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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 그래도 가야 할 길
 
2018-12-21 15:31:06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18년도 저물어 간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검찰의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가 이어졌고 대외적으로는 화해무드 속에 남북관계가 급진전된 기록될 만한 한 해가 되었다. 노동조건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가 도입되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급속한 경제침체와 고용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 희망을 안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인지 경제적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 남북관계를 둘러싼 이념적 대립은 날로 심화되어 간다. 양성평등을 둘러싼 남녀 간의 반목도 자칫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위태롭기만 하다. 


한때 희망과 밝은 미래를 꿈꾸던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금년 말 국민소득 3만 불을 달성한다지만 곳곳에 좌절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청년들에게 미래와 희망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는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어둠의 끝은 밝음이라는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복지국가의 모델로 높이 평가받는 스웨덴도 1860년대까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농업국이었고 1930년대까지 전 인구의 3분의 1인 15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정도로 가난과 실업에 신음하던 나라였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꾸준히 경제발전과 복지제도 구축에 집중한 결과 가장 부유하면서도 분배가 잘 이루어지는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스웨덴은 40년간 갈등 치유를 위한 사회적 대통합의 과정을 겪었고 그 중심에는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헌신한 정치권과 사회의 타협과 양보가 있었다.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의 구축이다. 


효율적인 정부와 제도가 있을 때 부패가 적고 서로간의 관용과 신뢰,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아진다. 국민이 안심하고 세금을 내고 그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의 정치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복지는 국민의 부담만 증가시키고 사회는 빚더미에 올라 파산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법농단 수사를 비롯한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지만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만 질서정연하게 보이게 마련이어서 과거를 함부로 단죄하는데 항상 조심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 법이고 적폐청산 작업을 후세의 역사는 또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는 만큼 국민들에게 불가피한 과정임을 이해를 구하고 분열과 갈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시간은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회의 계층적 이동성이 낮아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커지면 사회의 에너지와 역동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더 늦기 전에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교육과 사회보장, 가족정책을 유기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 반목과 질시가 없는 강한 사회(The Strong Society)를 정치철학으로 1969년 퇴임할 때까지 23년간 재임했던 에를란데르 총리는 스웨덴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고서도 막상 본인은 돌아가 살 집 한 채가 없어 사민당 청년연수원 별장에서 여생을 마쳤는데 대화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펼쳐 스웨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그런 지도자를 기대하는 건 아직 무리인지 모르겠다.


가능성을 믿고 위험에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 가능한 나라, 부당한 특혜와 냉소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 책무는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파도에 흔들려도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무기력함과 패배주의를 떨쳐내고 나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굳은 마음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용기와 도전의 새해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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