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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상읽기] 제4의 길
 
2019-05-09 13:54:35
◆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쓴 `제3의 길`이 출판된 것은 1998년. 책 제목인 `제3의 길`의 단초는 그보다 4년 전에 출판된 `좌와 우를 넘어`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다. 기든스가 직접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좌파인 사민주의를 `제1의 길`, 우파인 신자유주의를 `제2의 길`로 보고, 사민주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 주장 중 수용할 만한 정책을 받아들인 노선을 `제3의 길`로 보았다. 전통 좌파의 주장인 완전한 국가주의도, 전통 우파의 주장인 완전한 자유시장주의도 대안이 될 수 없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정치(life politics)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제3의 길`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한 것이 토니 블레어였다.
`좌와 우를 넘어`가 출판된 해에 만년 야당이던 노동당 당수가 된 블레어는 `신노동당(New Labor)`을 기치로 핵심 정책인 생산수단의 국유화,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 개입, 복지국가를 통한 평등 추구 등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 대신 국유기업의 민영화, 기업가정신의 고양, 개인의 자유와 창의에 대한 존중, 시민의 능력과 기술 향상 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블레어는 노동당을 전혀 새로운 당으로 만들었고, 중산층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여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제3의 길을 추구한 분들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유작인 `진보의 미래`에서 그는, 좌파가 진보원리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고 제3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진보주의의 대안과 전략은 진보원리주의와 제3의 길로 갈린다. (중략) 진보진영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수용의 정도를 가지고 타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중략) 나는 제3의 길이라는 것이 이런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을 역임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을 제시했다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노 대통령의 후예들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아직도 좌파원리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파는 어떠한가? 좌파가 왼쪽 끝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우파 역시 그 대척점인 오른쪽 끝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기묘한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우리나라 우파도, 좌파의 사상과 정책 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대폭 수용하는 이른바 `제4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자유와 시장경제만 절대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평등과 연대의 정신에도 주목해야 한다. 생애주기별 기본수당,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한 기본소득제, 과감한 지방분권, 선거연령 하향 등을 수용해야 한다. 원전을 기저발전으로 삼으면서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받아들여야 한다. 안보에 있어서도 기존의 적대적 대북관을 버리고 당당하게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좌파는 좌파원리주의에서 제3의 길로, 우파는 우파패권주의에서 제4의 길로 나아간 뒤, 함께 국정을 논의하고 이끌어나갈 때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말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고성과 몸싸움은 물론 망치와 쇠지렛대까지 등장했다.
직접적 원인은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다툼이었지만, 근원적으로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고 섬멸돼야 할 적으로 보는 이데올로기적 경직에 있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에서 국회가, 정치가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양극단의 원리주의를 떠나 제3의 길과 제4의 길이 중원에서 만나 실용적인 생활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살길이요, 국민들이 원하는 길이며,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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