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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팝] 韓日 무역전쟁⑦: 인재(人災) 쓰나미 막으려면 경제, 안보, 역사문제 분리 대응
 
2019-08-30 10:38:34

◆ 김도형 한림대학교 일본학과 겸임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기획홍보위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2011. 3. 11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의 동북지방 전자부품기지를 휩쓸고 관동지방 조립업체는 물론 민생경제와 동아시아 서플라이 체인 단절의 위기를 몰고 왔던 쓰나미가 천재(天災)였다면 이번 사태는 한일양국의 협량하기 그지없는 리더십이 만들어낸 인재(人災) 쓰나미이다.

위안부 문제로 3년간 정상간 만남조차 기대하기 어렵던 시기 아베정부는 이미 외교청서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우호국’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올 4월 외교청서는 각종 갈등 현안을 모두 적시하면서 2018년과는 달리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중국은 동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이 언제였나는 듯이 가장 긴밀한 경제 관계와 인적·문화적 교류 대상국임을 명시했다.

금년 방위백서 초안도 안보협력면에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언급하던 한국을 인도, 아세안에 이어 4번째로 밀어냈다. 사실상 한국격하이다. 이제 한일양국은 경제와 안보면에서 더 이상 우호국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도 아니다. 변명의 여지없는 일본의 보복성 무역 제재에 한국의 대일 수출규제, ‘보이콧 재팬’ 등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이어 GSOMIA 폐기,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까지 이어지며 반일과 혐한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아가 한국 내 때 아닌 식민지근대화론 등장이 반일친북과 친일반북 프레임에 불을 지피고 여론이 양분되는가 하면 일본은 거짓평화를 외치며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극우세력과 호헌파들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의 소재·부품 수출 중단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지연 중단되면 한일의 반도체와 전자전기, 기계, 화학분야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은 물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첨단기업과 제조업계도 줄줄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작금의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중국의 대한 경제보복, 패권경쟁을 노리는 미중 무역분쟁이 끝내 한일간 무역전쟁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WTO 조사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무역제재로 글로벌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3년 뒤인 2022년 한국의 실질GDP는 3.34% 줄어든다. ASEAN에 이어 두 번째로 감소폭이 크며 중, 미, 일도 GDP가 2~3% 줄어든다. 그렇지 않아도 하향국면을 향해 가고 있는 마당에 경제보복이 가세하면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예상된다.

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최대의 위기를 자초한 양국의 정관계 리더들은 경제, 안보, 역사문제를 분리하여 개별 사안의 緩急, 輕重, 先後를 가려가며 대응책을 강구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지향하며 그 혜택을 누려온 국제국가답게 처신해야 한다. 성급한 정치외교적 일괄타결은 선언에 그칠 뿐 또 다른 화근을 남기게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까지가 그랬다. 우선 양국지도자는 과거에 속박되지 말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한 선진우방국임을 상호 인정하는 정치외교적 결단과 그 전제가 되는 기존의 대일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1) 전략물자 수출관리체제 재점검, 대북제재 공조체재 동참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주장의 근거를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우리의 수출관리체제의 검정을 요구하므로 이에 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백색대상국 제외에 그치지 않고 설령 징용자 배상문제 해결이후에도 추가규제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병기에도 사용되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 올 규제(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 가능성이 높은 물품 수출의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도 ‘일본보다 더 강하다’는 식으로만 대응하지 말고 북핵위기 국면에서 전문인력 확충을 포함한 중장기 수출관리체제 정비계획을 밝히면 될 것이다. 동시에 일본과 부정수출 우려에 관련된 의제로 실무협의도 정상화하겠다고 천명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수출규제 완화 요구는 구차하다. 동시에 이번 조치가 일본경제에 보다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등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이번조치를 정치적, 경제적 동기만으로 치부함으로써 사태를 스스로 악화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향해 의연해야 한다.

여타국들은 민생용이라도 병기개발에 이용될 소지가 큰 전략물자 수출에는 항시 감시망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최근 지방소재 기업이 3500kg 이상의 탄소섬유를 한국 경유 중국에 무허가로 수출한 사례도 적발되었다는 보도이다.

우리정부도 2015~19년 3월까지 전략물자 위법수출이 156건이고 북한 우호국인 이란과 시리아로 화학물질 등이 수출되었다고 공식화하고 있지 않은가. EU도 한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하지 않고 대한수출은 여타아시아 제국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EU와 보조를 맞추려는 조치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일본정부가 3개 품목에서 부적절한 사안을 확인했다면서 내용은 밝히려 하지 않은 것은 더욱 문제다.

우리의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불법 유출되었다면 당연히 유엔제재 위반이다. 지난해 북한 산 석탄이 러시아 산으로 둔갑하여 국내 반입되어 미 재무부의 주의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그 외도 7개 다국적 군에 의해 북한은 해상 불법 환적 혐의를 다수 받으며 일본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가. 대북 유출의 구체적 물증을 일측에 요구하는 한편 에칭가스의 독가스(1995년 지하철 살포 사린가스 상상) 전용의 과학적 증거 등을 제시하여 ‘신뢰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해명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과거 재일조총련 조직 등을 통해 오늘의 북한 미사일과 핵개발에 필요한 부품소재를 반출한 혐의를 포착하여 이들에 금융제재 등을 포함한 엄중한 제재를 가해 왔다.

최근에는 한일군사정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파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8. 12. 20일 북한 어선 구조작업 중이던 해군의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함정을 향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의 근접 비행과 한국측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照射)사건이 발생했다. 두 개 사건의 진실공방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측은 근접비행을 부정하고 레이더의 탐지 일시, 방위, 주파수, 전자파 특성 등을 군사비밀로 지정, 공개를 거부하며 논란을 키우고 근접비행은 수차례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은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구축의 핵심 수단인 만큼 연장은 당연하다. 미국을 경유하지 않고 북한 동향 등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미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체결된 협정이었다. 이제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경제를 넘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근간을 붕괴시켜서는 안 된다.

차제에 북한 비핵화, 일본의 북한인질, 북한주민 인권 문제 동시타결을 위한 한미일 안보체제 강화와 GSOMIA의 개편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기존협정 내용이 부실하다고 핑계를 대기 전에 양측은 공적(公敵)과 이적(利敵)을 분명히 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정보가 적국으로 넘어간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데 제대로 된 정보를 받기를 원하는가? 한일 모두 대량의 고가 전략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응분의 방위비를 분담하면서 전략정보가 차단된다면 이 무슨 자주며 자강인가?

(2) 제3국 중재위안 수용, 배상·보상 포기와 피해자 국내 구제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하여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수용하라는 요구이다. 우리 정부는 정부가 개입된 배상안을 일체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직도 사법부 결정에 행정이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론이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를 우리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실을 두고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가 한국을 법치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국가로 보는 시선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일본은 기회 있을 때마다 꼴 대를 마음대로 옮기고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비아냥거린다.

물론 이러한 비난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차제에 우리에 지워진 멍에를 과감히 걷어치우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도 청구권협정에 명기된 대로 우선 중재위 구성안을 수용하고 그 결과에 대비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1+1 보상안 수용이든 수출규제 철회를 전제로 한 제3국 중재안 수용은 거부나 마찬가지다. 전제없이 수용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일본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알리고 국가보상이 개인보상을 소멸시킬 수 없음을 호소하는 기회로 만들자.

중재위에서 실패하면 그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리고 대일보상과 배상 등 일체의 물질적 요구는 포기하고 피해자 및 그 유가족 구제는 정부 혹은 국민성금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이를 위한 피해자 그룹과의 사전조율과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최고지도자가 결단해야 한다. 사법부 판결은 어디까지나 주권의 범위 내에 미칠 뿐이다.

게다가 외교 국방 등의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입장과 다를 경우에는 ‘사법자제원칙(principle of judicial self-restraint)’을 수용, 행정부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법 운용관례이다. 최고 통치자는 법리와 인권보호에 충실한 변호사이기 이전에 사법과 행정 상호간 간극을 메워가는 국가수반의 소임도 다해야 한다. 국제조약과 협정 준수와 사법부 판결 동의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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