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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팝] 韓日 무역전쟁⑧: 인재(人災) 쓰나미 막으려면 경제, 안보, 역사문제 분리 대응
 
2019-08-30 10:44:24

◆ 김도형 한림대학교 일본학과 겸임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기획홍보위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3) 철저한 WTO 제소 준비

일본이 요구한 징용공 피해 보상관련 중재위안 수용을 우리정부가 거부했고 대신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하고 규제 철회를 요청했다. 현재 아무리 체제가 이완되고 개혁이 급한 WTO라 하더라도 느닷없는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징용공 보상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일본의 수출기업은 물론 한국을 포함하는 미국 등 여타국의 생산자와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WTO는 이번 일본의 조치와 같이 정치적 이유 만에 의한 무역제한의 부당성을 호소할 유일한 다자기구이다.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구체적 처방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WTO 제소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해당조치의 부당성과 피해에 대한 보상조치의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치이다.종래의 산업피해와는 달리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일양국은 물론 관련국의 소비자와 중간생산자의 피해라는 차원에서 WTO가 인정하는 세이프 가드 등 기존의 무역구제(trade remedies)로도 보상이 어려운 신종의 산업피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안보주도의 무역규제가 세계적 추세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이러한 시류에 편승한 동아시아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세계 무역에 부정적인 행위는 WTO 회원국은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첫째, 이번 일본의 조치가 초래할 무역제한에 따른 일본 자국의 수출기업은 물론 국내외 경제 산업 소비자 피해규모, 둘째, 그 직접적인 요인으로 거론한 전략물자의 북한유출의 경로와 이에 따른 북한 미사일 핵과 대량살상가스 개발에 미친 과학적 기술적 효과, 셋째, 일본정부의 민간기업의 수출통제라는 과잉개입의 정당성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물증과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준비하고, 넷째, 징용공 가해 혐의 기업과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기업간 직간접 관계 및 기업거버넌스 규명, 다섯째, 하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우리의 중간재와 동 기술유출 통로를 재점검하여 군사정보기술 전환 의혹을 사전에 불식시키며 대중 지재권 강화 협상에 적극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4) 전자 장비, 정밀화학, 고급기계류 등 여타 실물과 금융분야로 규제 파급 차단

우리 정부가 국내 전문가들의 징용공 피해 보상안과 일본의 제3국 중재위 구성안 모두 거부 했고 WTO 제소에 나선다 해도 현재로서는 실익이 의문시된다. 남은 것은 한국이 중재위 구성안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추가제재이다. 중재위를 수용하더라도 합의까지기존 수출규제는 지속될 것이고 양국간 무역 투자 기술교류도 축소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한국경제 금년 하반기 성장률 전망도 일제히 하향추세다.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스마트폰, 대형 TV 등 주종수출 감소, 일본의 대한 실물과 금융투자가 급감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직후인 작년 11월부터 금년 5월까지 양국간 무역은 46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줄었다. 2019년 1.4분기 일본의 해외투자 총액은 물론 주요파트너인 중국 (107% 증가), 미국(77.5% 증가), 인도(26.7% 증가), 베트남(20.3% 증가) 모두 감소(6.6% 감소)한 것은 한국뿐이다. 게다가 1분기 국내증시에서의 일본투자가의 순매도액도 늘어나고 있다.

추가규제와 이에 따른 여타실물 및 금융분야로의 파급을 최대한 차단하여 일본자금의 유출이 IMF 외환위기의 트리거가 되었던 사실에 유념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이 요구된다. 첫째, 일본의 대한거래 당사자와 이해관계자(생산, 수출, 투자, 수입, 유통, 기술거래 등등)의 다양성에 착목하여 대한규제가 여타 분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대일교섭 채널도 다양화해야 한다. 시간이 소요되지만 상호이해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달리 없다.

둘째, 최근 국내 지자체와 지역개발청(대구경북, 부산진해, 새만금 개발청 등)의 대일투자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은 대한투자에 무관심하다. 지역혁신과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면 일본기업의 대한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투자 유인체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협력을 촉진할 한일지역별 투자협력전문가 협의회(특히 전문 산업기술 멘토 투입) 운영을 권고한다. 우후죽순으로 태어나고 있는 정관계의 각종 경제보복 대책특별위원회는 총론에 그칠 뿐 수십년 이래의 천편일률적인 방안 나열이다. 이들을 통합 정리하고 컨트롤 타워를 세워 기업과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의 묘를 기해야 한다.

셋째, 일본기업의 제조업 관련 외국인투자 격감 우려와 동시에 기존의 대일 핵심부품소재 수입과 국산화 기술개발 지원 관련 주한일본기업의 관련인력의 본국철수가 본격화하지 않도록 기존 기업간 협력관계 유지에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요청된다. 진지하게 일본의 경제단체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넷째, 경제의 기초조건이 충실하다는 이유로 일본의 통화스왑 연장 제안을 거절했던 지난 정권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외환보유고만을 내세울 수 없다. 기초조건마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다행히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는 했다. 금융당국은 일본자금의 증권시장 이탈을 포함하여 국내외 자금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5) 실효성 있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지원시책

2019. 상반기 11개 분야 소재부품산업 중 9개 분야 대일무역수지가 적자이다.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18억4500만달러, 전자부품 21억 2300만 달러, 일반기계 부품 적자 5억 1500만 달러, 1차 금속 제품 4억 5000만 달러, 전기장비부품 4억 900만 달러 등 총 67억 달러 적자이다. 11개 분야 중 금속 가공(5400만달러), 수송기계부품(200만달러) 등 2개 분야만 흑자, 나머지 산업군은 모두 적자이다. 중급기술군에서는 수평적 분업, 그 외 고급기술군에서는 극히 일부만 흑자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이번 포괄적 수출허가제도에서 제외된 포토 리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플 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포함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분야는 수출 11억 3200만 달러, 수입 29억 7700만 달러, 적자 18억 4500만 달러로 대일의존도 여전히 높다.

한국은 1978~1995년 대일수입선다변화 제도 및 2차에 걸친 대일부품소재 국산화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급 정도 부품소재 국산화는 가능했다. 이후 고급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2001년부터 소재부품 특별조치법으로 전문기업 육성, 2013년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 으로 2020년 까지 한국의 소재부품 수출규모를 6,5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그럼에도 2018년 현재 소재부품 수출액은 3,162억 달러에 불과하며 한국 11개 소재부품 분야 중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업종은 2017년 4개에 불과(2010년 7개)한 실정이다.

차제에 우리의 국산화시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① 분명한 타킷 부재와 지원의 방만성, ② 기술개발에서 상품화까지 오랜 기간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이고 일관된 지원이 필수적임에도 정책의 일관성 결여. 2013년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200대 소재부품 개발과제 적시했지만 2016년에는 다시 4차산업혁명 대응용 50대과제, 주력산업 고도화용 50대 소재부품 적시 등 수시로 정책방향 변동, ③ 기획예산부서와 현업 부처간의 연구개발 실적평가와 인센티브 제공 등을 둘러싼 엇박자와 사업총괄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이다.

아무리 원천기술이 확보된다 해도 상용화까지는 험난한 길이다. 몇 번의 죽음 계곡을 건너야 한다지 않는가.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대기업총수만 불러내서는 안 된다.

첫째, 범정부 차원의 핵심소재를 대상으로 연도별 목표 분명히 제시, 국산화율 체크, 정권 부침에 상관없이 시대별 요구에 맞게 미세조정을 통한 지속적이고 체계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기업현장 목소리 들어야 한다.

둘째, 대일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소재의 경우 기초연구개발 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일본의 핵심부품소재는 이른바 고도 숙련에서 잉태되는 암묵지(暗默智)의 결정체로서 쉽사리 모방하기는 어렵다. 특히 원료배합비율과 온도 차이에 민감한 화학물질이 그러하다. 그만큼 우리의 제조업 스마트전략에 포함시켜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일본기업과의 제휴 혹은 M&A를 통한 공동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 등 개방적 통상정책 기조와는 동떨어진 정부 주도의 분야별 특정 진흥형 산업정책의 오해를 쌀 만한 용어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기술력은 수익력 확보를 위한 필요요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글로벌라이제이션과 4차산업혁명이라는 통상산업환경 변화에 맞추어 고급기술+고가시장+브랜드력으로 민간주도의 수익모델 창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지원은 후발지역과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에 한정해야 한다.

넷째, 공공외교력을 총동원하여 강제징용 피해자 위로금 지급을 위한 국민성금 조성 여부를 조기에 결정해야 한다. 기한은 법원이 일본제철의 현금화를 위해 기업방문조사를 완료하는 금년 말이다. 그 선제 조치로서 현재 수입금지 중인 일본산 수산물의 단계적 해금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양국이 ‘안보는 미국, 시장은 중국’이라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벗어나 동아시아 공동체 미래 비전과 국제국가로서의 책무를 공유할 테스크 포스를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천재(天災)는 단기간 복원되고 때에 따라서는 새로운 프레임구축의 계기도 되지만 특정이념에 경도된 자기중심적인 리더십이 빚은 인재(人災)는 두 나라 틀을 동시에 바꾸어 공생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으면 극복이 불가능하다. 양국은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 강화야말로 인간의 자유, 생명존중, 민족을 넘어선 인류애 등 인류 보편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동의 전략자산이라는 신념을 더 이상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위기는 공동 관리하며 미래로 나가야 한다. 양국이 함께 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존이구동(存異求同), 절차탁마(切磋琢磨) 정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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