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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한국 포기’ 비극 막은 영웅을 보내며
 
2020-07-16 14:18:49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방’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시대에 국군을 창설하고, 온 몸을 던져 공산 집단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백선엽 장군이 영면했다. 6·25전쟁에서 춘천지역 돌파를 지체시켰던 김종오 장군, 기계·안강전투의 한신 장군 등 백 장군 못지않게 공적이 큰 분도 많다. 다만, 백 장군이 장수함에 따라 당시 영웅들의 대표로 남아 있었기에 수많은 국민이 조문했고, 미국 정부와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도 극존칭의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흠을 잡아내려는 편협한 호사가들이 있으니 답답하다.

‘데이비드슨 라인(Davidson Line)’은 밀양과 울산을 잇는 부산 방어선으로, 한국을 포기하게 될 경우 미군과 일부 한국인들을 일본으로 철수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었다. 맥아더 장군은 1950년 8월 수도의 부산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구가 함락됐다면 이 데이비드슨 라인이 구현됐을 것이고, 한국은 공산화됐을 것이다. 백선엽 제1사단장과 그 장병들의 분전으로 대구 북쪽의 최후 관문인 ‘다부재’를 방어했기에 대구가 무사했고, 데이비드슨 라인이 무용(無用)해졌으며,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다. 이것만 해도 구국의 공이 충분치 않은가?

백 장군이 편히 숨을 거두지 못했을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본인에 대한 일부 인사의 억지 평가, 묘지 논란, 대통령의 비(非)조문은 괘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6·25 때 실패한 대남 무력 적화통일을 핵무기로 달성하려는 의도가 뻔한 북한에 속고 있고, 성과 없는 회담으로 허송세월하면서 대비태세를 소홀히 하고, 북한이 온갖 조롱을 해도 굴종하는 현 정부를 보면서 엄청난 화를 삭여야 했을 것을 것이다. 가만두기만 해도 되는 한·미 동맹을 스스로 훼손하는 정부를 보면서 기가 막혔을 것이다.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이렇게 위태롭게 하느냐고 원망하지 않을까? 가지 않아도 될 백척간두(百尺竿頭)로 걸어가는 조국을 보면서 어찌 편안히 가실 수 있겠는가.

여법(如法)한 장례식과 경건한 조문도 중요하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라는 위중한 상황에서는 솔선수범으로 남겨준 구국의 정신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후배 군인·예비역들부터 자성해 보자. 백 장군에게 떳떳할 정도로,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시켰는가? 모두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결국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었고, 한·미 동맹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백 장군이 호통칠 것 같다. “군인들은 지금 당장 복귀해 북핵 대비태세 강화에 매진하고, 예비역은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총력 안보태세 고양에 헌신하라”고. 북한의 침략, 특히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백 장군에 대한 최선의 추모일 것이다.

로마를 비롯한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 장군들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만든 수많은 개선문(凱旋門)을 보게 된다. 그들은 전쟁에서의 승리가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는 가장 결정적인 일임을 알았기에 개선문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단 하나의 개선문도 없다. 전쟁의 참상과 군대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상무(尙武)가 아닌 상문(尙文)의 기풍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백 장군에 대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대우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백 장군을 비롯한 구국의 세대에 대해 우리 모두 마음속에서라도 개선문을 세워 주자. 군인을 대우하지 않는 나라가 계속 부강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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