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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지소미아, 이제는 방위비분담] 통권115호
 
2019-11-29 11:28:13
첨부 : 191129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15호  


박휘락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우여곡절 끝에 갱신하였다. 앞으로 어느 시점에서 정부가 일본과는 정보교류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최소한 1년은 연장되었다. 따라서 한국-미국-일본 간의 안보협력도 어느 정도는 유지될 수 있다. 지소미아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한ㆍ미ㆍ일 3국 간의 협력체제를 버리고, 북한-중국-러시아 진영으로 한국이 전환하는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보수층과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해 연장을 압박한 것이다.

지소미아 이후에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있다. 그것은 방위비분담이다. 이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한 상태이고, 현 정부는 반미성향 지지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는 4강외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적고, 군사적 식견이 깊은 사람도 없어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방위비분담 경과 

방위비분담은 기본적으로 미군이 주둔함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동맹국이 일부 부담해준다는 개념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은 공동방위(common defense) 개념에 입각하여 세계평화를 위한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이나 ‘부담분담(burden sharing)’을 강조하여 왔다. 그 핵심으로 제기된 것이 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분담(cost sharing)’이다. 이것을 우리는 ‘방위비분담’으로 언급하면서 논의하고 있다. 그 개념을 소개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방위비분담의 체계


한국은 1991년 1억 5,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방위비분담을 증대시켜왔다. 최초에는 미군 주둔비용의 1/3을 담당한다는 개념이었고, 최근에는 50% 정도를 분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체적으로 물가상승률 정도만 제공하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반미 성향의 현 정부 인사들이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갈등이 크게 악화된 상태이다.


2018년 방위비분담 협상에서도 현 정부는 막판까지 버티다가 지난해보다 8.2% 증대된 1조 389억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대신에 5년 단위로 협상하던 것을  1년 단위로 협상하는 데 동의함으써 매년 이러한 홍역을 겪게 만들었다. 이런 협상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국이 방위비분담에 인색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 지불액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세 차례의 실무협상을 거쳤으나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1월의 실무협의에서는 미국 대표가 중간에 나가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는다(rip-off)’라고 표현할 정도로 현 정부의 집권 이후 한국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방위비분담을 무조건 거부하면서 “미국이 이자놀이 한다, 쌓아놓고 쓰지도 않는다, 예산을 대체한다.”는 등의 의혹을 노골적으로 주장하였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조야의  한국관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2018년 방위비분담 협상을 할 때 1,600억원 정도를 더 지불하여 미국이 최종적으로 요구한 10억 달러(1조 2,000억 원)로 5년 동안 합의를 했다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데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당시 현 정부는 1조원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한 방침을 정하였고, 그로 인하여 실무자들은 협상의 여지를 갖기가 어려웠다. 결국 당시 금액을 낮춘 대신에 매년 협상하기로 함으로써 현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바람직한 접근방향
북한이 수소폭탄을 포함한 수십개의 핵무기를 개발하여 한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분담을 하더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안은 미국의 대규모 핵전력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게 한미동맹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50억 달러가 터무니없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잘 구슬려서 이 파고를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하여 주둔하기 때문에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위비분담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닉슨 대통령, 카터 대통령, 부시(아버지) 대통령 때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하나로 쿠르드 족을 포기했다. 주한미군의 장비 가치만 20~30조원이고, 증원전력의 가치는 120조원을 상회한다는 연구도 있다. 매년 2-3조원 정도를 투입하여 이 전력을 활용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여 경제발전에 집중한다면 이익일 수 있다.

국제정치 이론에 의하면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비대칭 동맹(asymmetrical alliance)이 유지되는 근본 원리는 “자율성-안보 교환”이라고 한다. 강대국이 안보를 지원하는 대신에 약소국이 강대국이 바라는 자율성을 양보할 때 비대칭 동맹이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강대국은 워낙 커서 약소국의 군사적 지원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핵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하여 미국의 확장억제가 필수적이라면 한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율성 양보 즉 방위비분담을 어느 정도 제공할 수밖에 없다.

협상의 개선방향
첫째, 이번 방위비분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거나 심지어 방문해서라도 그가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파악하고, 한국의 기여도를 이해시키며,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내어야 한다. 재선을 위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까지 파악하여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매년 분담해야할 총액을 협의하는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그로 인하여 한국은 비용을 적게 내려하고, 미국은 많이 받으려하며, 결국 매년 협상은 한미 양국에게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발생시키는 비용 중에서 한국이 전담해야할 항목, 미국이 전담해야할 항목, 한미가 분담해야할 항목을 구분하고, 한국이 전담하거나 분담하는 금액이 합해져서 전체 방위비분담금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방위비분담을 제공하는 명분도 확실해지고, 사용결과의 투명성도 강화될 것이다. 

셋째, 다소의 금액을 증액시킬 수 있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찾아서 미국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 현재 75%를 분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용이 크게 많이 들지 않으면서 한국의 성의를 나타낼 수 있는 분담항목으로서, 주한미군의 주거 여건 개선 일부 지원, 출장비 지원, 국내 견학 지원 등을 신설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넷째, 북핵 억제를 위하여 필요한 분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반도 위기 예방 및 해소 비용’을 신설하고, 그 항목으로 미국의 핵무기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계획이 아니라 한국이 별도로 요구하여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할 경우 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할 수 있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나 그 부근에 배치함으로써 ‘핵공유(nuclear sharing)’을 추진할 경우 그 전개나 운영에 관한 비용도 한국이 분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의 전력을 우리의 필요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고, 한국의 북핵억제 태세도 고양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방안은 실제 전략자산을 전개할 필요성이 없으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국의 성의를 충분히 전달하여 무마시킬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섯째, 방위비분담 협상에 있어서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실무협상팀에서 합의하여 건의한 사항을 수용하자고 하는 것이다. 실무협상팀의 경우 논리적으로 토의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안이 마련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도 줄어들 것이며, 결국 어느 정도 원만한 선에서 합의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전문가보다는 한미동맹 전문가, 한미군사협력 전문가들을 협상대표로 기용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국방부의 참여도를 증대시킴으로써 한미 양국군 간에 형성된 유대관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

방위비분담을 하지말자거나 주한미군 철수도 불사하자는 말은 쉽다. 그러다가 국가안보가 잘못되면 큰일이고, 이것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답이 없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어려운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것이 지혜이고, 지도자라면 이러한 지혜를 갖추거나 아니면 지혜를 갖춘 사람을 잘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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