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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위험한 “정부 만능주의”
 
2018-10-04 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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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

 

정부 만능주의라는 망령이 떠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 삶 전 생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기조 하에 기초연금도 올려주고, 아동수당도 신설하고, 사병 월급도 올리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족분도 국고로 지원하고 있으며, 심지어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휴가비까지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일자리도, 교육도, 의료도, 심지어 건설사와 보험사의 원가공개처럼 시장에 맡겨야 할 것도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정부 만능주의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만능주의는 달콤하다. 한때 선진국 반열에 올랐던 아르헨티나 페론 정부가 그랬고, 차베스와 마두로의 베네수엘라가 그랬다. 잘 알려져 있듯 포퓰리즘에 기초한 이들 나라의 정부만능주의는 한때 열정적이고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우리나라 좌파 지식인들로부터는 이상적인 정부라는 칭송을 받았었다.


당장은 달콤해 보이지만, 정부만능주의는 파멸적이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뚜렷이 보여주듯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련이 그랬고 소련모델을 적용했던 대부분의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랬다. 아르헨티나 역시 마찬가지고, 최근의 사례로는, 1만 퍼센트가 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고 먹을 것이 없이 국민들의 몸무게가 평균 11kg이나 줄어든 베네수엘라가 있다

 

1992년 소련연방의 해체를 필두로 동구권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세계적으로 정부만능주의는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다. 이 흐름에 잠시 반기를 들었던 그리스, 이태리는 물론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보여준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대부분의 나라는 정부만능주의를 시대착오적 사조로 보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소멸되어 가던 정부만능주의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반도에서 부활하고 있다. 당장은 달콤해서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정부만능주의만 파멸이라는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정의 문제다. 정부가 이것저것 다 도와주려면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데, 나랏돈이 화수분처럼 계속 쏟아져 들어올 수는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자들에 대한 증세로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부자증세만으로 지속적인 재정확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윤동기를 가진 기업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만능주의는 필연적으로 많은 수의 공무원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재정 문제를 야기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174천명을 포함 공공부문에서 무려 81만명을 뽑겠다는 대선 공약을 집행해 나가고 있는데, 81만명의 신규채용자가 30년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2000조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 우리 예산이, 우리 세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공무원 수의 증가는 재정부담보다 더 큰 해악을 안고 있다. 지금도 강력한 정부규제가 더욱 강화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무원은 자기 영역, 자기 권한을 확대하여 존재이유를 입증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 속성은 정부규제의 강화로 나타나고 그것은 다시 개인과 기업의 창의와 생존능력을 앗아간다. 기업이 망가지면 가계가 망가지고, 그 다음엔 국가 또한 그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만능주의가 지속가능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우리만의 특이한 문제도 있다. 단순한 정부 만능주의를 넘어 청와대 만능주의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부장관이 발표했어야 할 대북관계 주요사안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발표했고, 역시 통일부장관이 맡았어야 할 평양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이 겸임했다. 법무부장관이 발표했어야 할 개헌안, 행자부장관이 발표했었어야 할 권력기관들에 대한 정부조직개편안은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에 의해 발표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은 알아도 내각의 장관 이름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내각의 실종이다. 장관은 인사청문회도 거쳤고 수많은 직업공무원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 반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치인으로 국가의 지속가능성 보다는 정권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정부만능주의는 국가이성에 대한 지나친 신뢰에 기반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교역규모 11위로 5천만명이 사는 나라의 거의 모든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건 넌센스다. 어느 누구도 어떤 정부도 이처럼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만 하는 몇 가지 일--예를 들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일, 개인이나 기업이 할 수 없는 장기적 프로젝트 등--에 초점을 맞추고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겸손해져야 한다. 어느 누구나, 어느 정부나 그 정도의 역량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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