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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정의(正義): ‘성장주도소득’을 도구로 써야] 통권97호
 
2019-05-10 10:44:49
첨부 : 190510_brief.pdf  
Hansun Brief 통권97호  


김병섭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간판인 ‘J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주도성장으로서 저소득 가계의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정책이라기보다는 몇 하위정책의 집합으로서 정책기조 내지 정책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대표적인 하위정책으로 들 수 있으며, 거기다 다른 정책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등 재정투입까지 넓은 의미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 중 최저임금정책의 실체와 영향, 정책 대안을 소득주도성장의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실화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20176,470원이던 최저시급은 현 정부 들어 201816.3% 상승한 7,530, 201910.9% 오른 8,350원에 이르렀다. 2년간 29.1%가 급등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는 시행 초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지만,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나빠졌고 청년실업률 등 고용지표와 분배지표까지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줄곧 최저임금 인상과의 관계를 부인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금년 들어서 고용 및 분배가 더욱 악화되고 최저임금 인상과의 인과관계가 선명히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크게 변하고 있다.

 

경기 악화와 고용 한파의 타격이 소득 하위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편의상 분배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작년 4분기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배율이 1년 전 4.61에서 5.47로 급등해 통계 작성 후 최악이었다. 최하위 20%의 소득이 1년 전보다 17.7% 줄고(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큰 근로소득은 37% 감소), 최상위 20%10.4% 증가한 결과다. 하위 20% 중 일자리 없는 무직가구가 1년 사이에 12%나 증가한 56%에 달했다는 것도 시장이 수용 불가능할 정도로 오른 최저임금이 한계선상의 미숙련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을 무더기로 일터 밖으로 밀어낸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당시 세계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초래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선의와는 반대로 정부 정책이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해 온 소위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부보다 공정한 분배를 강조해온 이 정부 들어와 벌어지고 있는 '분배 사고'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8090%에 달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전후방산업들의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모두 23%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잠재성장률마저도 IMF에 의하면 2020년대에 연평균 2.2%로 떨어지고 2030년대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라는 국가경제의 핵심가격을 2년 간 30% 가까이 인상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해 놓고 연착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우리 경제의 유독 높은 자영업자 비중(2017년 전체 취업인구 중 25.4%)과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90% 이상이 300인 이하 중소기업 근무)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내비쳤다. 홍남기 부총리도 취임 직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적어도 고용정책 실패의 배경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그 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집행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부총리의 다짐을 보면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집착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해 말 최저시급 산정 시 주휴시간을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또 다시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 결과 금년 최저임금은 명목상으로는 시간당 8,350원이지만 주휴수당(15시간 이상 일하면 지급의무 발생)을 포함하게 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시간당 1만원을 넘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다수의 후보가 공약한 ‘1만원은 언젠가는 도달할 최저임금 정책의 중간 경유지 내지 중간목표라고 할 수 있다. 최종목표를 저임금 근로계층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과 양극화 개선정도로 이해하다면, 현 정부에서 서두른 결과 중간 경유지에는 당초 계획보다 빨리 도달하였지만, 최종목표는 오히려 저만치 더 달아나버린 것 같다. 최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줄고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에서 어느 고위공직자가 세제개편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증세는 거위털을 살짝 뽑듯이 국민이 고통을 모르게 해야 한다는 식의 비유를 하였다가 혼쭐이 났다. 그는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더구나 비유 속 행위의 객체를 잘못 골랐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맞았지만, 경제정책은 세밀하고 점진적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멧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비유로서는 유익하였다. 여러 경제가격 중에서 임금이 유독 하방경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정책은 더욱 신중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가의 비유가 더 적절하다. 공자는 제자인 자하(子夏)가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조급하여 일을 서두르지 말라고 이르면서 서두르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욕속즉부달, 欲速則不達)”고 하였다 (논어 子路). 또 맹자는 제자인 公孫丑가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해 묻자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송()나라의 어리석은 농부의 고사를 들려주었다. 자기 밭 곡식의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싹을 모두 뽑아 올렸다는 것이다. 맹자는 천하에 곡식의 싹이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하면서, 그렇더라도 그 싹을 뽑아 올리는(알묘조장, ?苗助長) 사람이라면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맹자 公孫丑 상편).

 

국내에서 급격하게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알묘조장이며, 이 때문에 저임금 일자리 실업대란'이 벌어지고 분배가 악화되었다면 소득주도성장은 욕속부달일수 밖에 없다. 이야말로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며 시대착오가 아닌가. 이 우화는 우리에게 과연 정부가 최저임금이라는 핵심가격 결정에 개입할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근본적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227일 정부에서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지만, 아쉽게도 최근의 혼란을 단순히 결정체계의 문제로 보아 이를 이원화하고 결정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 이는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해법일 뿐이다. 참여 전문가가 많아지고 결정단계가 늘어날수록 결정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리라는 것은 관료적 편의주의일 뿐, 오히려 결정체계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참여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에 가까이 가고자할 때 최저임금 정책의 궁극적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경직성의 주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나아가서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부진에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한 몫을 한다. 경직성 강화는 설사 의도된 것은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현 정부 노동정책을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전 정부가 나름대로의 절차를 거쳐 이루어놓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백지화했고, '공정인사' '취업규칙 변경' 등 소위 양대 지침도 폐기함으로서 친노동 정책의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냈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더해졌다.

 

높은 최저임금은 시장임금 결정구조를 왜곡시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한다. 특히 연공서열형 호봉제 임금체계 하에서 높은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불가피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호봉제 임금체계 하의 최저임금은 비탄력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OECD36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해고비용 등과 함께 노동시장 경직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라 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빠른 속도로 인상된 최저임금은 진작부터 국제기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2016년 기준 한국 최저임금(6,030)은 이미 국민 중위임금의 5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영국, 독일, 캐나다,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811월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2019년 연간 최저임금은 1인당 GDP 대비 47%로 일본(42%), 대만(34%)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하였다. 20193월 초 방한한 IMF 미션단은 최저임금 및 경직적인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는 34일 발표한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811월 전망 때보다 0.2%p 낮춘 2.1%로 조정하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고용 위축을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4월 들어서는 노무라증권이 1.8%로 낮추는 등 이제 해외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은 1%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체 중 임금이 최고 수준이라는 현대·기아차의 곤혹스런 입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어 경직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시행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법정 유급휴일인 일요일도 근로시간 포함) 때문에 평균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현대·기아차 직원 중 무려 7,000명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게 되었다. 회사가 이로 인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최저임금 미달자의 임금을 올려주려 해도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전 직원에 대한 임금인상을 불가피하게 하여 경영에 타격이 크다. 사측이 다른 해법으로 격월 상여금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는 지극히 회계기술적인 조정방안을 제시하였지만 노조가 반대하였고, 노조가 반대하는 한 단체협약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는 노동조합법 규정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 노조가 사측이 상여금을 매달 지급할 경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노조가 보여 온 행태에 비추어 충분히 예상되는 반응이다. 아쉽게도 이 장면에서 자동차산업의 대변혁기를 맞아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과 자동화 추세가 자신의 일터마저 노리고 있다는 위기감, 친환경 및 CASE(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공유, Electric·전기)의 거센 조류에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걱정은 찾아볼 수 없다. 도요타나 폭스바겐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도 임금은 더 많이 받는, 그러면서 일체의 미래를 향한 변화를 거부하는, 굳을 대로 굳어버린 우리나라 간판 제조업체 노조의 시대착오적 자화상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 주요 생산국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생산량 감소를 기록하며 세계 7위로 추락하였다. 아직도 한국을 세계 굴지의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부를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뉴욕대의 폴 로머 교수는 혁신성장에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최대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산업, 새로운 형태의 업종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신산업 창업은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기 마련인데, 높은 최저임금은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높여 창업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

 

 

대후소박(大厚小薄)의 임금구조 뒤에 숨은 왜곡된 정의(正義)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문제는 단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점 못지않게 복잡한 임금체계에도 기인한다. 우선 최저임금 정책을 둘러싼 혼란의 상당 책임은 여러 수당 중 어디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 그리고 최저시급을 어떻게 계산하는가등 간단히 말해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률만 논의해왔다는 사실에도 있다. 마치 비핵화협상의 난맥상 이면에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 부재가 도사리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는 고임금 노동자가 자신이 고임금 노동자라는 것을 은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또한 노사 간에 온갖 소송과 갈등을 유발하고, 때로 그 해결이 지연될수록 목소리 크고 막무가내 식으로 나갈 수 있어 결국 강한 협상력을 가지게 되는 측이 불확실성과 모호함의 이익을 더 많이 챙겨가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한-일 비교는 우리 노동시장의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2017년 직원 1~4인 규모 한국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은 1745000원으로 일본 중소기업(직원 1~4) 평균임금 227만원의 76.9%에 불과했다. 5~9인 중소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96.9%였다.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한국이 5347000원으로, 일본(3455000)보다 54.2%나 높았다. 그 결과 한국 대기업과 1~4인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3602000원으로 일본(1185000)3배 이상이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9.4.22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 분석보고서). 이처럼 한·일의 경제 실상과는 동떨어진 양국 대기업 간 임금 역전과 한국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착취적 격차, 즉 대후소박(大厚小薄)의 임금구조는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대기업 중심 노동운동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이런 구조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대폭 인상은 임금 양극화를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역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연공서열형 호봉제, 그리고 본봉 외 다수의 수당으로 이루어진, 생산성과는 동떨어진 채 복잡하기만 한 임금체계야말로 제조업 위주 대량생산경제의 낡은 유산으로서, 극심한 글로벌 경쟁환경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이 양극화 해소의 바람직한 해법인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최저임금제 자체에 반대한다. 고용주가 얼마나 적은 임금을 지급하든 노동자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나서서 반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로는 그러한 법 제정은 개인들의 자발적인 계약의 자유를 간섭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 나쁜 아이디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인낸셜 타임즈(FT)의 수석경제평론가인 마틴 울프(Martin Wolf)인도는 10억이 넘는 인구대국이다. 그런데 인도인들이 착취당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인도 내 대기업 종사자 500만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도인은 모두 일을 할 수 없다.”고 갈파하였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서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면 그게 정의냐는 노동권의 근본철학에 대한 질문이다. 비록 낮은 임금의 일자리라도 늘어나서 경제가 성장하면 중장기적으로 임금 수준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근로조건도 개선된다는 실용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다. 신자유주의를 모든 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으로 지탄하고 있는 오늘날의 지적 분위기에서 이런 주장들이 실현되기는커녕 받아들여질 리도 만무하지만, 경제적 가격으로서의 최저임금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주장임에 틀림없다.

 

최저임금의 효과는 노동시장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양면성은 불가피하다. 임대료 규제 등 대부분의 가격통제가 그러하듯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마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균형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노동의 초과공급으로 노동시장이 교란되고 실업이 발생하여 직장이 있는 근로자들의 소득은 상승하지만 실업가구의 소득은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원론적인 현상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만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도 함께 인상되면서 기업의 고용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생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물가 도미노현상이 임금인상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다. 최근의 경제지표 악화는 위 예고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제는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에 대한 강제적 개입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시장교란이고, 따라서 가급적 균형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에 적용되는 경제변수이면서 정부당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해지는 만큼 정치적 가격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속성 때문에 좌우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 정부 출범 후 지난 두 차례의 인상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쳐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한 이익단체에 묵시적으로 동조했거나, 적어도 다소 부작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장점이 더 많고 우리 경제에 큰 교란요인은 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게 분명하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최저임금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수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정책의 영향 계층 타겟팅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목표 계층이 바람직하게 선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일찍부터 지적하였다. 경제학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빈곤한 가정의 가장들이 아니란 점을 지적하면서 사실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3분의 1 이하만이 빈곤선 아래에 속한 가정의 구성원이라고 추정하였다. 물론 이 수치는 미국의 특정 시점에 해당하는 통계이지만 우리도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현실도 고려해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까지 높은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그 결과로 불법 입국·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을 최저임금정책 차원에서 어떻게 다루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민노총) 대변인은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안에 대해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방법이 아니라 방향과 의지"라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 양극화 완화 의지와 방안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결정방법이 아니라 방향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민노총의 지적에 일견 공감하면서도 민노총이 최저임금의 정책목표를 임금 양극화 완화라는 단순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복잡한 오늘날의 거대 경제시스템 속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과연 저임금 근로계층의 실질 소득 향상은 물론 임금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 적절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는가. 시장 균형 수준을 크게 벗어난 최저임금은 그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노동시장에 남은 근로자들만 임금상승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한다. 일자리의 입구는 더욱 좁아진다. 이 경우 최저임금의 급격한 대폭 인상은 결과적으로 현재 노동시장 외부의 저임금 비숙련 취업희망자들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다름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2년 성적표는 최저임금 인상이 설사 현직 근로계층 내의 임금 양극화 완화라는 작은 정의실현에 어느 정도 성공하더라도, 총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 전체의 분배 개선이라는 더 큰 정의실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수단은 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통계는 국가경제 전체의 양극화는 오히려 악화하는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주장은 취업 근로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동단체의 한계를 드러낸다.

 

마침내 소상공인들과 직장인들, 일단의 법조인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최저임금법 및 동법 시행령, 그리고 근로기준법이 헌법상 재산권, 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기로 하였다.

 

 

노동행정의 사법화’: 노사 간 신뢰 실종의 표상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제도 하에서 최저임금은 통상임금 이슈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이에 관한 소송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13년에서 20178월까지 100인 이상 기업 중 195개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고, 심지어 한 기업에서 18건의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처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패소판결을 받고서도 이에 승복하지 않고, 3의 사건에서 승소한 계열기업 기아자동차의 경우를 들어 미지급금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여금을 매월 지급할 것인가 두 달씩 묶어 지급할 것인가 하는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문제마저 임금협상의 무기가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산업현장의 노사 신뢰가 얼마나 밑바닥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기주의의 극치를 치닫는 노조를 나무라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쟁점인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개념에 관한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급속하게 인상한 정부의 무딘 정책감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경제주체가 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법원만 쳐다보고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 노동행정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모습 같다. ‘노동행정의 사법화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지급능력을 기준으로 노사 간의 타협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임금 문제의 본질에 비추어 사법부에 이런 갈등의 최종 해결을 계속 떠넘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새삼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의 총체적 발육 부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한 정부와 법원의 태도도 미덥지 못하다.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범위, 신의칙 적용의 기준, 최저임금 시급 계산 시 주휴시간포함 문제,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 등 임금과 관련된 다수 사건에서 법원의 판결은 상·하급 법원, 재판부, 심지어 특정 행정부의 집권 시기에 따라 모순되거나 일관성을 잃으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더러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이처럼 법원이 초래하고 있는 법적 불안정성은 기업이 감내할 범위를 넘고 있다. 수십 년 된 법령과 크게 변한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법원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거야말로 입법과 행정이 진작부터 제 역할을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갈등 아닌가. ··정 각 주체, 그리고 법원까지 심각하게 반성하여야 할 문제다. 제대로 된 법령이 마련되기까지는 주요 노동 쟁점에 대하여 법원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도 법원의 판결과 기존 법령·행정지침 간의 모순을 해소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차등화의 위태로운 가능성

 

정부가 앞으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주의 지급능력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업종별·지역별·기업규모별로 크게 다르다는 사실은 지급능력의 차이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강제적·획일적 적용의 부정적 측면을 완화하려면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차등화이다. 차등화를 바라는 경제계의 요구를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모든 영역에 걸쳐 차등 적용이 가능하고 또 바람직한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종별·기업규모별 차등화는 행정적인 어려움 못지않게 산업정책적 고려가 필요하여 난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차등화의 경우 낮은 최저임금이 고시된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 때문에 차등 적용이 어렵다는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만 하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 때 치르는 홍역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으로서는 차등화를 추진하는 것이 엄청난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이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럴수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별 차등화의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중앙에서 정하려하는데서 오는 것 같다. 미국처럼 최종결정권을 지방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비교적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지역을 기준으로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각 지자체가 이보다 높게 (혹은 낮게) 해당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수준의 지역형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86월에 방한한 노벨상 수상 이코노미스트인 폴 크루그만은 “‘최저임금 인상은 미국 내에서도 지역마다 그 성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시애틀은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앨라배마주였다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 차이는 생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낙인효과를 감수하면서 낮은 최저임금을 유지하여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든지, 단시간 내 주민소득 향상을 희망하는 지역여론을 반영하여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든지 해당 지역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다. 한 지역의 낮은 최저임금이 중앙에서 타율적으로 주어진다면 낙인이지만, 지방 스스로의 결정이라면 투자 유치의 경쟁력이고 기업활동 지원 의지다. 즉 지방의 계산과 책임으로 시행되는 지역형 최저임금제인 것이며, 이야 말로 지방자치제의 본령이 아니겠는가. 최저임금 차등화는 획일적 최저임금제도의 잘못된 영향 계층 타겟팅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유익할 것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지역상생형 일자리 논의, 그리고 SK 하이닉스반도체 공장과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경쟁은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관하여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그 정책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우리 경제에 던진 핵심적인 질문은 지방이 임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언제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볼 수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35년 시한의 노사 합의가 아니라 안정적인 법령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지역상생형 일자리 실험은 그나마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

 

 

물이 차면서 배가 뜨듯이

 

위에서 본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의 실질소득 향상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주의 지급능력 등 현실적 여건과 일자리 축소 등 역기능은 고려치 않고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의 간판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한계가 분명하고 부작용도 많다면 최저임금을 크게 높여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좋은 방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숫자에 급급한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최저임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민총소득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긴 호흡의 정책을 본령으로 삼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분명한 사실이 있다. 성장의 동력은 생산성이라는 것, 그리고, 임금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의 함수이며 시장이 결정한다는 것.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주의 경제학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아더 래퍼 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도 임금 상승은 성장의 결과이다. 생산성과 이윤이 증가하고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질 때 (, 노동수요가 증가할 때) 임금은 당연히 올라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전부라고 갈파하였는데, 결국 임금이 생산성 수준에서 벗어날 경우 시장의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일 것이다. 이제는 균형임금 수준에서 벗어난, 임금을 주는 고용주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자전서(朱子全書수도선부(水到船浮)’란 구절이 나온다. 많은 한문 사자성어가 그러하듯 수도선부도 다의적이어서 어느 정도는 유연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물이 불어나면 큰 배가 저절로 떠오른다.” , ‘욕심을 부려 억지로 하지 않고 공력을 쌓아 기다리면 큰일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물 들어올 때 배를 띄워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빈곤층의 삶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굳이 최저임금의 대폭·급속 인상이라는 무리수보다는 전반적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할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 문 대통령이 제의한 것처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본격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노동개혁이 정책아젠다에 올라야

 

현 정부 들어 국정 전반에서 개혁이란 단어가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특히 노동개혁은 거의 멈춰 선 느낌이다. 그나마 추진 중인 몇 과제들도 노조의 강고한 기득권 지키기에 꼼짝 못하고 있다. 노동행정과 관련된 여러 기구·단체의 운전석에는 생래적으로 개혁일 수밖에 없는 이익단체인 노동계의 과잉대표성이 뚜렷하다. 중립적이어야 할 관련 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봐도 친노동 성향 일변도다.

 

정부는 우선 노동개혁을 국정아젠다에 올려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소위 유연안정성(flexicurity)은 고용정책의 두 축이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노··정의 핵심적인 이해관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정부의 정책 리스트에도, 노사 현장에서도 안정성 확대 목소리만 들릴 뿐, 유연성 증대를 위한 정책은 좀체 찾아볼 수 없다. ‘개혁이 빠진 정부의 고용정책에 일대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노동개혁 없이 유연성 증대는 기대할 수 없고, 유연하지 않은 노동시장 환경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은 더욱 어렵다.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 재활성화를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의 대변혁기에 글로벌 차원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창조적 파괴의 흐름과 제조업-서비스업의 융합이 만들어내고 있는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국내외 석학들과 국제기구들이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높은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한국경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핵심요인임을 인식하고, 노동정책의 큰 틀을 새로 짠다는 각오로 이의 근본적인 대수술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우선 각 사회적 대화기구를 중립적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운영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개혁 쟁점들을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에서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 등 경제·사회주체들은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 상호 협조해야 한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그들이 공저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완충적인 가드레일로 기능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규범으로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 두 가지를 들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노조처럼 정부기관을 왜소하게 만들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잘 조직화된 제도(institution)’가 어디 있는가. 문대통령의 51일 노동절 메시지의 표현대로 노동계는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전체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주체이다. 따라서 노조는 주요 노동 이슈에서 관용과 자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무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인사들까지 오늘날 노조의 과격성과 이기적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계와 국민 간 인식의 괴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소득주도성장구하기: ‘성장주도소득을 도구로 써야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소득주도성장은 몇 개의 하위정책으로 이루어진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내지 방향이기 때문에 그 전체를 두고 실패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고, 정책 입안자들도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실증이 쉽지 않고, 자칫하면 이념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브랜드에는 저소득 근로계층에 대한 현 정부의 애틋한 선의가 담겨있어 쉽사리 반대를 허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구실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실패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기는 더욱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각 하위 정책 간의 조화와 균형, 타이밍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소득주도성장의 문제는 대부분 기업, 친노동 성향인 세부정책들이 일제히 성급하게 집행되면서 부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데 있다. 현재까지의 소득주도성장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그 세부 정책들이 최저임금 인상처럼 과속하거나, 52시간 근로제처럼 경직적이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처럼 각 고용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시행되거나, 최저시급 산정 시 주휴시간 포함 사례처럼 상호 유기적인 정책 연계 없이 따로 놀면서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붓는 식으로 집행된다면, 그 종합적인 결과로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미 출발부터 실패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2년에 걸쳐 29%에 이른 최저임금 상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대표적이고 가장 급진적이다. 최저임금을 그렇게 올려 경제 전반에 큰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성장률은 저하하고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한 판에 소득 분배까지 악화하였다면 최저임금, 나아가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으로도 정의(正義)’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급속한 인상의 부작용을 교정하려는 일자리안정자금등 재정투입의 무모함은 고속도로에서 경찰로부터 속도위반 딱지를 받고, 현찰 뇌물로 이를 해결하려는 이중의 탈법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를 피하려면 도전과 축적을 장려하여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경제의 정책수단들과도 함께 가야한다. 복잡하기만 할뿐 근면 인센티브가 되지 못하는 임금체계의 개선과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 확대 등 최저임금제의 대안도 진지하게 모색하여야 한다. 또한 노동현장에서 분쟁요인을 덜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혁안들이 사회적 대화의 테이블에서 함께 타협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다른 정책수단과의 정합성을 보완하는 등 기업 현장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일자리안정자금등의 실제 효과를 중립적·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국가재정 운용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정부는 일단 실용적인 관점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성장의 원천이라는 현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핵심 주장을 일단 유보해두고, ‘성장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즉 성장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분배 개선의 선순환이야 말로 글로벌 검증이 끝난 모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성장주도소득이 오늘의 시장에서 통하는 정의이고 순리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이제라도 소득주도성장을 성공한 브랜드로 만들려면 성장주도소득의 성공방식을 차용하고, 세부정책의 내용을 다시 정교하게 설계하면 될 일이다. 소득주도성장을 구할 수 있는 방책을 거기서 찾아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도그마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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