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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사매거진] 2020년 한국 경제는 ‘진흙탕을 걷는 모습’?
 
2020-01-06 13:25:23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 중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칼럼입니다. 


2020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불확실하다. 조금 나아지고는 있지만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은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으로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2020년 경제 전망이 상당 부분 엇갈리는 데서도 나타나고 일본형 장기 불황 문제, 부동산과 통화량 문제 등에서 표출되고 있다.

최근 많은 기관이 우리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숫자도 제각각이지만 2020년이 2019년보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자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은 2019년 성장률 전망치는 1.8%, 2020년 전망치는 1.7%로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019년 1.8%, 2020년 1.6%로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19년 2% 미만, 2020년 1.8%로 전망했다. 이 세 기관의 전망치를 요약해 보면 2019년과 2020년 모두 2% 미만이고 2019년보다 2020년이 더 나빠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달리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과 2020년의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와 2.2%로, 한국금융연구원은 각각 1.9%, 2.2%로 발표하였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2019년 2.0%, 2020년 2.3%로 나왔다. 이들 간에 편차는 좀 있지만 요약하면 2019년은 2% 근처이고 2020년이 2019년보다 좋아진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처럼 전망치가 격차를 보이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을 몇가지 꼽으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해석, 우리 경제 내의 설비투자 전망이 엇갈리는 부분, 그리고 우리 경제 내의 경기변동 사이클 등이다. 우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세계 경제 전체 성장률과 일부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엇갈리는 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2019년 3.0%, 2020년 3.4%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로는 2020년에 더 나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 경제가 개선되는 데에는 인도가 5.1%에서 6.0%로, 남미가 0.9%에서 2.0%로 성장하는 부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9년 2.4%에서 2020년 2.1%로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2019년 6.1%에서 2020년 5.8%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흐름이다. 0.9%에서 0.5%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미국·중국·일본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해석은 미묘해진다. 세계경제 전체가 좋아질 것이니 우리도 좋아진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미·중·일 3국이 나빠지는데 어떻게 우리만 좋아질 수 있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엇갈리는 전망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 내의 설비투자에 대한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20년에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어서 2020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0.1%로 보고 있다. 올해 -8.7%로 전망되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2020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치를 보면 2019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7.9%이지만 2020년에는 +3.6%로 증가를 예측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전망의 중요한 근거이다.

우리 경제의 경기변동 사이클과 연결된 부분도 중요한 요소다. 우리 경제의 경기변동 사이클을 보면 2017년 9월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비슷한 시기였다. 그런데 경기 하락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2년 누적 30%가량 인상했다. 연평균 15% 정도였던 셈인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5%라고 하면 물가상승률의 10배 수준의 최저임금을 매년 올린 것이다. 선거공약이었다고는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임금 인상이 이뤄진 결과 2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 경제의 체질이 약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인상을 오일쇼크에 비유하기도 한다. 임금은 받는 사람에게는 소득이지만 주는 기업에는 비용이다. 영업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워졌다. 특히 취약한 기업이 밀집된 자영업이 힘들어졌고, 이런 쇼크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까지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우리 경제에서 경기 하락 국면이 가장 오래 이어진 때는 외환위기 당시의 30개월이다. 지금 우리 경기는 27개월 정도 하락 중이므로 정상적이라면 2020년 3월 이전에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하락 국면에서의 인건비 쇼크가 반등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만일 2020년 3월 이후까지 저점을 찍고 반등하지 않으면 하락 국면 지속 기간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저점을 찍은 시점을 가늠하기 힘들다 보니 2020년 우리 경제 회복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2020년 경제에서 또 하나 중요한 주제는 부동산과 통화량 문제다. 우리 경제 내의 총통화량(M2) 지표를 보면 2009년 9월 말 기준 1530조원 정도였는데, 2019년 9월 말에는 2855조원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10년 만에 거의 두 배 수준이 됐으니, 연평균 약 7%씩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 물가는 1%대로 물가상승률이 통화증가율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상승은 매우 국지적이다. A그룹은 급격 상승, B그룹은 완만한 상승을 보이는 반면 C그룹은 하락하는 3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지적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자금 흐름과 연결돼 있다.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면 자금이 여러 분야에 골고루 공급되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지금 경기가 부진하고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잘 흐르지 않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통화량은 늘어나고 있는데 생산적 분야가 아닌 일부 지역 부동산으로 자금이 급격히 흘러들면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부동산만으로 접근하지 말고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2020년 우리 경제에 일본형 장기 불황이 일어날지 여부도 관찰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8월 0%, 9월 -0.4%, 10월 0%, 11월 0.2%로 0%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가장 광범위한 물가지표인 ‘GDP 디플레이터’가 2019년 3분기에 -1.6%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분기 -11.9%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수치였다. 일본형 장기 불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 현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서 명목소득까지 감소한다는 점이다. 명목소득 감소는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면서 불황을 장기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2020년 우리 경제는 매우 불확실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흙탕을 걸어가는 모습(muddling through)’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면서 민간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 만능적 사고에서 벗어나 민간을 중시하는 경제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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