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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법부 독립 역행하는 사법행정위 신설, 신중해야
 
2020-01-15 10:34:23
◆전주혜 변호사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이하 사법위)가 사법행정·인사권을 총괄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법원행정·인사권을 가진 사법위 신설이다. 

사법위는 그동안 법원행정처 및 법관인사위원회가 행사해 오던 사법행정과 사법 인사 업무를 심의·의결한다. 사법개혁의 필요성 때문에 이와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하지만, 사법위는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우선 사법위의 구성이 문제다. 사법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추천된 4명의 법관과 국회 선출 6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맡지만 6명의 외부위원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또한 외부인사는 반드시 법조인일 필요는 없다.
 
결국 그동안 사법부에 주어져 왔던 인사·행정권의 결정 권한을 외부인사들이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구성은 사법부의 독립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서 표방하는 사법개혁의 방향이 사법부 고유의 인사·행정 권한에 대한 적정한 견제를 넘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개혁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사법위 신설과 그 구성안이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위한 개혁이라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사법위는 위헌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권은 재판하는 권한만이 아니라 이에 따르는 기능을 포함한다. 사법인사와 사법행정 모두 사법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특히 사법 인사권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다. 따라서 사법부의 독립과 직결되는 사법 인사권 등 사법권의 일부를 법관이 아닌 사람이 행사한다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점은 프랑스 최고사법평의회와 비교해 보더라도 분명하다. 사법 인사권 등을 가진 평의회에 대해 프랑스는 헌법에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 헌법은 사법권과 관련해 제65조에서 평의회 법관분과위원회와 검사분과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
 
평의회 법관분과위는 대법원 판사·고등법원장·지방법원장의 임명을 제청하고, 그 외의 판사는 법관분과위의 동의로 임명한다. 이런 점에서도 사법권을 행사하는 사법위에 대해 헌법이 아닌 법원조직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헌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사법위 위원들의 편향성이다. 현재 전국법관 대표회의의 구성원 중에는 특정 성향 내지 특정 연구회 소속 법관이 상당수 있다.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회의에서 자신의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저지할 방법도 없다. 외부 위원들은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고는 하나 벌써 민변 등 특정 성향의 외부위원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개혁은 결국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뤄진 법원 스스로의 사법개혁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면이 많다. 사건 처리율뿐만 아니라 재판의 수준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 스스로도 기존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나 사법개혁안보다 고강도의 개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한 축이다. 사법부 독립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법위 신설에 대해 진지한 토론과 협의 없이 정치 논리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법안에 대해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여야 간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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