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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美, 對北강경책 부활… 북·중·러 문전 기웃거리던 韓, 외교적 고립 심화
 
2020-01-02 17:16:52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20년 전망 - ① 외교·안보 

文정부, 친중·친북 편향정책에 美와의 방위비 분담 논란 등으로 동맹위기 확산 전망
北 ‘중대조치’실행으로 ‘위장 평화’ 2년 만에 파기될 듯… 주한미군 대폭 감축 가능성도

지난 한 해 동안 국가안보와 대외정책의 속성상 응당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대응조치를 취했어야 할 많은 중요 사안들이 정부의 판단 오류나 이념적·정치적 왜곡 때문에, 혹은 국민적 무관심 때문에 간과되고 미뤄지고 방치됐다. 2020년은 우리 정부와 국민이 더 이상 회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현안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진실의 순간이 될 것이다. 2020년의 중요한 외교·안보 정세를 조망해 볼 때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북한 문제에 있어 ‘위장된 평화의 종말’, 둘째 안보 문제에 있어 ‘한·미 동맹의 위기 확산’, 셋째 대외관계 전반에 있어 ‘외교적 고립의 심화’다. 이들은 모두 지난 1∼2년 전부터 잉태돼 온 문제들이며, 올해엔 상황이 대체로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그러한 문제들의 근원인 한국 정부의 파행적 외교·안보 정책에 아무 변화 조짐이 없고, 문제 해결의 의지도 보이지 않으며, 또한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관심도가 낮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 위장된 평화의 종말 

1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세상은 머지않아 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발사 유예) 파기를 시사한 것이다.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한과 미국 사이의 ‘북한 비핵화 쇼’가 2년 만에 종말을 고하는 순간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주선으로 출범했던 미·북 핵 협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거듭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을 지난 2년의 골든 타임은 ‘협상을 통한 비핵화’의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데 소진됐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했고 핵 능력은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다. 그간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는 국내정치적 고려 때문에 그런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해 왔다. 북한도 어떻게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정치적 약점에 편승해 제재 해제를 실현코자 협상의 틀을 깨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간 3개국의 동상이몽 속에 가까스로 유지된 한반도의 위장된 평화는 2020년에는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엔 제재로 수출이 90% 이상 급감해 체제 동요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북한이 참다못해 지난해 말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고 ‘중대조치’를 위협함으로써, 3국 중 최초로 위장평화의 파기를 예고했다. 상원에서의 탄핵안 부결이 확실시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더 이상 미·북 협상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돼 향후 군사적 압박을 포함한 대북한 강경정책의 부활이 예상된다. 악화일로의 한·미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이 유사시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대북한 군사조치를 단행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군사합의로 휴전선 일원에서 거의 일방적인 경계 완화와 무장 해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군사합의와 미·북 합의를 정면 위반해 재차 강경대결로 치닫는 상황이 되면 한국 정부로서도 홀로 남북군사합의에 집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보문제: 한·미 동맹 위기 확산 

한·미 동맹의 위기는 4가지 사안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한국의 대중국 편향 정책이다. 지난해부터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냉전 시대와 유사한 진영 대결의 색채를 띠어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미·중의 입장이 경합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철저히 중국 진영에 동조하고 있다. 둘째는 한국의 친북한 정책이다. 북핵 문제, 대북 제재, 북 인권, 미사일 방어 등 대부분의 북한 관련 현안에서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셋째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의 거부감이다. 한국 정부는 반일민족주의를 통해 한·일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구도의 핵심인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지소미아 폐기 통보의 효력 정지’로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했으나 파국의 씨앗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넷째는 방위비 분담 문제다. 일본은 이미 1996년부터 주일미군 현지비용(기지건설비 + 현지인건비 + 군수지원 + 공공요금)을 거의 전액 부담해 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적국인 북한을 지원하는 데는 수조 원의 예산을 아낌없이 쓰면서도 북한의 남침을 막으려 주둔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는 지극히 인색했다.

한국 정부가 현재의 파행적 대외정책을 중단하고 대외관계를 정상화하지 않는 한 한·미 동맹의 위기는 계속 확산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과 동맹 관계의 격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 국방수권법(NDAA)의 관련 조항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긴 했지만, 이는 단서조항이 부수된 조건부 금지 결의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그리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이 나라 외환시장과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주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외관계: 외교적 고립의 심화 

정부 수립 이래 70여 년간 한국은 미국과 서유럽을 주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이었다. 한국은 수십 년간 아태지역을 포함한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벌이는 다양한 외교적 공동행동, 합동군사훈련, 다국적 연합군 등에 참여함으로써 각별한 유대를 맺어왔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세계 문명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구성하는 핵심 국가들이기도 하다. 한국에 재앙이 닥치면 제일 먼저 도와줄 나라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이 돌연 이들 나라와의 공동보조를 중단하고 엉뚱하게도 세계 공산주의·전체주의 진영의 대표 격인 중국, 러시아, 북한이 구축한 ‘북방 3각 체제’의 문전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들과 전략적 이해를 함께하고 정책적 연대를 구축하려는 의지도 느껴진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6·25 남침의 주역이었고, 현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란과 더불어 최대의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하는 나라들이다. 한국 외교가 그런 행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그들이 한국의 ‘전향’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굴종적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압적 무시와 홀대를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동맹도 진영도 우방도 없이 외교적 고립의 깊은 수렁에 잠기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 

한국이 현재 직면한 국가안보와 대외관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명백하고 간단하다. 지난 2년간 우리가 스스로 행해 온 동맹과 우방 관계의 파괴, 한반도 평화보장 체제의 파괴를 모두 원상 복구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복원하면 된다. 그에 앞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의 확산이다. 국민이 눈과 귀를 닫고 정치세력의 폭주에 침묵한다면 위기의 극복은 실현될 수 없는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전 외교부 북핵 대사·차관보 


■ 세줄 요약 

北 위장 평화의 종말 : 김정은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시사로 ‘북한 비핵화 쇼’가 2년 만에 종말을 고할 듯.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말 대선 이후로는 미·북 협상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돼 군사적 압박을 포함한 대북 강경정책을 부활시킬 것.

한·미 동맹 위기 확산 : 한국의 대중국 편향 정책, 친북한 정책,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의 거부감, 방위비 분담 갈등 등으로 한·미 동맹 위기 확산. 주한미군 대폭 감축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 큼.

외교적 고립 심화 : 한국 정부는 문명사회와의 공동보조를 중단하고 공산주의·전체주의 대표인 ‘북방 3각 체제’의 문전을 기웃거림. 하지만 북·중·러의 무시와 홀대가 계속되면서 동맹도 진영도 우방도 없는 외교적 고립이 심화함.


■ 용어 설명

모라토리엄(실험·발사 유예) : ‘모라토리엄’이란 북한이 핵·ICBM 실험·발사를 유예하겠다는 것. 2018년 3월 대북특사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정의용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소개함으로써 알려짐. 이후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이를 약속함. 

미 국방수권법(NDAA) : 미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500명보다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게 함. 트럼프가 지난해 말 서명함으로써 발효됨. 다만 감축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 협의가 될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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