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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코로나 위기를 21세기 에듀테크 도입 계기로 삼아야
 
2020-04-01 09:36:39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학습혁명

코로나19로 인해 6·25 전쟁 때도 교육을 멈추지 않은 한국에서 초·중등학교 개학이 5주나 연기됐다. 1665년 흑사병이 돌아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문을 닫았을 때 당시 교수로 있던 아이작 뉴턴은 대학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그의 운동법칙과 미적분학을 발견했다. 이처럼 위기는 준비된 사람이나 사회에 기회일 수 있다. 

교사 강의 위주의 대량생산형 수업은 감염병 사태에 취약
온·오프라인 병행, 최적 학습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학습 데이터 활용해 AI로 학생 수준별 맞춤학습 제공하고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도 갖게 해야

코로나19 위기를 모든 아이에게, 더 좋은 학습 방식을 제공하는 기회로 만들자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일까? 그동안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교사 강의를 듣는 수업 방식은 21세기 아이들을 19세기 공장형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비판받아 왔다. 대량생산형 수업 방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 대응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 21세기 에듀테크(교육과 IT를 결합하는 것)를 과감히 수용한다면 코로나19 감염도 차단하면서 학습혁명 기회로 만들 수 있다.
 
21세기 에듀테크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장착한 학습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맞춤학습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진다. 학생이 교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관계없이 함께 접속해 소통하고, 모든 학생에게 각자 필요에 따라 최적의 학습 기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로 국내 대학 온라인 수업 활발  
  
21세기 에듀테크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나라의 교실에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 비중이 1%도 안 되던 우리나라 대학에서 코로나19가 우리 교수들 대부분을 온라인 수업으로 이끌고 있다. 코로나19가 과거 어떤 강력한 총장이나 교육 당국도 못했던 일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이 다시 이전으로 회귀하면서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 대학에서는 이미 온라인 수업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21세기 에듀테크를 받아들이는 계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주대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훨씬 많은 학생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져 그동안 상당한 투자를 통해 구축해 놓은 데이터 기반 교수학습지원체제(ATLAS)의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은 지난해 필수과목인 계량분석에 온라인 맞춤학습체제인 알렉스(ALEKS)를 도입해 성과를 보았고, 코로나19 이후에는 모든 과목을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 에듀테크는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을 상황과 학생 능력에 따라 적절히 혼합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학습의 증가가 21세기 에듀테크 도입에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21세기 에듀테크를 도입해 블렌디드 러닝으로 수업 방식을 바꾼다면 코로나19 이후 빈번해질 수 있는 세계적 유행병(팬데믹)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게 된다. 다양한 학생에게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코로나 경험을 교육 도약 계기 삼아야  
  
예컨대 가파르게 증가하는 평생학습 수요를 맞출 수 있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많은 외국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 경로를 디자인해 줄 수 있다. 교육부도 코로나19에 대응해 일반 대학의 온라인수업이 전체 수업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이 위기가 끝난 뒤 교육부가 규제의 담을 다시 쌓는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대구 지역에서 에듀테크 활용 교육을 연구하는 교사들이 주축이 된 학교가자닷컴은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개설해 호응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3월 27일 늦게나마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크게 간과한 것은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원격수업이 가능하게 하려면 수많은 장애 요인을 극복하여야 하는데, 교육부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다.  
     
교육부가 지난 2월 23일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안내한 콘텐츠에는 민간 에듀테크 기업의 콘텐츠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교사들에게 호응을 받는 민간 콘텐츠와 학습 플랫폼을 마다하고 국산 공공제품만 고집하는 것은 글로벌 규범에도 뒤처지고 우리 사회 추세에도 동떨어진 것이다. 이제라도 영국처럼 교사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교사가 민간이든, 공공이든 관계없이 에듀테크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 학생에게 배포하고 수업에 활용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에듀테크 산업계와 협력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만들거나 보급하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질적 문제에 대해 쏟아질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의 불만을 정부가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질 낮은 원격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등교하지 않는 개학’을 허용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해 모든 아이에게 더 좋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온라인 학습할 수 있게 국가 역량 모아야
4월 6일 개학이 가능하게 하려면 교육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모든 학생이 21세기 에듀테크를 활용한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정보통신 인프라부터 에듀테크 산업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학생과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광범위하게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부터 만들어야 한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났을 때 김황식 국무총리와 조벽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설립돼 범정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했다. 지금이 그때보다 결코 덜 위중하지 않다. 범정부적 노력도 그때 못지않게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매우 긴밀하게 공조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5G 네트워크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나라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평가에서 학교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비율은 최하위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도록 유·무선 연결이 가능한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하고 소외계층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위한 디지털 디바이스와 통신비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는 시·도 교육청과 연계해 영국의 ‘에듀테크 시험학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민간 에듀테크 상품을 학교 현장에 시험 적용하면서 교사로부터 다양한 활용 경험을 듣고 개선 방안을 공유함으로써 에듀테크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 현장의 수용성도 높였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위기를 학교 교육에 21세기 에듀테크를 접목하는 데 필요한 국가 지원을 끌어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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