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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최준선의 Deep Read >국내선 '경영권 세습' 비판.. 글로벌선 '오너기업 우월성' 확인
 
2020-05-12 14:00:44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오너 경영’ 어떻게 봐야 하나

2000년대 이후 선진국서 ‘오너 경영’ 재평가 흐름… 이념적 접근 아닌 성과 따른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국서도 신속한 의사결정·효율적 자원배분으로 경제성장 이끌어… ‘경영권 세습 = 惡’ 단정은 편견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오너들은 지난주 일순간 충격에 빠졌다. 한국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그룹의 3세대 오너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인데, 후대의 오너 경영에 대한 일종의 포기 선언이었다. ‘4세 경영권 승계 포기’는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숙고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오너 경영은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기업을 탄생시킨다. 오랫동안 국내에서는 ‘경영권 승계 = 악(惡)’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 권위를 가진 연구기관의 추적 조사를 보면 가족기업을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 기업이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더 우수한 재무성과와 높은 성장률·수익률을 창출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 비결 역시 상당 부분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특징으로 한 오너 경영에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과 경제의 최우선적인 평가 기준은 성과다. 경영권을 물려주면 악이고 물려주지 않으면 선이라는 단순논리와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힐 필요가 있다.


◇국내외의 오너 경영 실태


오너 경영은 가족기업(family owned business)에서 생긴다. 가족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여럿 있지만 대체로 창업자나 그 자손이 직접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거나 의결권을 20% 이상 보유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그 비율이 보통 이보다는 낮다.


월마트, 폭스바겐, 버크셔 해서웨이, 포드, 엑소르, 카길, BMW, 벡텔, 미쉐린, 에스티로더, 이케아, 노드스트롬 등 선진국에서 발달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중견기업 이상을 기준으로 프랑스와 독일은 40%, 기타 유럽은 35% 이상,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약 37%, S&P500 중 약 35%가 가족기업이다. 미국에서 전체 노동자의 60%를 채용하고 신규 일자리의 78%를 제공하는 것도 가족기업이다.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지역에서 전체 기업의 65∼85%가 가족기업으로 집계된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64개 기업그룹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통지했다. 이 중에 총수(오너)가 있는 집단은 55개인데, 이들을 우리는 재벌이라 부른다. 재벌은 일종의 성공한 가족기업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기업이 64개 기업집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52.6%에 달한다. 매출액은 55.7%, 당기순이익은 68.5%를 차지하는데, 해외 매출이 50∼90%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 주축이 가족기업인 셈이다. 총수 없는 집단 9개는 POSCO, KT, 농협, 에쓰오일,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한국지엠, 에이치엠엠이다.


◇해외 오너 경영 기업의 성과


오너 경영에 반대하는 논리는 “경영권의 세습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다”거나 “재벌 2세나 3세의 능력에 대한 의문”이라는 것이다.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이것만 강조한다면 우월성과 장점을 가리게 된다. 이런 편견이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악이고, 물려주지 않는 것이 선이라는 이분법을 낳았다. 오너 경영이 악일 수만은 없다. 이것이 악 그 자체라면 가족기업의 성과가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가족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월등하다는 것은 수많은 비교연구로 확인된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추적 연구를 해온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Credit Suisse Research Institute)는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인텔리전트 지식정보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톰슨 로이터즈의 자료를 기초로,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가족기업 1000곳의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 우선 <표 1>은 2006년 이래 가족 기업이 비(非) 가족 기업 즉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영업 실적이 좋을 뿐 아니라 그 차이가 해를 거듭할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2>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추적 분석한 결과 가족 기업이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냈으며 그 폭을 벌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을 보유한 권위 있는 경제·경영 관련 연구기관의 분석 역시 미주와 유럽 등 선진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가족 기업의 성장이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더 빨랐고 전반적으로 우수한 재무성과와 강력한 주가 상승을 이끌었으며, 톱클래스의 성장률과 높은 유동자산 비율, 한결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오너 경영 기업의 평가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 비결 역시 상당 부분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특징으로 한 오너 경영에 있다는 점은 해외에서 더 인정된다. 한국의 경험은 강력한 오너십과 체계적인 전문경영 시스템이 결합할 때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전자는 없고 후자만 있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조직이 무사안일에 빠지고 활력을 잃기 쉽다.


강력한 오너십이 성공 기업과 경제를 이끈 사례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을 거론할 수 있다. 이 회장이 1988년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D램) 개발 방식 결정에서 웨이퍼 표면에 층층이 IC칩을 쌓아 올리는 ‘스택(stack)공법’을 채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오너 경영이 아니었다면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으리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은 현대차를 7년 만에 글로벌 ‘톱 5’로 도약하게 했다. 외환 위기 당시 계열사를 32개에서 15개로 대폭 축소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간 뚜렷한 성과 없는 2차전지 분야에 대한 구본무 LG화학 회장의 뚝심 투자,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회장의 효율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이사회 운영과 구성원의 가치 및 행복 경영 추구는 창조경영의 바이블이다. 오너 경영이 무너지면 이런 일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기업 지배구조의 바람직한 판단


기업 활동에 대한 최우선 평가 기준은 성과, 즉 기업이익의 확보여야 한다. 경영권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이고, 지배구조 논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기업의 효율성과 건전성 확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지배구조 개혁이며, 최종목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이익의 확보다. 다시 말해 경영 성과가 좋다면 오너 경영이든 전문가 경영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 오너 경영 기업이 전문가 경영 기업에 비해 성과가 나쁘다면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이는 오너 경영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 아닌 시장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OECD의 기업 지배구조 즉 ‘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의 원칙 역시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의 단일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출발한다. 이 원칙은 기업 조직 등의 다양성 존중을 토대로 제정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시대엔 오너 경영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를 보인다. 전문가 경영이냐 오너 경영이냐의 선택은 각 기업의 몫이지 외부의 다른 세력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세줄 요약


‘오너 경영 = 惡’이라는 논란 : 이재용의 ‘4세 경영권 승계 포기’ 선언이 논란을 낳는 중. 오너 경영 반대의 주요 논리는 ‘세습경영은 악’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의 성장 비결은 과감한 의사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특징으로 하는 오너 경영에 있음.


해외 오너 기업의 성과 :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약 37%, S&P500 중 약 35%가 가족기업. 미국 신규 일자리 78%도 가족기업서 나와. 가족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월등하다는 게 유수한 국제 연구기관의 비교연구 결과임.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 :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의 단일모델은 없으며, 다양성 추구가 국제적인 흐름임. 강력한 오너십과 체계적 전문경영 시스템이 결합할 때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가 됨. 오너 경영에 대한 이념적 접근 아닌 시장의 판단이 중요.


■ 용어 설명


‘오너 경영’은 기업 소유주가 기업을 대표하고 직접 운영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가족기업’에서 나타남.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서구에서는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됨.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란 기업의 지배구조를 말함. 나라마다 기업마다 거버넌스의 원칙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기업 운영이나 통제의 규칙, 프로세스, 법률의 조합 등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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