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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안보 전방위 추락, 책임 물어야 한다
 
2019-11-26 15:26:36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보분야의 심각한 실수 빈발  
지소미아 번복은 청와대 책임  
文친서 받은 김정은 기고만장 

방위비 요구에다 미군 감축론  
북핵 폐기 요원한데 동맹 흔들  
안보 失政 더 추상같이 따져야

현 정부의 독특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반환점을 돌 때까지 잘못을 인정하거나 질책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국가 경제는 추락 중이고, 출산율이나 청년실업률은 포기 상태며, 남북관계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기존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큰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근 안보 분야에서는 심각한 실수들이 반복됐지만 반성도 하지 않고 책임도 묻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한·일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 6시간을 남겨 놓고 ‘종료의 중단’이라는 누추한 말로 조건부 유예했다. 애초에 역사와 경제 문제에 지소미아라는 안보 사안을 결부시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리고 그 3개월 동안 협정 파기를 위협해 얻은 것은 거의 없다.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한·일 국장급 정책 대화 재개 약속을 받으면서 한국은 일본의 무역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정지시켰다고 한다. 일본 관리들이 “퍼펙트 승리”라며 자축하는데 뒤늦게 청와대가 발끈해 봐야 실수는 만회되지 않는다. 통상적인 정부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다고 한다. 귀순한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던 무렵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답장의 친서도 없이 조선중앙통신을 이용해 “김 위원장이 부산에 가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고 거절했다. 친서를 보낸 사실은 물론 특사라도 보내 달라고 문 정부가 “간절한 청”을 몇 차례 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 등의 원색적 언어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은 수시로 비속한 언어를 사용해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우리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통상적인 정부라면 대북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반성하고, 친서를 보내도록 잘못 보좌한 인사를 문책하지 않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5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한국 분담액인 1조389억 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처럼 턱없는 금액을 제시한 사례는 한·미 동맹 역사상 없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rip-off)’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실무협상도 결렬된 상태고, 주한미군 감축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8년 방위비 분담 협상 시 1600억 원을 추가해 미국이 최종적으로 요구한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수용하는 대신 5년 동안 적용하기로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대미 외교와 정상 외교의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적인 정부라면 대미 외교 전반을 점검하고, 현 외교 라인의 문책이나 교체를 검토하지 않겠는가?

더 근본적인 사안으로, 지난해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후 그의 비핵화 용의를 국민에게 보고했고, 이에 따라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한국민은 물론 세계가 북핵 폐기 가능성으로 흥분했고, 정상들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핵 폐기를 위해 북한이 조치한 건 전혀 없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과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해 김일성 시대부터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통상적인 정부라면 북핵 정책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렇게 만든 인사들을 문책하지 않겠는가?

국가 안보 분야에서 현 정부가 이룬 성과가 있다면 하나라도 말해 보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개척하는 데 바빠야 할 국민이 나라의 공산화를 걱정하게 됐고, 우리의 자식과 손자들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문책 한 번 없다는 것인가? 예로부터 신상필벌(信賞必罰)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적용돼 왔다. 지금이라도 현 정부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전제로 문책과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국가 안보 관련 잘못은 더더욱 추상(秋霜)같이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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