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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윤미향, 당장 사퇴해야 한다
 
2020-09-18 09:27:43

◆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의 횡령 위안부 운동에 먹칠
시민단체 기부금 혁신도 절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쏘아 올린 공은 결국 폭탄이 되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 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했다.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는 국회의원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심지어 이 할머니를 치매로 몰고 토착 왜구라고까지 공격했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 16일 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의원을 업무상 횡령 등 8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충격적 사태를 접한 민주당은 윤 의원의 당직과 당원권을 정지했다. 하지만 윤미향 사태는 몇몇 혐의에만 죄를 물은 채 대충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갖고 위안부 운동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윤 의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 국회 비례대표 제도는 1963년 제6대 국회에 처음 도입되었다. 다양한 직능 분야의 전문가를 뽑아 전문성과 다양성을 대표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윤 의원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연 활동 때문에 민주당 비례대표로 추천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활동 과정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위안부 할머니 성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비례대표로 추천될 명분이나 이유는 사라졌다. 더구나,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윤리적 자질’마저 상실했다.


윤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윤미향이 정의연이 될 수는 없다. 정의연이 추구했던 가치와 운동은 윤미향의 횡령과 같은 뒤틀리고 왜곡된 행태로 결코 훼손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미향의 사퇴는 필연적이다. 시민운동이 더 이상 운동가의 출셋길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윤 의원 사태는 시민단체의 권력화가 낳은 참사다. 정부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성숙한다. 반대로 시민단체가 권력에 기생하고 권력이 시민단체의 부정을 눈감아주면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타락한다.

그런 의미에서 각종 의혹에도 ‘가짜 뉴스’ ‘역사 왜곡’이라며 윤 의원을 감싸왔던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5월 27일 ‘윤미향 논란’에 대해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심지어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까지 했다. 민주당이 진정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면 그동안 맹목적으로 윤 의원을 결사 옹호한 것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과 기부금 제도에 대한 담대한 혁신도 있어야 한다. 정의연은 기부금이나 정부보조금 회계를 부실하게 처리하고 돈을 정해진 목적 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성가족부는 결산 심사 때 정의연을 포함한 정부보조금 집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보조금 부정 수령과 횡령이 드러났다. 정의연은 부정 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세상 어느 비정부기구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은 해당 시민단체가 스스로 공시하지 않는 이상, 후원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디에 쓰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기부금은 아예 감사 대상도 아니다. 공익성이 강한 시민단체에 제공되는 정부보조금 또는 기부금이라도 더 이상 눈먼 돈이 안 되게 회계 투명성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안성 쉼터 등 핵심 의혹이 안 밝혀졌기 때문이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시민단체는 결정적 순간에 결정적인 행동으로 역사의 물길을 바꾼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윤미향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서 한국 시민운동의 위대한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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