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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선수선과(善樹善果)는 환상이다
 
2020-03-23 15:07:22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도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예외가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선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선수선과(善樹善果)로 끝나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특히 선수선과의 원리가 남북관계에 적용될 공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남북협상의 역사에서 입증되었다. 오히려 선수선과의 원리가 잘못 적용되면 더 큰 화(禍)를 불러온 현실을 자주 봐 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는 잠깐 동안 평화 무드가 조성되었다. 하지만 2019년 2월 북ㆍ미 간 하노이 노딜이 평화무드가 환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2018년 북한이 잠깐 동안 평화 모드에 동참한 것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모드 조성이 결코 아니다. 바로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즉 북한은 '평화 무드'를 내세워 한국에 대해 민족공조를 앞세워 "핵 있는 상태에서의 경제지원"을, 국제사회에 대해 "핵 있는 상태에서 제재해제"가 속셈이었다. 하노이에서 이 속셈이 무너지자 북한은 바로 강경모드로 돌변했다. 북한의 돌변은 선수선과의 원리가 황당한 환상에 바탕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입증해주었다.


북한의 돌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선수선과의 기조를 변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철저히 무시하고 도발과 막말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13차례의 미사일 도발도, 문 대통령을 겨냥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와 같은 조롱과 폄훼도 의도된 무시전략이다. 이런 무시전략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즉 3차례의 미사일 발사, 김여정의 악담, 김정은의 친서 후 긴장조성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실효적 대응은 고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침묵이 국민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잘못된 대응이다. 오죽하면 시중에는 '청와대가 대응다운 대응을 하질 못하는 이유가 북한에 치명적 약점(?)을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런 실상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대북정책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선수선과의 원리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역사가 입증했다. 지금 북한에는 다양한 위협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경제위기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 조치로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심화된 경제위기는 통치자금 고갈로 이어져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북한의 총체적 위기가 우리 정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오히려 정부는 북한의 총체적 위기를 활용할 방안을 강구하기보다는 긴급수혈 방안을 찾는 모습이다. 2020년 통일부의 업무보고 중 대북정책은 '선제적 제재면제' '개별관광 추진' '교류협력의 다변화ㆍ다각화'가 골자이다.


이제라도 선수선과의 원리가 환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환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선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북한이 머리를 조아릴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하다. 협상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회담을 하지 않는 것도 회담을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은 많은 전례들이 있다. 따라서 지금은 플랜 B로의 방향전환을 대북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대안 마련에 집중할 시점이다. 그래야 북한 정상화와 북한 주민의 해방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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