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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청년 일자리 더 없앨 ‘고용연장’ 발상
 
2020-02-17 11:37:56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40%가 선택한 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은 ‘통근시간’이라 한다. 한국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나쁘다. 2018년의 한 설문조사에서 92.8%가 출퇴근 시간이 괴롭다고 응답했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이 괴롭다는 건 아니다. 경제학자 앤드루 E 클라크와 앤드루 J 오즈월드가 수행한 유명한 연구 결과를 보면, 비자발적 실업은 이혼이나 별거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직장을 가지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보상과 일의 즐거움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정년을 맞이해 직장을 떠나는 동료에게 우리는 정년은 숫자에 불과하니 계속 활발하게 활동하시라고, 위로도 안 되는 말을 덕담으로 한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정년 없는 세상을 원한다. 

대통령은 그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용 연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용장관은 ‘계속고용제도’를 소개했다. 계속고용제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55세 정년에서 60세로 늘린 것이 불과 3년여 전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 14개 부처와 10개 연구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한 끝에 계속고용제의 도입 여부를 2022년부터 검토하기로 결론 냈던 것이 지난해 9월이다. 겨우 5개월이 지났다. 그간 상황이 변한 것 하나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명명된 우한 폐렴(COVID-19) 사태로 체감하는 영업 환경은 혹독하달 정도로 나빠졌다. 이 상태라면 2022년 계속고용제 도입도 어렵게 될 것이다. 

계속고용이든 정년연장이든 이를 도입하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 기업이 일자리가 넘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혁신을 먼저 이뤄야 한다. 관료들은 혁신을 외치지만 현실은 지지부진하다. 단적으로, 지난해 법인세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7조1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 법인세 최고 세율이 22%에서 25%로 올랐지만 기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영업 환경이 아주 좋지 않다는 얘기다. 자연히 일자리도 늘어날 수가 없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이 투자할 자금을 확보해 이를 투자로 연결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직장인의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늘어난다.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

지난 3, 4년간 한국을 제외한 미국·일본·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이를 증명해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선 보호받아야 할 저숙련·비정규직 일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져 갔듯이, 강제로 정년을 늘리면 우선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먼저 희생된다. 기업은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제도 확대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입 사원 채용은 전면 동결될 것이다.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바쳐야 하는 신세계가 온다.

다음으로, 임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임금이 근무 기간에 비례하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개편해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어정쩡한 ‘임금 피크제’도 수술해야 한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도 임금피크제 의무화 도입은 실패하는 바람에 산업 현장은 지금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노인 일자리만 대박이 났다. 취업자 수 56만8000명으로 5년여 만에 최대치인데, 89%가 60대이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8만4000명 줄었다. 꿈과 희망을 잃은 자녀를 둔 부모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정년연장의 유사 버전인 계속고용 실험보다 청년 취업난 해결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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