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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배신의 외교’는 동맹 파괴 부른다
 
2019-05-24 14:21:15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학 이론에 ‘세력전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이라는 게 있다. 기존 패권국가가 새로운 패권국에 의해 추월당할 때 고도의 갈등과 무력충돌이 수반된다는 미국 미시간대 에이브러모 F K 오갠스키 교수의 유명한 이론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한두 세기에 한번쯤 나타나는 현상인데, 10여 년 전부터 각국의 중국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중 간의 세력전이 현상이 머지않아 발생하리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에 비춰볼 때 10년 안에 그런 상황이 오리라는 성급한 예측도 있다.

그 경우, 미국은 아시아에서 어떻게 중국의 패권과 군사적 위협에 대처할 것인가? 여러 예측 가운데,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연합에 의한 대응 또는 거기에 베트남을 추가해 5자 연합에 의한 중국 견제 가능성이 흔히 거론된다. 거기에 한국은 어디에도 없다. 헨리 키신저와 앨빈 토플러를 포함한 미국의 대다수 주요 학자는 그런 상황이 도래할 경우 한국은 한·미 동맹을 버리고 중국의 영향권에 자발적으로 귀의해 중국 진영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경제적 분쟁이 아니라 양국 간의 세력전이 과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 차단전략의 시작에 불과하다. 무역분쟁이란 명분의 이 거대 진영 간 싸움은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기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얼핏 미·중 관계와 무관해 보이는 북한 핵 문제조차도 단지 미·북 간의 현안이 아니라, 북한의 핵심 동맹국이자 영원한 맹방인 중국의 배후 책임론이 미국에 의해 강하게 거론되는 형국이다.

이 거대한 싸움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는 한국은 미국의 저명 학자들이 10여 년 전부터 예측했듯이 다분히 중국 편에 선 모양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경제 체제를 타파하고자 창설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선도적으로 가입했고, 북·중이 지난 수십 년간 타파하려 총력을 기울인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체제를 반일 관제 민족주의 캠페인을 통해 스스로 철저히 허물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설치한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해 2년여가 지난 지금도 ‘환경영향평가 미필’이라는 생뚱맞은 이유로 가동을 불허하고, 미국이 전략적 이유에서 동맹국들에 대해 불사용을 권고하는 화웨이의 G5 장비를 앞장서서 상용화한 것도 한국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착해 중국과 더불어 중국의 핵심 동맹국인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해제에 앞장서고 있고, 최근에는 미사일 발사 남발로 한반도 평화를 어지럽히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핵심은 한·미 동맹이었고 일본은 다분히 이를 지원하기 위한 종속변수였다. 그러나 현재 한·미 동맹은 심각한 이상기류로 인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종속변수로 전락했고, 이를 대신해 고도로 밀착된 미·일 동맹이 미국의 아·태 안보전략의 핵심 구도로 급부상했다. 이제는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까지도 한국이 아닌 일본 정부의 시각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한국 국민으로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나, 그 귀책사유는 한국에 있다. 이는 한국이 동맹국 미국에 대해 배신의 외교를 전개해 온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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