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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검찰개혁,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되어야 한다
 
2019-11-01 14:47:33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지금처럼 검찰개혁에 관심이 집중된 적은 없을 것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늑장수사, 봐주기수사가 문제된 이래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분명하게 전제되어야 할 것은 검찰개혁이 논의되는 이유는 검사들의 개인비리를 막기 위한 개혁은 아니라는 점이다. 검사들의 개인비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공적 조직에서도 개인비리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검찰개혁이 다른 기관들의 개혁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검찰조직 자체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국민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 검찰조직 자체의 성격을 바꾸고 검찰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반 동안 검찰을 앞세운 적폐청산을 추진하면서 검찰개혁은 지지부진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정부·여당에서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조정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검찰개혁과 관련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떠올랐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인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편의 강한 반대와 다른 한편의 열렬한 지지가 날카롭게 대립하게 된 것이다.

집권자의 당리당략을 위한 개혁들

지난 10월 14일 조국의 장관직 사퇴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문제로 국가적, 국민적 에너지가 얼마나 소모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며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정리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조국 사태의 핵심은 검찰개혁의 필요성 여부가 아니었다. 정말로 조국이 아니면 제대로 검찰개혁을 추진할 수 없는지의 여부였다. 한편에서는 피의자인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조국의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이 조국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개혁은 무엇인가? 민주화 이후 수많이 개혁들이 시도되었다. 그 중에는 나름의 성과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국민을 위한 개혁을 내세웠다. 심지어 민주화 이전의 군사독재 시절에도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개혁은 정치권력자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그중에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는 민주국가에서 개혁의 명분은 항시 ‘국민을 위한 개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결코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것을 단지 운이 나빠서, 혹은 개혁에 대한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컸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명분은 국민을 위한 개혁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집권자의 이해관계 또는 당리당략에 따른 경우가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도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가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에서 촉발되었으며 이후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으로 대립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

더 우려스러웠던 점은 조국 장관의 퇴진 여부에 대한 합리적 논의나 대화가 전개된 것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주장들만 난무하면서 대한민국은 마치 최후, 최대의 종교전쟁이라 일컬어지는 17세기 유럽의 30년전쟁 당시처럼 서로를 부정하면서 적대감을 키웠다는 점이다. 이런 것이 국민을 위한 개혁일 수 있는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개혁이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되는 개혁이어야 하며 그 결과 또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추진된 개혁이 포퓰리즘일 수도 있고, 국민의 반대 속에 추진된 개혁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무시한 독선적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고 결과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개혁을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 볼 수도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말 그대로 제왕적 대통령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웠고,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국민들이 순응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민주화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에서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의 대통령들도 이런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에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임기말이 반복되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인가? 국민 다수가 원하는 개혁이 항상 옳은 것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개혁이 옳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개혁이 중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민의 의사에 따른 개혁임과 동시에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개혁이다. 하지만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경우도 있고 진정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구나 국민의 의사와 국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의사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며 대의제 민주주의에 방점을 두는 사람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항시 미완(未完)이고, 발전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더라도 모든 중요 국정 사안들을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는 없으며 대의제가 현실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직접민주제적 요소들에 의한 보완의 필요성은 항시 강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개혁, 즉 민주적 개혁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의 의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를 절대시할 수는 없다.

국민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이익이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정당한 이익인지도 따져 봐야 하고 물질적 이익 이외에 정신적 이익도 고려되어야 하므로 대통령이나 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국민의 의사와 국민의 이익을 동시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조화점을 어떻게 모색하는지를 계속 궁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예컨대 1989년 동독의 경우처럼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 우리가 원한다면 손쉽게 통일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국민 다수는 당장 통일을 원하는데, 점진적인 통일이 아닌 즉각적인 통일은 엄청난 통일비용을 발생시켜 국민들에게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국민의 의사에 따라 즉각적인 통일을 추진해야 하는가?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여 점진적인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정답은 양자택일이 아닌 그 중간에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통일비용의 문제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즉각적인 통일을 원한다면 그러한 국민의 의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 제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온당하다.


향후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조국 장관이 물러난 이후 검찰개혁에 향방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는가 하면, 오히려 후임 장관에 의해 더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제 그동안의 국론 분열도 검찰개혁 자체의 당위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조국 장관이 주도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조국 장관이 물러났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끝난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문제의 핵심은 검찰개혁의 필요성 및 당위성이 아니라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즉 검찰이 더 이상 ‘정권의 시녀’가 아니게 만드는 개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의 방향으로 가는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 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이해관계와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정권이 곧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정권의 시녀가 되는 검찰이 곧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경험에 비춰 합리적인 내용의 검찰개혁이 진행되어야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의 도입에 무조건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는 것보다는 그 내용상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하는 검찰개혁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수족을 달아주는 것이 아닌,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넘어 국가시스템의 개혁

또한 공수처의 관할 범위와 조직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을 존속시킬 것이라면 검찰이 공수처에 의한 주된 견제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검찰 수사권을 대부분 경찰과 이관할 것이라면 공수처의 주된 견제 대상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5년 또는 10년 후에 공수처가 나름의 독자적인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장기적 플랜 없이 일단 만들어 놓는 것이 검찰개혁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일 뿐이다.

개헌을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검찰개혁은 분명 중요한 국가과제의 하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산적한 수많은 과제들 중의 하나일 뿐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치개혁의 문제, 경제성장의 문제, 사회복지의 문제 등이 더 중요한 현안일 수 있으며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국가시스템의 개혁 문제, 즉 개헌의 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이 모든 과제들에 앞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은 그 중요성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나타났던 납득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국민적 의혹과 분노가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에서 보여준 검찰 태도가 그랬기 때문에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요청하게 되었던 것도, 최근 조국 사태의 진행 경과로 인해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도 그러하다.

조국 장관의 사퇴 이후 검찰개혁이 이제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될 것인지도 지켜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의 개혁, 개헌을 통한 국가권력구조의 개편일 것이다.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분권과 협치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권력구조를 도입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정치문화가 성숙될 때, 정치개혁의 문제뿐만 아니라 검찰개혁의 문제도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과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만을 고립시켜서 살펴보기 어렵다. 그러나 매듭을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부분은 결국 분권과 협치를 통한 정치권력의 합리화일 것이다.


※이 기사는 바른사회운동연합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발표된 장영수 교수의 발제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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