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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과제와 제안
 
2018-11-02 15:19:41
첨부 : issue_focus_nov.pdf  

김정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대표

 

1. 한국 유아교육의 위기

 

한국 유아교육이 위기에 처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을 거치면서 전체 유치원 원아의 75%를 담당해오던 사립유치원들이 범죄 집단인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 중의 상당수는 자의든 타의든 폐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남아 있는 곳들도 부모들의 불신이 높아진데다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의욕이 저하되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이 이 간극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공약 내용대로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40%로 늘릴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현재의 비율이 25%이니 15% 원아를 위한 국공립유치원을 마련해야 한다. 15%10만명이다(총원 68만명 x 0.15). 국공립 유치원 한 학급이 15명이니까 6,800개 학급이 추가로 필요하다. 6,800명의 교사와 200명 규모의 단설유치원을 짓는다면 500개의 유치원이 새로 필요하다. 그 규모의 단설유치원 짓는데 하나당 120억원 정도 드니까 최소한 신설비만 6조원이 소요된다. 3년동안 짓는다면 매년 2조원이다. 연간 운영예산은 5,600억원 정도 추가로 든다. 매년 2.6조원 가까운 돈이 추가로 든다는 말이다.

 

현재 정부가 누리과정 전체에 지출하는 예산총액은 4조원인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번에 교육부가 내 놓은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2019년 내 1,000개 학급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사실 특단의 대책 수준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2022년까지 6,800개의 학급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절반이나 만들면 다행이다. 이런 상황인데 사립유치원은 범죄 집단으로 낙인이 찍혀서 정상적인 교육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한국 유아교육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양적인 측면의 위기다. 한국 유아교육은 질적 측면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내용에 대한 획일적 국가통제 때문이다. 2012년부터 누리과정이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유치원들마다 다양하던 교육내용은 누리과정으로 획일화를 요구받았다. 국공립유치원과 똑같아지길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다양하고 개성 강한 교육이 필요한데 한국의 유아교육은 오히려 획일화의 길로 들어섰다. 사립유치원이 실질적으로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은 더욱 빠른 속도로 소멸해 갈 것이다.

 

2. 고사 위기의 사립유치원

 

한국의 유아교육은 사립유치원이 주도해왔다. 2017년 현재 전체 유치원 원아 68만명의 75%를 사립유치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범죄 집단처럼 되어 버린 것은 1981년부터 30년 넘게 허용되어 오던 자영업적 관행이 불법인 것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당연히 여겨지던 지출행위가 2012년부터 횡령이 되어 버린 것이다.

 

1981년 이전까지 한국의 사립유치원은 자선사업의 영역이었다. 유치원 세워서 수익을 취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은 대학이나 교회 부설이 거의 전부였다. 1980년 당시 사립유치원의 숫자는 861개에 불과했다.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북한과의 유아교육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생겼다. 정부에 돈은 없으니 대규모 민간의 투자가 필요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당시 정부는 사립유치원 설립을 자유화했고 유치원 운영을 통해서 수익을 내는 것도 허용했다. 유치원 교육내용도 자율적으로 결정됐고 선택은 학부모에게 맡겨졌다. 정부는 유치원에 대해서 거의 간섭을 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이 일종의 자영업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화 정책은 효과를 발휘했다. 사립유치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1980861개이던 것이 1988년에는 3,400개로 늘었다. 6년 사이에 4배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유치원 운영을 통해서 수익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쉽게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무상교육을 위해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자영업으로 운영되어 오던 이들에게 국공립과 똑같은 회계 및 지출 방식을 의무화했다. 그 핵심은 유치원 교비계좌의 돈을 사적으로 취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설립자가 원장을 겸할 경우 급여로 돈을 가져갈 수 있지만 다른 용도로는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재산이었기 때문에 교비계좌와 개인계좌의 구분이 분명치 않았는데, 이런 곳은 감사 받는 곳마다 횡령으로 적발이 되었다.

 

법인 회계를 택하면서도 설립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인정하려면 교비계좌에 들어오는 수입 중 일정 금액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것을 인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 따라서 설립자는 원장으로서의 급여 말고는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챙길 수 없다. 만약 박용진 의원의 입법안대로 설립자가 원장을 겸할 수조차 없어진다면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한푼도 대가를 가져갈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사립유치원 운영을 계속할 설립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립유치원들이 폐원을 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폐원조차 금지된다면 문은 열어 놓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을 포기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 곳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공립유치원의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3. 무상보육과 공공성 개념의 오용

 

오랜 기간 동안 유아교육은 개인적 선택 사항이었다. 2012년 무상보육 정책이 출발했다. 학부모들에게 아이사랑카드(현재의 아이행복카드)가 지급됐다. 유아교육에 정부 돈이 투입됨에 따라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강조되었다. 문제는 공공성의 내용이었다. 한국 교육에서의 공공성은 공무원과 시민단체들의 교육에 대한 통제권을 늘리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의 경우는 국공립유치원 및 국공립어린이집과 똑같이 하는 것이 공공성인 것처럼 되어 갔다.

 

교육에 대한 정치적 통제, 공무원들의 통제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현재의 유아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발을 내디딜 때의 상황, 20년 후의 상황을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로봇과 AI 등이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정도는 알지만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마다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협력을 해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있다. 그러자면 지금의 유아교육은 다양하고 개성이 강해야 한다.

 

불행히도 누리과정은 개성을 기르기 보다는 틀에 맞는 아이들로 찍어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한국 유아교육의 고질적 문제인 획일성은 고착되고 반면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공무원의 통제, 획일적 교육을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획일성보다는 오히려 다양성과 개성 있는 교육이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필요하다. 공공성이라는 개념의 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

 

4. 무상보육과 자율성, 다양성의 공존: 해외 사례

 

유아교육 선진국들은 무상보육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스웨덴부터 살펴보자. 이 나라의 유아교육은 2008UN의 유아교육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은 국공립유치원 위주로 출발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교육의 획일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사립유치원의 설립을 허용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공립유치원도 사립유치원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국공립유치원에 직접 지급하던 교육 예산을 학부모에게 바우처로 지급한 후 각자 원하는 유치원을 선택하게 했다.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이든 사립유치원이든 원하는 곳은 어디든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국공립유치원도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산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국공립 유치원에게도 사립처럼 상당한 수준의 자율권이 주어졌다. 교육 내용에 대해서 정부는 느슨한 지침만 제시할 뿐 구체적 교육내용은 각 유치원들이 알아서 결정한다. 궁극적 판단은 학부모가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이런 방식을 통해 무상교육을 하면서도 교육에 대한 공무원들의 통제를 최소화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키워 왔다.

 

덴마크의 경우 부모는 소득에 따라 유아교육비의 25%까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교육 내용을 통제하지 않는다. 다만 유치원의 장은 (1) 아동의 전인적 발달 (2) 사회성 발달 (3) 언어능력 (4) 신체 운동능력 (5) 자연학습 (6) 문화의 습득 등 6개 분야에 걸친 교육과정을 작성해서 지방정부의 승인을 거친 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즉 무엇을 가르칠지는 각 유치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핀란드 같은 나라들도 교육 및 보육 비용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국가부담으로 하지만 교육 내용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스웨덴 및 덴마크와 다르지 않다.


5.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1025 정부 대책 평가

 

지난 1025일 교육부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을 내 놓았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교비계좌의 돈을 사적으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들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상시 감시 체제, 에듀파인 의무화를 통한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이다. 둘째는 유아의 학습권 보장 방안으로 사립유치원들이 폐원이나 원아 모집 중지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들이다. 셋째는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이다.

 

감시체제 강화 및 투명성 강화 조치들로 인해 설립자 원장들이 교비계좌의 돈을 사적으로 가져가는 일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운영 의지의 상실이라는 더욱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에게 유치원은 교육의 통로이면서 생업의 장이기도 했다. 즉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면서 그 돈으로 자신의 생활도 해결해온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생업적 측면이 부인되기 시작했고 이번 조치는 그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다. 이로 인해 사립유치원 원장들 중 폐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페원 조차 못하게 한다면 수동적 운영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교육의 질은 낮아질 것이다.

 

유아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폐원이나 모집 중지 조치를 규제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로 인해 당장 대규모의 폐원에 따른 혼란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들의 운영 의지가 떨어져서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을 40%로 확대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대통령 공약 사항이어서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현실성은 부족해 보인다. 10.2만명의 원아들에게 국공립유치원을 공급하자면 매년 2.6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현불가능한 약속으로 국민에게 환상을 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6. 정책 제안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사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사립유치원의 활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유아교육을 발전시켜온 주체는 사립유치원들이다.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사립유치원들의 노력이 한국 유아교육의 수준을 높여 왔다. 몬테소리나 발도르프, 프로젝트 수업 등의 사립유치원들이 표방해온 교육방식들은 그들의 이뤄온 성취의 작은 일부라고 생각한다. 국공립유치원들도 사립유치원들의 그러한 노력에서 상당한 자극을 받아왔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사립유치원들의 활력이 살아있어야 사회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교육방법이 끊임없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 사립유치원이 살아 있어야 교육비용의 절감도 이뤄질 수 있다.

 

둘째는 회계와 수익문제다. 사립유치원의 회계는 투명하게 하되 설립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수십억원의 재산을 투자한 설립자들에게 수익을 한 푼도 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최소한 국가가 공공요금에 포함하는 적정투자보수(4~5%) 정도의 수익은 취할 수 있게 해줘야 사립유치원이 존속할 수 있다. 회계는 투명하게 하면서도 수익은 인정해줘야 한다.

 

셋째, 개별 유치원의 자율성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누리과정이 의무화되면서 사립유치원들은 교육의 자유를 제약당하고 있다. 다양하고 개성 강하던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투명하지만 최대한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누리과정은 느슨한 가이드라인 정도로 두고 현장에서의 교육은 각 유치원들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큰 원칙이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별 유치원의 교과과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국공립유치원도 사립유치원과의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보다 적극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교육 내용에 반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우처 제도다. 국공립유치원에 지급되던 예산 중 최소한 30만원 정도는 떼어서 학부모의 바우처를 증액시킨다. 그리고 국공립유치원도 부족한 재원은 바우처를 받아서 충당하게 하면 사립유치원과 상당한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의 교사들은 힘들어 지겠지만 유아교육의 질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유아교육의 발전은 교사들도 수요자들의 요구에 반응할 때 더욱 잘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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