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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 사법의 위기와 개혁 과제
 
2019-02-20 09:36:47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8개월간의 검찰 수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의 전 법원행정처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대법관을 비롯한 전현직 판사 100여명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법원장이 주요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였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법관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으며,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영장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도 밝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의 최후의 보루이어야 할 사법부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최고수뇌부가 이번 사태에 깊이 연루되어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다는 사실은 사법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사법의 대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법부 내부에서 벌어진 신뢰의 위기라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판결에 대한 불복 사태는 사법권과 법관의 독립에 대한 외부적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하다. 집권 여당까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삼권분립과 3심제를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사법적폐 세력의 조직적인 반격이라고 재판부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금도를 넘은 헌정질서에 대한 가해행위다.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한 국회의원의 재판청탁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정신인데 법원행정처를 관장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 구체적인 죄명 변경까지 거론하며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청탁을 했고 그 청탁을 전달받은 재판부에 의해 뜻한 바대로 벌금형이 선고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프랑스는 재판청탁 등 사법에 대한 침해행위를 형법 434-9조에 중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판사, 검사, 배심원, 법원과 검찰 직원이 법적 권한 없이 직무와 관련해 청탁을 하거나 받을 경우 10년 이하 구금형과 100만 유로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일반인이 재판청탁을 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구금형과 50만 유로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결코 국회의원의 민원해결을 위한 관행이 아닌 것이다.

최근 사법의 위기는 전근대적이고 법관의 독립성이 결여된 사법부의 구조와 제도가 근본 원인이고 핵심은 대법원장의 판사 인사권이다. 유럽에서는 헌법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에서 판사 인사권을 행사하고 법관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승진하거나 전보되지 않는다는‘不動性의 원칙(principe de inamovibilit?)’이 사법권 독립 보장을 위한 보편적 제도로 정착되어 있다. 대법원장의 판사 인사권 자체를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 대한 제약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체제도 종언을 고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법원행정처 체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제도다. 재판에 전념해야 할 사법부가 행정부 몫인 국가정책과 입법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고 이번 검찰수사도 그 과정에서 벌어진 대형 사고라 할 수 있다. 사법부 독립과 직접 관련된 판사의 인사와 법원 예산에 관련된 사항을 제외하고 사법정책업무는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법무부에서 관장하되 판사가 법무부로 파견 근무하는 형태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근대적인 의원입법 관행도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의원입법 관행은 정부 부처의 의원입법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법원행정처 판사가 국회에 입법로비를 하는 경우도 많아 사법부가 입법부에 예속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재판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의원입법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법의 위기는 사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와 국가시스템에 관계된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개혁의 논의는 대법원장 인사권과 법원행정처 문제를 그대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어느 때보다 사법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법부와 법관 개개인의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혁신과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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