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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금융허브 더 망칠 지역별 나눠 갖기
 
2019-03-25 16:32:04

◆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 의장으로 활동 중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한국경제 칼럼입니다. 


금융 세계화 전략은 크게 아웃바운드(out-bound)와 인바운드(in-bound)로 나눌 수 있다. 아웃바운드 전략은 밖으로 나가는 해외 진출 전략이다. 다른 나라에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만들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금융기관들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거점을 구축하고 다양한 형태의 해외 진출 전략을 펴고 있다. 물론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미얀마를 가봐도 이미 다른 나라 기관이 많이 진출해 있다. 밖에만 나가면 엄청난 기회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물론 국내 시장보다 덜 포화상태라는 점을 중시해 기회를 엿보는 것은 필요하다. 

인바운드 전략은 손님을 국내로 모셔 들이는 전략이다. 금융허브를 구축해 많은 해외 기관을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금융산업 육성과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도 매우 어렵다. 해외 금융허브들을 보면 나름의 배경과 이유가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주름잡는 선진 대국에 속한 중심 도시들, 예를 들어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같은 도시들이 그 예다. 그리고 나름의 테마를 가진 중심지들도 있다. 스위스는 개인자산관리,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는 이슬람 금융, 그리고 홍콩은 중국의 앞마당이라는 테마를 가진 금융허브들이다. 케이맨제도나 버진아일랜드 같은 섬나라들은 조세피난처가 테마다.

우리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한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금융중심지 전략으로 이름이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는 등 많은 진전도 있었다.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단지가 금융 중심지로 지정돼 인바운드 전략의 거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하면 떠오르는 테마가 별로 없다. 이슬람 금융, 화교 금융, 중국 금융 아니면 조세피난처 같은 주제들이 없다. 그나마 부산은 해양금융과 파생금융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파생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격한 규제 대상이 돼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해양금융의 경우 조선업과 해운업이 매우 힘들어서 상황이 어렵다. 이 두 가지 테마를 추구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이렇게 상황이 지지부진한데 최근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하고서 나오는 이야기 같은데, 매우 조심하고 자제해야 한다. 중심지를 2곳이나 지정해 놓고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면서 세 번째 중심지를 지정한다는 것은 금융허브 전략을 지방균형 내지 지방분권 전략과 혼동하는 듯해서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의미 있는 중심지조차 제대로 건사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해외 기관들은 최근 하나둘씩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 바클레이즈, UBS와 골드만삭스의 은행부문,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유수한 글로벌 금융기관의 서울지점이 최근 폐쇄됐다. 서울이 ‘외국 금융사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지금이라도 금융중심지 전략은 더 정교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 남쪽, 인구 5000만 국가에 금융 중심지는 사실 2곳도 많은 편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이 아닌 해외 기관들의 입장이 돼 서울에 그리고 부산에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떠나지 않고 머무르게 하면서 새로운 손님들을 유치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 기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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