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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對北 인도적 식량 지원도 위험한 이유
 
2019-05-17 15:38:57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일과 9일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했다. 적절한 방어 수단이 없는 우리로서는 신종 미사일은 새로운 위협이며 엄중한 도발이다. 이런 위협과 도발 행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포애와 인도주의라는 감성적 명분에 매달려 식량 지원에 안달하는 모습이다.

대북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13일 방한한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통일부·외교부 장관과 만난 후 문재인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와 인도주의적 사항 분리’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 대상의 영양 지원 사업의 필요성’ 등 식량 지원 명분도 축적했다. 이어서 정부는 우호적 시민단체를 앞세워 식량 지원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서는 한편 지원 시기와 방식, 규모 등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 반응은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라면서 싸늘하다. 대신 ‘개성공단 재가동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요구’를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다급하고 절박한 식량 위기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외부에서 북한의 식량 위기를 조장한 듯한 의구심이 있다. ‘주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의구심의 하나다. 또한, WFP가 대북 식량 지원으로 얻으려는 기관 이기주의가 위기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통계를 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예년에 비해 나쁘지 않다. 관련 기관은 2017년 식량 생산량은 470만t, 2018년은 455만t이라고 한다.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최근 생산량 추이를 보면 외부 세계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이런 판단은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가 장마당(평양)의 쌀가격을 조사한 결과로도 입증된다. 그 결과를 보면 2018년 쌀 가격은 ㎏당 4700∼5000원으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고, 이달 중순에는 4200원으로 떨어졌다. 물론 정부는 공식기관·공식기구의 조사 결과가 아니라며 의문을 제기하지만, 쌀값의 경향성을 부인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식량권 보장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북한 당국이다. 따라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책무다. 만약 국내 식량 생산량이 부족하다면 해외에서 수입하면 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소요될 비용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향해 도발 수위를 높이는 현실에서 식량 지원은 도발을 부추기는 것과 같다. 또한, 식량 지원이 권력 핵심계층의 혜택이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인도적 대북 지원의 위험성은 군용으로의 전용 가능성과 김정은 폭압 통치 체제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바로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지원이 오히려 우리의 안보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적 지원이 대북 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만드는 촉매가 돼 종국적으로 북핵 폐기(FFVD)의 길을 상실할 위험도 있다.

정부는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한반도 프로세스의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우리의 선의에 북한도 선의로 호응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증편향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선의에 선의로 호응해 주질 않았다. 최근 어린이 동시집 ‘축포성’은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대변해 준다. 이러한 북한의 이중성 때문에 확증편향이 위험하다. 즉, 북한의 이중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고 해서 이중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식량 지원이 북한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므로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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