상용직이고 상당수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임시, 일용직 사이를 이동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연금개혁의 해법은 무엇일까. 일본처럼,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의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금 전문가와 노동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5년마다 대대적이지는 않더라도, 연금재정과 노동시장의 상황을 격년마다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자 복지 종합계획하에 국민연금개혁을 구상해야 하며,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저축 그리고 다양한 사적 연금들의 다층적 연금제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먼 훗날 고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연착륙을 위해 연령대별 기금 저수지 분리와 같은 플랜B도 있어야 한다. 현재의 소득대체율 40%도 평균 수준은 유지하되 소득분위별로 조정해 재분배와 기금재정 확보를 강화할 수도 있다.

법적 정년 연장은 신중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노동시장 상황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연금 수령 기간 이전의 노동 기간에 보유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있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부분연금제를 설계해 연금 수령 기간 내 연금 중 일부라도 노동을 전제로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재설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은퇴자 중 대졸자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현실에서, 공공근로와 같이 고령자를 단순히 복지수혜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책 중심에서 부가가치 노동을 위한 디지털 신기술 직업훈련 지원 및 적합 일자리 발굴 등 복지와 노동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목록  
번호
제목
날짜
2370 [한국경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현혹 23-11-29
2369 [파이낸셜투데이] ‘이준석 신당론’에 대한 단상 23-11-23
2368 [시사저널] 출산 당사자 아닌 관련 기관·업계로 흘러간 저출산 예산 23-11-23
2367 [에너지경제] '메가 서울' 이슈에 뒷전으로 밀리는 지방소멸 대책 23-11-13
2366 [한국경제] 자강(自强)이 있어야 동맹도 있다 23-11-10
2365 [서울경제]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 전면 재검토해야 23-10-31
2364 [문화일보] 과도한 ‘1인 시위’ 적절한 규제 필요성 23-10-30
2363 [문화일보] ‘박유하 무죄’와 친일몰이 광풍 시정 23-10-30
2362 [동아일보] 새 대입제도, 교육개혁 성과의 시발점 돼야 23-10-27
2361 [아시아투데이] 이스라엘의 국가 수호 결기, ‘자강(自强) 기반 동맹’의 중요성 23-10-26
2360 [ifs POST] 재정으로 본 미국의 야당과 한국의 야당 23-10-20
2359 [파이낸셜투데이] ‘총선 불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선거 23-10-18
2358 [한국경제] '동일인 의무' 법인에 지우는 게 맞다 23-10-17
2357 [머니투데이]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복수의결권으로 해결해야 23-10-12
2356 [문화일보] 중동 불안… 전기료 정상화 더 급해졌다 23-10-12
2355 [아시아투데이] 좌파 포퓰리즘과 결별해야 미래가 있다 23-10-11
2354 [한국경제] 핵협의그룹 '플랜 B'가 필요하다 23-10-10
2353 [파이낸셜투데이] ‘행동하는 민생’이 정답이다 23-10-04
2352 [한국경제] '중대재해처벌법' 폐지하자 23-09-27
2351 [아시아투데이] NPT 체제의 이중 잣대 23-09-2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