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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기고/최준선]특경법 시행령, 기업인의 무덤 되나
 
2019-05-10 09:49:20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인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후에도 일정 기간 자신의 회사에 이사나 감사로 복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원래는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기업에 대한 제한이었는데 법무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시행령을 고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시행령에서 다른 기업에 취업을 제한한 이유는 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해 배임을 저지른 사람이 처벌을 받은 후에 그로 인해 이익을 안겨준 다른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다면 그 사람은 배임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타 회사 취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범죄를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법무부가 시행령을 고쳐 기업인이 자신이 재직하던 기업체에 복귀하는 걸 막는 것은 취업제한 차원이 아닌 자격정지이자 경영권 박탈이 되므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현재 금융기관은 범죄자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대주주의 주식 소유를 제한하고 범죄자의 임원 임명도 제한한다.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총수의 경우 범죄 전력이 있다고 해서 경영에 상당 기간 복귀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명확히 경영권 박탈에 해당한다. 자기 회사에 대한 경영자격 정지는 단순한 취업제한이 아니라 특경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형벌이 부과되는 것이다. 자격정지는 자격상실과 함께 명예형이다. 명예형도 형벌의 일종이므로 어떤 범죄에 대해 자격정지형과 같은 명예형을 병과할 것인가는 반드시 법률에 명시되어야 한다. 그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다. 그리고 자격정지는 판사만이 판결로써 선고할 수 있는 형벌이다.

총수가 아닌 기업 임직원의 경우 범죄 전력자를 채용할 것인가는 회사가 판단할 문제이지 국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던 사람이 전과자가 됐다고 해서 이미 국가로부터 처벌까지 받았는데 회사에서마저 쫓아내라고 국가가 강요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배임·횡령죄는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데, 억울한 사람이 많이 나오지 않겠는가. 법무부는 ‘법의 정신’과 ‘법의 취지’를 잘 살펴 정도(正道)를 걸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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