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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 2019년 8월호] 특집_고령화와 정년연장 논의, 현황과 과제_미래 세대의 부담 고려한 신중한 접근
 
2019-07-31 14:34:42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정년연장 정책에는 매우 복잡한 이슈들이 연결돼 있다. 우선적으로 친노동정책기조, 노동분야의 경직성 문제, 세대 간 갈등 이슈 등이 겹쳐 있고 소득주도성장정책과도 연결돼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에는 정부주도의 케인즈적 확장정책기조와 친노동적 정책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케인즈적 수요확장 정책은 총수요가 부족해지는 불황시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정책적 기조다.

총수요 증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국책사업 등을 통해 직접 정부지출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러한 정부의 재정정책에다가 임금정책을 더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에게 임금을 대폭 인상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소득을 증대시켜 총수요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물론 투자여력은 있으나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이라는 처방을 제시하면 임금증가가 근로소득증가로 이어지면서 내수가 증대되는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고 돈이 돌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처방이어야 한다. 올라간 임금을 계속 지급하기는 힘들다. 정년연장이 되어 임금을 더 많이 받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고 내수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년연장은 소득주도성장과 겹쳐져 있다.

정년연장은 친노동적인 정책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은 대표적인 친노동정책이다. 정년연장의 경우도 그 혜택을 보는 근로자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년연장에는 친노동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친노동이 반자본이 돼서는 안 된다. 노동과 자본을 이분법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이 둘이 제대로 잘 결합돼야 부가가치가 증가되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경제 내의 아킬레스건인 자영업 부문을 보면 이러한 정책기조가 상당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금인상 정책의 부작용은 우리 경제 내에서 가장 취약한 기업들, 즉 자영업 부문을 덮쳤다. 자영업자는 겉으로는 인력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안을 들여다보면 매우 힘든 근로자에 가깝다. 자기가 자기를 고용하면서 자기 월급을 받아야 하지만 자기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 도소매·음식료·숙박·운수 등의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에 주로 종사하면서 힘들게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 자영업자들에게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정책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정년연장, 노동분야 경직성 증대 우려

이렇게 좋은 뜻으로시행한 정책들로 인해 노동분야에서의 경직성은 대폭 증가했다. 정년연장정책은 노동분야의 경직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저출산 노령화 시대에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니 미리 정년연장을 통해 일하는 기간을 늘려서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자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노동시장에 양극화가 심하다는 점이다. 청년층이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는 주로 공기업 공무원 등 공공부문과 대기업, 금융기관 등이다. 그런데 정년연장이 되면 이러한 좋은 일자리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년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숙련된 고령 근로자가 많은 분야에서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이뤄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에서 정년연장 정책으로 인해 신규인력 채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정년연장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제대로 취업을 못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청년들은 경쟁력을 잃게 되고 근로경력이 단절되면서 평생을 힘들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일자리를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장년 내지 노년층이 차지하면서 청년들이 가야 할 일자리를 내놓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더구나 저성장시대에 이러한 좋은 일자리 숫자는 정체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년연장은 자칫 잘못하면 일종의 기득권보호 정책이 되어버릴 수 있다.

 

급여체계 개편, 조직 문화 변화가 선결과제

또한 보상체계 문제도 심각하다. 현행 급여체계는 대부분 연공급체계다. 나이가 들수록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하에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인건비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연공급체계에서 성과급 체계로의 개편이 확실하고 비가역적으로 잘 전환이 돼야 한다. 만일 연공급체계가 그대로 지속되면 인건비 상승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고령 노동자들에게 간접적 퇴출 압력을 강화할 수도 있으므로 정년연장의 실질적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조직 문화의 변화도 중요한 이슈다. 우리 경제 내의 대부분의 조직에서 연령이 높아진 근로자는 관리자가 되면서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하지만 서구의 경우 나이와 별 상관없이 전문직으로서 계속 일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 든 전문직 직원이 나이가 어린 관리직 간부의 통제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러한 부분에 취약하다. 이러한 조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년연장을 해도 관리직의 숫자가 증가하지 않아 조직 내에서 역할을 찾을 수가 없어서 효과는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우리 경제 내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는 매우 취약한 수준이다. 갑작스러운 노령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연금, 의료보험, 국가부채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미래 세대들에게 은연중에 많은 짐을 떠넘기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정년연장 문제까지 불거지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정년연장은 서두르면 안 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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