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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승자의 저주' 덫에 갇힌 북한
 
2020-06-25 14:20:20

◆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과도한 입찰가격을 써내 입찰에서 승리한 낙찰자가 직면하는 심각한 후유증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제정치 세계에도 '승자의 저주' 사례가 많다. 기원전 13세기 미케네의 아가멤논이 주도한 그리스 원정군은 트로이와의 10년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그에 따른 국력 소진으로 미케네문명 전체가 불과 수십 년 만에 멸망했다. 1930년대 말 독일과 일본은 연이은 군사적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세계와의 전쟁에 나섰다가 처참한 종말을 맞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자 덩샤오핑은 국력이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 정책을 100년간 유지하라는 교시를 후계자들에게 남겼다. 그러나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고무된 그들은 불과 10여년 만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중국은 너무도 이른 시기에 미국과 승산 없는 패권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이들에 못지않게 처절한 '승자의 저주'를 겪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분단 후 30년간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등 모든 면에서 확고한 대남 우위를 점했던 북한은 1974년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이 북한을 추월한 이래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했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부터 약 40년간 한국은 북한보다 현저히 우월한 위치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그 40년간 북한은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역전시켜 대남 우위를 복원하고자 핵무기 개발에 매진했고, 마침내 2017년 말 핵무장의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북한이 1979년 영변에서 비밀핵시설 건설을 시작한 이래 38년 만의 승리였다. 그후의 남북 관계는 북한이 우월한 입장에서 주도해 나가는 모양새였다. 북한이 수십 년간 염원해 온 미ㆍ북 정상회담도 두 차례나 이루어져 모든 것이 북한 의도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곧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고 '승자의 저주'가 시작되었다. 북한이 2017년 핵개발을 완성하는 동안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에서 이에 대응하는 대북한 제재망을 완성했다. 그 제재망은 워낙 견고해 무역이건, 투자건, 경제원조건 북한에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의 대외수출은 무려 90% 이상 감소했고, 체제유지의 보루인 외환보유액도 곧 고갈되리라는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미국을 설득해 제재조치를 해제하려 시도했으나, 이는 단지 북한의 헛된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인프라 현대화에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코자 했으나 이 역시 제재조치의 두꺼운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남아 그들 방식의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려는 허영심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의 어느 정권도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북한은 스스로 선택한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이 대북 삐라(전단)를 구실삼아 격한 어조로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위협이라기보다는 출구도 퇴로도 없는 덫에 갇힌 북한의 비명소리로 들린다. 한국에 대해 종주국 행세를 하는 듯한 북한 당국의 고압적 태도에도 북한이 직면한 급박한 경제위기에 대한 좌절과 초조감이 깊이 배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권력승계 작업까지 가중된다면 북한 지도부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북한이 처한 이런 어려운 상황은 최근 수년간 북한의 행보를 불안한 눈으로 주시해 온 우리에게 그나마 숨 돌릴 여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국내 문제에 몰입하고 있는 현 시점은 우리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비할 천우신조의 좋은 기회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우리의 혼돈스러운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을 정상화하고 핵무장한 북한에 대한 체계적 대응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2017년 이후 북한 손에 맡겨진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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