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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짐 없다
 
2018-10-22 18:23:29

 이용준 제19대 주이탈리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2차 아셈(ASEM)에서 아시아·유럽의 51개국 정상들은 19일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이는 세계의 모든 문명사회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유하는 공통 입장이다. 그러한 국제적 대의에 역행해 북한의 핵무장을 묵과하고 비호하려고 부심하는 나라는 북한의 동맹국 중국과 극소수 특수 관계국들뿐이다.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서야 할 자리는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 계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독일 총리와 개별 회담을 갖고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그들은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핵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조치는 두 가지뿐이다. 모든 핵시설의 파괴와 핵물질·핵무기의 국외 반출이다. 그러나 북한은 어떠한 ‘돌이킬 수 없는’ 행동도 보여준 적이 없다. 

북한의 비핵화 대상 핵시설에는 1990년대에 건설된 고철 수준의 영변 핵시설과 2010년 대외 전시용으로 영변에 건설한 소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고,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되는 최소 1∼2개의 은닉된 우라늄 농축시설들이 있다. 거기서 생산된 핵물질과 수십 개의 핵무기도 비핵화 대상이다. 그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비핵화 대상은 은닉된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들과 거기서 생산된 대량의 핵물질과 핵무기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는커녕 최초 진입단계인 핵 신고조차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용도 폐기된 핵실험장, 미사일시험장과 낡은 영변 핵시설을 내놓는 대가로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기색이나, 이들은 모두 ‘북핵 역사박물관’의 전시물에 불과한 시설들이다. 설사 북한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협상 대상에 포함시킨들 그 역시 비핵화 대상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북한의 대미 협상 목표는 핵시설과 핵무기를 보유한 채 제재 조치를 해제해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안정적인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2017년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래 별안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등 ‘미소(微笑)외교’를 전개하면서 제재 해제 공작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전면 비핵화를 이행할 조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로 인해,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전면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재 조치가 그 전에 미리 해제돼선 절대 안 된다는 역설적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외교가 끝나는 시점이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외교적 해결이 실패하면 남는 건 군사적 해결뿐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제재 조치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동원 가능한 유일한 비군사적 압박 수단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서도 대북 제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만일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 이전에 제재가 해제될 경우, 미·북 핵 협상 파탄 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핵무장 용인과 군사조치 중의 양자택일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제재 조치의 지속은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조치의 철저한 이행을 그토록 중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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