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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 ‘벼랑끝 전술’ 더 이상 안 통한다
 
2019-03-25 16:20:04

◆ 이용준 제19대 주이탈리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1차 북핵(北核) 위기 이래로 북한 외교에는 ‘벼랑끝 외교’라는 별명이 붙었다. 북한이 핵 협상 상대이던 미국을 온갖 험한 비난과 협박과 파괴적 행동을 통해 가파른 벼랑 끝까지 끌고 가서 미국에 양보와 파탄 중 택일을 강요하곤 하던 북한의 상투적 협상 전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지난 30년간의 협상에서 북한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같은 수법을 사용해 미국을 위협하는 협상 전략을 구사했고, 놀랍게도 대개는 성공했다. 

북한이 미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 위해 빈번하게 사용한 위협 수단들은 협상 거부, 핵시설 재가동, 미사일 실험, 핵실험 등이었다. 그런데 그 수단들 역시 지난 3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북한이 항상 같은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데도 미국이 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미국 측 협상 대표가 워낙 자주 바뀌는 바람에 그것이 상투적 협상 전술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시간이 항상 북한의 편에 있었던 관계로 미국은 불리한 합의를 통해서라도 북한의 핵 개발 진척을 지연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핵 포기 없는 제재 해제’를 기도하던 북한의 숨은 의도를 간파한 미국이 ‘일괄타결’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하노이 미·북 회담은 결렬됐고, 난관에 봉착한 북한은 전가의 보도인 벼랑끝 외교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전면 비핵화 의사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일괄타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긴급 회견을 통해 미국의 협상 태도를 비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유지할지에 대해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 부상의 그러한 경고는 미국에 대한 협상 파기 위협인 동시에, 대북 지원 준비를 완비해 놓고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의 날이 오기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우호적 중재를 압박하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도 과거처럼 벼랑끝 외교 카드를 쉽사리 꺼내 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로 인해 이제 시간이 더는 북한 편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핵 문제 해결이 지연될 경우 북한 경제는 점점 회복 불가능한 국면으로 몰리게 될 것이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을 꿈꾸기 어렵게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이 벼랑끝 외교를 기도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너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록 제재 완화에는 실패했지만, 2017년 말의 위태로웠던 상황을 외교적 국면으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의 군사 조치 위협에서 벗어났고, 추가 제재를 막는 데도 성공했다. 또한, 협상 장기화를 통해 핵 보유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만일 북한이 현시점에서 재차 벼랑끝 외교를 시도한다면, 이 모든 것을 잃고 미국의 새로운 경제적·군사적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중요한 기로에서 북한이 어느 길을 택하든 그것은 북한의 핵 포기 의지 여하를 분명히 말해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의 장래와 향후 남북 관계의 운명과도 직결된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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