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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스튜어드십 코드, 떨고 있는 기업인
 
2019-04-08 15:27:09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판결 안나왔는데 이사선임 반대
'연금사회주의 실현' 오해 불러
의결권 5%제한 등 법기준 필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자체는 죄가 없다. 그 자체가 일종의 연성법(軟性法)으로서 증권 업계에 종사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자율규범에 불과하고 그 위반에 대해 국가의 물리력에 의한 강제가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드 발상지인 영국은 물론 일본·미국도 아무 말썽이 없고 현재 전 세계 20여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왜 한국에서만 시끄러운가. 이는 많은 분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가 너무 커서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을 대부분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코드를 도입한 표면적 이유는 주주 가치 제고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유도 똑같다. 그러나 코드 시행을 공정경제의 실현 수단으로 보는 데서 사달이 났다. 이 코드는 본래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을 바로잡아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 코드의 핵심은 인게이지먼트, 즉 ‘건전한 목적을 가진 대화’에 있다. 대화 내용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탈법과 위법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수많은 국가기관이 감시하면 된다.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개선안을 제시하면 기업은 따르든지, 따를 수 없는 경우에는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comply or explain).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결렬되면 주식을 처분하고 떠나거나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자 선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된다. 이처럼 코드는 아주 가벼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연금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음모가 아닌가 하는 말들이 많다. 그럴 리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스튜어드십 코드로 연금사회주의를 실현한다고 하면 다들 웃긴다고 할 것이다. 기관들 스스로 지키기로 다짐한 자치법규가 어떻게 국가사회주의 실현의 도구가 된다는 말인가. 다만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도 아무렇게나 이 코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오해가 있으니 그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이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코드의 본질에 맞게 철저히 주주 가치 제고와 투자 수익률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작은 예를 보자. 다른 항공사들이 항공유 소모가 큰 단거리 노선에 치중하는 동안 대한항공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게스트하우스 프랑스’ 등과 같은 광고로 장거리 노선 전략을 집중 홍보했다. 장거리 노선은 항공유가 적게 소모돼 수익성이 좋다. 그 때문에 대한항공의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가 늘어난 12조6,500억여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이다. 유가 상승에도 영업이익은 6,900억원의 흑자를 냈다. 글로벌 경쟁사인 델타항공이나 아메리칸에어라인의 주가는 같은 기간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8월 미국 항공 월간지인 에어트랜스포트월드(ATW)로부터 ‘세계 최고 실적의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회장의 피소가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판결이 나기도 전에 기소만으로도 충분히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이러니 연금사회주의를 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기업인들은 경영권 보호 장치가 아무것도 없는 한국에서는 안정 지분 확보만이 경영권을 지키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동일 회사별로 5%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이 법안이라도 신속히 검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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