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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한국 ‘국제 미아’ 되고 있다
 
2019-07-02 15:17:48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G20 합종연횡에서 입지 실종  
미·북 ‘판문점 쇼’에선 들러리  
울타리 밖의 羊은 맹수 먹잇감 

美 동맹국이면서 中에 줄서기  
서방 국가들 공동작전에 불참  
일본·중국·북한도 文정부 무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불과 32시간 만에 급조된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2·28 하노이 정상회담 이래 중단된 북핵(北核) 협상을 실무선에서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명목상의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그 이상의 실질적 진전은 없었고, 양측의 국내정치적 필요에 따른 외교 쇼를 연출한 데 만족해야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영토에서 그런 세기적인 쇼가 벌어졌으나 거기에는 대한민국도, 태극기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응당 한국이 포함된 3자 정상회담을 희망했을 것이나, 미·북 어느 쪽도 이를 원치 않았다. 북한은 중재 같은 거 필요 없으니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라”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배척하는 분위기이고, 미국 또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시 어느 편에 설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동맹국이 회담에 참여하는 걸 반겼을 리 없다. 

한때는 한국이 미·북 양측으로부터 번갈아 러브콜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양측에서 동시에 불신과 배척을 받아 동북아 외교 무대에서 그 존재감이 없어졌다. 이는 원칙도 명분도 없고, 동맹국으로서의 신뢰성도, 국제사회의 통상적 인식과 규범도 무시한 채 이념적 편협성으로 기이한 행보를 계속해 온 한국 외교가 감내해야 하는 원죄의 업고(業苦)다. 

앞서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궁색한 위치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무대였다. 미·중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G20 회원국들의 합종연횡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없었다. 한국은 패권경쟁을 하는 미·중 양 진영의 울타리 밖에 버려진 외로운 양(羊)의 모습이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양은 맹수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게 마련이다.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의 동맹국인데도 지난 수년간 대부분의 미·중 간 현안에서 중국 편에 섰다. 여기에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 중국군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북핵, 대북 제재 해제,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성주 사드(THAAD) 기지, 남중국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참여 문제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 북한의 반발이 두려워 국제사회가 한반도 해역에서 벌이고 있는 대북(對北) 밀무역 감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점유에 항거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해상 기동훈련인 ‘항쟁의 자유’ 작전에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불참했다. 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 대부분이 망라돼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일본 외에는 모두 6·25전쟁 때 전투부대를 파병했던 나라들이고, 앞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하면 가장 먼저 한국 전선으로 달려올 나라들이다. 

이들과 등을 돌리고 중국 진영을 기웃거리면서 한국은 대체 무엇을 얻고자 했던가? 그 결과는 너무도 참담하다. 미·중 두 진영 간의 대결 형태로 비화하고 있는 신냉전 체제의 길목에서 한국은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국제 미아가 돼 가고 있다. 한국의 일방적인 대중, 대북 구애에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제재는 여전히 계속되고,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의 애매한 입장을 버리고 중국 진영으로 백기 투항할 것을 고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무시와 비방을 공공연히 계속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국가안보의 보루인 한·미 관계는 양국이 함께 추구할 공동의 가치도 목표도 전략도 상실돼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점차 본격화하는 길목에서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명확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양 진영 사이를 오가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미·중 대결 구도에서 그런 양다리 걸치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미·중 양국 중 택일을 해야만 한다. 미국은 한국의 선택을 언제까지나 인내하며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선택을 마냥 미루면 미국이 먼저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음이 이미 중국 진영으로 떠난 한국 카드를 버리고 동맹국 리스트를 재정비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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