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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미세먼지의 과학 담론] 통권 88호
 
2019-03-11 17:34:54
첨부 : 190311_brief.pdf  
Hansun Brief 통권88호  

<미세먼지 기획시리즈 1>

이미혜 고려대학교 이과대학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요즘 대부분의 과학 정보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된다. 최근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전에는 모르던 것들이 하나씩 밝혀지며 특히 환경과 건강에 대한 생소한 외래 용어와 숫자들의 새로운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다. 정확한 의미도 알기 어렵고 때로 확인할 수 없는 상충되는 정보를 접할 때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안에 포함된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이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사 PM2.5 PM10 등등. 정부에서는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고 저감조치를 시행하지만 이런 문자를 받으면 감사는커녕 불안감이 증폭되며 정부에는 불만을 중국에는 분노를 쏟아내게 된다.

 

1. 미세먼지란?

 

확실하지는 않지만 먼지’(dirt)라는 용어는 대기중의 ‘particulate matter’ 또는 ‘particle’에 대한 이해가 아직 초보적이었던 시기에 공학용어로 먼저 사용되기 시작하다가 대기환경 용어로 편입된 듯하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fine particulate matter’로 기체인 공기 안에 부유하는 직경이 2.5 마이크로미터(10의 -6승 m) 보다 작은 액체나 고체 입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자연적으로도 생성되지만 주로 연소과정이나 기타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직접 배출되거나 기체 상태로 배출된 후 입자로 변환되는 복잡한 과정(gas-to-particle)을 거쳐 생성된다. 대기 중에 약 1주일 정도 체류하며 지역적 규모로는 인체 건강에, 지구적 규모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눈으로는 이 작은 미세먼지 개별 입자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작은 미세 입자들은 태양빛을 산란시켜 대기중 입자가 많아지게 되면 하늘을 온통 희뿌옇게 만들어 파란 하늘과 태양이 모두 가리게 된다.

 

대기중으로 배출된 오염물질은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거되기 쉬운 형태로 변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존과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이 두 핵심 물질을 연구하는 분야가 대기화학이다. 실은 오존과 미세먼지를 만드는 대기 중 화학반응에 의해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깨끗하게 정화되고 생존에 필요한 물은 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오존과 미세먼지가 생성되는데 관여하는 물질은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그중 대기는 성층권까지를 고려해도 고작 50km 정도로 지구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얇다. 하지만 존재감마저 미미한 이 대기 때문에 지구에 생태계가 조성되었고 인간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먼 과거, 지구가 생성된 초기의 대기에는 산소의 양이 이산화탄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탄생과 더불어 대기중 산소가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며 성층권 20-30km에 오존층이 생성되었고 지구로 유입되는 자외선을 차단해 지표에서 식물이 번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식물의 대량 번식에 의해 산소의 농도가 현재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지구가 겪은 최초의 오염 사건으로 고생대로 불리는 약 4억 년 전의 일이다. 처음 지구 표층에 존재하던 생물들은 대거 멸종하고 산소를 좋아하는 생물들로 교체되었다. 지금은 산소가 감소하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것이 오염이지만 과거에는 산소의 증가로 지구의 생태계가 완전히 변화되었다.

 

성층권 오존은 일부 대류권으로 유입되어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화학반응을 가동해 공기가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오존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세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OH 라디칼을 만든다. 대기로 방출되는 대부분의 기체상 물질들은 이 라디칼과 반응해 산화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달라붙어 무거워지고 끈적거리는 산도가 높은 물질로 산화되고, 대기 중 가장 많이 존재하는 수증기를 끌어 모아 입자의 형태로 변환되어 결국 지표로 떨어진다. 대기 중 가동되는 이 화학 정화장치에 의해 오염물질들은 대기에서 쉽게 제거되도록 변환된다. 만일 일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된 그대로 남아있다면 우리는 가스 중독으로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오존에 의한 화학 정화장치에 의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생체 시스템에서 세포의 노화과정과 유사하다.

 

이 화학장치와 더불어 노화가 잘 안 되는 물질까지도 지표로 떨구어버리는데는 (rain)’ 가 아주 효과적이다. 수증기만 있으면 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물리화학 작용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증기를 끌어 모아 응결하도록 돕는 응결핵이 꼭 필요한데 이 역할을 미세먼지가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없다면 구름과 빗방울이 형성되기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미세먼지 사태가 불거지면서 대책을 고심하던 중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강우 실험이 수행된 것은 바로 이러한 과학적 배경 때문이다. 물론 가능성 타진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림 속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하얀 구름, 알고 보면 고마움의 대상이다.


2. 오염물질이 된 미세먼지


구름이 있어야 비가 오고 구름응결핵이 있어야 구름이 만들어진다. 우주 시간여행과 무병장수를 기대하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도 이런 기초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는 완전하지 못하다. 대기 중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를 만드는 배출원을 찾아 배출량을 줄이면 미세먼지는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배출 감소와 비례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 미세먼지 대부분은 대기중에서 2차적으로 생성되는 특성 때문에 1차 배출을 줄이더라도 대기의 상태(: 온도 습도)와 움직임(: 풍향 풍속)에 따라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양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황해를 건너오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그 전구물질까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생성과 변환기작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 미세먼지가 밀리미터 크기의 빗방울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경은 10의 3승배 체적은 10의 9승배가 증가한다. 인간 경험의 범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성장인데 비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 비를 만드는 정교한 과학이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과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자연 현상 안에도 규칙이 있다. 지구환경은 시간과 공간 규모가 다른 여러 과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오랫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균형과 조화는 자연 법칙의 기반이며 아름다움이다. 또한 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는 분명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모두 지구환경이 예기치 못한 외부의 충격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안정을 찾는데 공조하고 있다. 지구 어디에도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구름도 미세먼지 조차도---.

 

그런데 20세기 들어, 저 높이 존재하는 오존은 줄어들었고 반대로 인간이 밀집된 도시의 오존은 증가하며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오염물질로 또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유발물질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재 전 국민의 울분을 사고 있는 미세먼지 역시 농도가 크게 증가하여 건강을 해치는 유해물질로 지목되었다. 오존과 미세먼지가 피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은 21세기의 비극이다. 이 모두 인간의 안락하고 편리한 삶을 위한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물질들이 만든 것이다. 인간의 간섭으로 원래의 존재 목적에 상반된 결과가 파생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각 나라마다 대기환경 기준을 정해 관리하며 개선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PM2.5 대기환경 기준은 20183월에 연평균 15 mg/m3 (일평균 35 mg/m3)로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강화되었고 지난 215일부터는 미세먼지법이 시행 됐다. 정부는 범부처 통합으로 저감대책을 수립하여 미세먼지 저감에 힘쓰고 있다. 기본 골자는 경유차와 화력발전소 배출 감축이다. 배출이 줄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의 핵심은 고농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 정도가 낮다. 미세먼지의 원료는 인간이 배출하지만 고농도 발생을 조장하는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복잡한 지구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적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연구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된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구분하고 단기간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해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번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약은 없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수소연료 자동차가 일상화 되어 도시 배출이 줄고 청정에너지가 개발되어 전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고 각종 제조 설비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혁신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이 개발되면 미세먼지 걱정 없이 숨 쉬기가 가능해질까? 근본적인 대책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미세먼지는 내 일상의 자취에서 스며 나온다. 내 삶의 습관과 가치를 바꾸는 것보다 더 획기적인 대책은 없다.

 

올봄 3월은 미세먼지와 함께 시작되었다. 31일부터 7일동안 연속적으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었고 5일에는 서울에 경보가 발령되었다. 100년 전 31일 만세 함성과 함께 자주민으로서의 새로운 의식의 전환과 더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듯, 지금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구촌 시민으로서의 의식과 습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인 듯하다. 지금 나의 일상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작은 실행이 매일 모아져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태양과 함께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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