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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북한의 핵폐기 로드맵 받아내야
 
2019-04-23 09:27:38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핵폐기 없는 제재해제 바라는 北
한·미동맹 강화, 안보태세 재평가
北 스스로 포기 결정하게 해야"

지난해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은 판문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에서 보듯이 1년이 지난 지금 그에 관한 진전은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박3일의 힘든 여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으나 ‘선(先)비핵화, 후(後)제재해제’의 단호한 원칙을 확인했을 뿐이다. 동일한 시간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그런 방식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제 정부는 1년 전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사가 실제인지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를 통한 미국 핵우산 제거)에 합의했지 ‘북한 비핵화’에는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조건으로 경제제재의 대부분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은 채 보유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정부는 지금까지 내세운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이 적절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북핵의 직접적 위협 아래에 있는 대한민국이 그런 제3자 역할을 주장하는 것부터 타당하지 않다. 1년간의 중재 결과가 크지 않고 미국과 북한 모두에 무시당하는 상황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개성공단 재개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단독회담 시간은 2분밖에 되지 않았으며 방한 초청도 수락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도 우리 정부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제정신을 가지고” 당사자가 되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전략이 타당한지도 재평가해야 한다. 1년 이상 지속한 전략의 성과가 거의 없을뿐더러 북한에 핵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했고,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얕보게 만든 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과 국가가 그러하듯이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야 소중한 물건을 내놓는 법이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안하듯이 강력한 압박을 통해 북한에 핵무기 포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단기적 긴장완화보다 장기적인 북핵 폐기가 더욱 절실하다.

정부는 비핵화 기대에 들뜬 나머지 국론통합에 소홀했던 점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여론은 수구적으로 간주해 배척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야당 지도자, 외교 및 안보전문가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부처는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을 망라해 북한 비핵화에 관한 범(汎)정부조직을 구성, 합리적인 전략을 개발한 뒤 체계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군(軍)에는 최악의 상황에서 북핵을 억제하고 방어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확고한 태세를 강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북한을 설득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비핵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궁극적 성과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지체할수록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달하고, 상황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하거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로드맵을 제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비핵화의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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