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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사매거진] 금융권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신호탄
 
2019-09-09 13:05:06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반 암호화폐는 인터넷 상에서 채굴이 되고 발행이 된다. 가명으로 밝혀졌지만 사토시 나카모토가 탈중앙화를 부르짖으면서 인터넷 상에서 모든 기록이 블록체인 형태로 공유되고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발행되는 체제의 구축을 주장했을 때 많은 네티즌이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화폐를 중앙은행이 독점 발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금융거래기록이 중앙집권화된 은행의 서버에 저장돼 관리된다. 이런 체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중앙집권적 구조를 탈중앙화하자는 주장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와 중앙은행이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에 직면했고 많은 금융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시원한 변화가 없던 상황이라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많았다. 이름조차 생소한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거래되기 시작했고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많은 종류의 코인이 뒤따라 출시되기 시작했다. 특히 뒤이어 출시된 이더리움은 이른바 스마트계약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화폐가 결제되는 기능을 내재해 한단계 진화한 암호화폐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코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알트코인 내지 ‘잡코인’이라고 불리는 코인이 쏟아지면서 코인별로 가치가 들쭉날쭉 하게 되고 한 코인에 대해서도 시간에 따라 가치가 왔다갔다 하면서 과연 이런 코인이 결제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가 일었다.

흥미로운 것은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라는 개념이 뒤이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상에서만 채굴이 되고 발행이 되는 암호화폐의 가치는 안정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가치를 일정 자산에 연동시키는 코인은 가치가 안정되면서 화폐 내지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아이디어는 테더라는 암호화폐를 통해 구체화된 바 있는데, 여전한 의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은 ‘리브라’라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 비즈니스는 칼리브라(Calibra)라는 페이스북의 자회사가 추진하고 있다. 페이팔의 전 CEO이고 페이스북 암호화폐 사업 총괄이자 부사장인 데이비드 마커스가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리브라가 완전히 다른 것은 백화점 상품권처럼 법정화폐를 지불하고 사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아주 쉽게 얘기해서 소비자가 달러를 지불하고 리브라를 사들이게 되고 반대로 페이스북은 달러를 받고 리브라를 발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지적할 점은 리브라의 잠재적 파괴력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전 세계에 포진해 있고 그 숫자도 20억 명이 넘는다.

이들 사이에서 이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하면 리브라 자체가 전 세계에 통용된다. 이 비즈니스와 관련해 우선 전자지갑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 전자지갑이 잘 설치되고 이 안에 리브라가 잘 보관되고 송금되도록 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서비스는 은행계좌가 없는 전 세계 약 17억 명의 소비자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있고 그 안에 전자지갑이 설치되면 이는 일종의 현금지갑이 된다. 이는 은행계좌와는 다르다. 수많은 전자지갑 사이를 리브라가 오가면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굳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서도 많은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결제가 스마트폰 기반으로 쉽게 일어난다. 리브라의 사용 규모와 범위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약간 민감한 부분이지만 리브라의 가치는 유로와 달러 등의 주요 화폐로 구성된 바스켓에 연동되도록 하되 이 바스켓에서 중국 위안화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 패싱’이 사이버머니에서도 실현되는 셈이다.

급기야 미국 의회는 이틀이나 청문회를 실시하면서 자금세탁 여부 그리고 페이스북의 소셜계정과 금융계정 간의 관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페이스북은 현행 법정화폐 제도 하에서도 자금세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셜계정과 금융계정의 분리 운영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빨리 도입하지 않으면 중국이 먼저 치고나오면서 중국에 의해 따라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종합해 보면 중앙은행과 일반은행 중심의 금융체제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이 된다.

첫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등의 코인은 암호화폐가 아닌 암호자산의 범주로 분류되면서 스테이블 코인이 암호화폐로 인정되고 이런 화폐의 사용이 매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치가 달러에 대해 안정된 리브라같은 화폐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안에 장착된 전자지갑 사이를 오가면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상황은 일대 혁명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에서 관광서비스의 가치가 10 리브라라고 명시하면 10 리브라가 전자지갑을 통해 송금이 되면서 결제가 종료된다. 해당 국제결제통화와 해당 지역화폐 간에 환전이 불필요해진다는 점에서 외환 관련 은행의 역할은 대폭 줄어든다.

둘째 페이스북은 법정화폐(이하 달러라고 가정)를 받고 리브라를 발행한다. 그리고 나중에 사용자들이 리브라를 다시 달러로 바꾸는 경우 이에 대비해 달러를 쌓아놓아야 한다. 문제는 한번 리브라가 발행이 되면 이 리브라가 교환이 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전 세계를 돌면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리브라로 교환해주면서 페이스북이 확보한 달러는 일종의 리저브(준비금)가 되는데, 이 리저브는 자꾸만 증가할 뿐 줄어들 가능성은 작다. 페이스북은 이 막대한 양의 리저브를 운용하면서 그 수익으로 리브라의 사용환경을 개선하고 안정장치를 강화하는 등의 목적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페이스북의 지위는 막대한 리저브를 보유한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으로 단숨에 도약한다. 일반 기업인지 금융회사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금산분리가 아닌 금산통합 기관이 그것도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이 글로벌 시장에 새로이 등장하는 것이다.

셋째, 핀테크와 비트코인 등으로 시작된 금융혁신이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화폐에 대한 대체재를 꿈꾼 비트코인의 역할이 끝나고 스테이블 코인 중심의 또 한 번의 혁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의 특징은 기존화폐에 대한 대체재가 아니라 기존 화폐의 가치와 지위를 인정하면서 이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그 가치가 안정돼 일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확산이 예상된다. 핀테크를 포함한 금융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넷째. 우리도 한류 등의 흐름을 이용해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만들어 유통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제품 수출 그리고 한류문화의 확산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준비를 확실하게 하고 선제전략을 시행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민관합동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선점함으로써 금융산업 분야에서의 4차 혁명 시대의 확산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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