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경제학에 허딩(herd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이 사는 걸 보고 그저 따라 사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기업이 수익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미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닌데, 큰 손들이 그 기업 주식을 사기 시작하면 다들 따라 사는 행위가 대표적인 허딩이라 할 수 있다. 영어의 허드(herd)라는 단어가 동물의 무리를 의미하는 것인데, 허딩(herding)은 무리를 지어서 특정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말한다.

올겨울 최고 핫 아이템인 평창 롱패딩을 앞다투어 구입하려는 경제행위 또한 허딩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개당 14만 9천원짜리 롱패딩을 사기 위해 첫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일부 고객은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는 진풍경을 빚었다. 오리지널 패딩은 금세 동이 났고, 이제는 비싼 유명브랜드 제품이나 싼 짝퉁조차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롱패딩의 유행을 두고 ‘몰개성’이라느니, ‘유행만 좇는다’느니 하면서 허딩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부에서는 부모님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의미에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요컨대, 비합리적이고 주체성 없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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