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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상법개정안, 과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가?
 
2019-03-25 16:30:21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3일 정부 과천 청사에서 열린 올해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은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외국 투자를 이끌어 내 기업의 가치를 살리게 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 국회를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생각은 정반대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엉망으로 만들어 외국 펀드들에게 기업 간섭의 활로를 열어주고 결국에는 한국 기업들을 붕괴시킬 것”이라 본다. 세상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률안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그 이유를 보기로 한다.

우선 집중투표제도 의무화를 보자.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이상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1주당 선임해야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면 주주가 그 의결권을 1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7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주당 7개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소액주주들이 뭉쳐서 자신이 가진 모든 의결권을 특정한 1인에게 투표하면 그 1인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 100주를 발행한 회사에서 7명의 이사를 뽑는데 최대주주가 30%를 소유하고 있고 반대세력이 1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자. 최대주주는 210개의 의결권을 갖는데 이것을 7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럼 각 이사에게 30개의 의결권이 돌아간다. 그러나 반대세력은 70개의 의결권을 그가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제8의 인물에게 몰아준다. 그럼 제8의 인물이 1등으로 당선된다. 그들의 대표 한 사람쯤은 반드시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회라는 것은 군대의 참모장교 회의와 같은 것이어서 고도의 전략전술 전문가가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것이지, 무슨 지역구 대표들 모임이 아니다. 각 이해집단을 대표하는 자들이 이사회에 모이면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일사불란한 행동이 불가능하고 각자의 이익만 앞세우게 된다.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정치판이 되고, 이사회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대리하는 집단의 입장에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자회사 기업공개, 자산매각 등 회사재산을 빼 먹을 궁리만 늘어놓으면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일단 국회에 진입하면 지역구를 떠나 나라를 위해 큰 틀에서 일한다고 떠든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여야 할 것 없이, 또 초·재선을 불문하고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쪽지예산이라는 편법으로 자기 지역구 챙겼다는 뉴스는 신물이 날 정도로 많아 보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당선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액주주의 대표도 일단 이사회에 진입한 후에는 자신을 이사회에 보낸 집단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 굳이 이사회에 진입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사는 아무나 될 수는 없고, 또 아무나 되어서도 안 된다. 엄혹한 기업환경에서 기업의 미래와 기업을 일터로 삼아 인생을 투자하고 있는 근로자에게 지속가능한 일터를 제공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본래 기업은 민주적 조직체가 아니다. CEO의 지휘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오케스트라이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집중투표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 19개주 회사법이 이 제도를 채택했으나, 2016년에 이르러 조사해 보니 Arizona, Nebraska, North Dakota, South Dakota, West Virginia 등 5개 주만 의무화 하고 있고, California와 Hawaii는 비상장사만 의무로 되어 있다. 알다시피 경제력이 별로 없는 주들이다.  

일본은 과거에는 의무화했으나 1974년에 의무화를 폐지했다. 한국은 현재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게 되어 있고,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은 3%까지로 제한된다. 이것을 고쳐 완전 의무화하자고 하는 것이 개정안의 태도이다.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규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이를 의무화할 것까지는 없다. 

다음으로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보자. 이중대표소송은 모회사(자회사 주식 50% 이상을 초과 보유한 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자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소송의 종류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자에 대해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것은 ‘모든 인격은 독립체’라는 현대의 법 원칙에 어긋난다. ‘법인’(法人)도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법인격 독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모회사 주주에게만 이와 같은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 소송할 필요가 있으면 그 자회사의 주주가 먼저 나설 일이다. 일본은 2014년 회사법의 개정을 통하여 최상위에 있는 최종모회사의 주주에게만, 또 자회사에 모회사 외에 다른 주주가 없는 경우(완전모자회사)에만 인정한다. 또 자회사의 자산규모가 모회사 총자산의 5분의 1 이상인 중요한 자회사인 경우에만 인정되며, 외국 자회사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 제도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도 자회사의 법인격이 없는 정도로 형식화되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므로 실상은 판례가 별로 없다. 한국은 50%를 초과하는 모회사의 주주에게, 어떤 국회의원은 30%를 초과하여 소유한 모회사의 주주에게 자회사 임원에 대한 소송 자격을 주자고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이 제도를 모든 모자회사 관계에 일반화하자는 주장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문제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선임해야 한다는 것도 해괴하다. 감사위원도 이사이므로 이사를 선임한 모두 후 그 중에서 감사위원을 임명하면 된다. 그런데 이사 선임과 분리하여 감사(위원)위원만을 따로 뽑자는 것이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하고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를 하게 되면 거의 틀림없이 1명 이상의 감사(위원)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다.  

감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들을 감독할 수 있고 회사의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헤지펀드나 적대적 세력들도 회사에 그들의 대표를 감사(위원)로 진출시켜 회사의 모든 고급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들은 배당률 상향조정, 자산매각, 자회사 기업공개 등 온갖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회사가 어느 정도 망가지면 손 털고 철수한다. 한국은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니,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도록 이미 멋진 고속도로를 개통시켰다. 소액주주 보호는 가짜 구호이고 결국 이익을 보는 자는 소액주주들이 아니라 금융자본가(펀드)들이 된다. 회사로서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세상에 이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년 중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사모펀드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병욱 의원 대표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래의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이라는 두 종류의 사모펀드 분류법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종래 경영참여형의 경우 10% 이상 취득하여 6개월 이상 보유하라는 요건, 전문투자형의 경우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행사 제한을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현재 외국계 펀드에 대하여는 일절 제한이 없었고, 국내펀드들만 외국계펀드에 대하여 역차별을 받아왔던 것인데, 이제 국내 사모펀드들도 외국계 펀드와 똑같이 무제한의 주식취득과 무제한의 의결권 행사가 보장된다.  

지금까지는 외국계 헤지펀드만 주의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토종 헤지펀드들의 이리떼(wolf pack) 공격에 완전히 노출되게 된다. 이번 2019년 주주총회 시즌에서도 10여개의 국내 펀드들이 기업들에게 각종의 요구를 했다. 이들의 속성은 절대수익추구이다. 그들에게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배고픈 늑대에게 자비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전자투표제도 의무화를 살펴보자. 전자투표는 투표 방식 문제인데, 정부와 법률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간섭할 필요는 없다. 전자투표가 논의되는 이유는 주주총회에는 적어도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출석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주주들이 모이지 않아 총회 자체가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섀도보팅제도가 도입되었었으나 2017년 말로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다.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는 주주가 늘어나면 이 문제가 조금은 완화될 수는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크게 개선되지도 않는다. 주주가 귀찮아 전자투표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와는 달리 오늘에는 주주 수가 수십만 명인 회사도 있고 의결권의 1/4이 출석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회사도 많다. 그렇다고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리 없다. 국가가 이런 것까지 간섭할 이유는 없다. 총회 성립인원이 미달되는 것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듯이 의결정족수를 ‘출석의결권의 과반수’로 정하면 간단한 것이다.  

한국은 규제지옥이다. 정부는 친(親)노동정책에 인건비는 치솟고, 정치권은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줄줄이 내 놓고 있다. 공정경제를 이룬다면서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펀드들에게 기업경영에 간섭할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는 돌아가면서 목표기업을 열 번씩 압수수색을 해 가며 기업을 뒤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투자를 늘리겠나? 국민을 먹여 살리는 기업을 이렇게 대접하고도 경제가 잘 되기를 바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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