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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北 갑질 부추길 文정부 ‘금강산 구걸’
 
2019-11-07 15:01:25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3번째 ‘남북평화경제’를 언급했다. 바로 다음 날, 북한 김정은은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며 금강산 관광 시설물 철거를 지시했다. 곧이어 금강산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며, 시설물 철거를 위한 회담을 문서 교환 방식으로 하자면서 한국과의 만남 자체는 거부했다.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거부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5일 현지실사 요청서를 북한에 보냈다. 정부의 이런 대북 ‘구걸’ 대면 접촉이 협상을 그르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이번 금강산 관광 시설물 철거 지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쪽 시설물”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지시는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욕설과 막말, 12차례 탄도미사일 도발의 연장선이다. 또한, 금강산관광사업이 “남에게 의존하려고 했던 선임자의 의존 정책”이라면서 김정일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무오류의 주체사상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선대의 정책을 비판했다는 건 이례적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우리 식의 단계별 관광지구 건설’을 지시했다. 이는 7월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밀월관계가 조성된 결과지만, ‘한국인 관광 환영’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북측에 있다. 북한은 2008년 7월 박왕자 씨 사살 사건 이후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국제사회부터 더욱 강화된 제재 조치를 자초했다. 이런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관광 정상화는 허사가 될 것이다.

시설물 철거 협박에 당황한 정부는 ‘남북평화경제’라는 환상에 젖어 ‘북한 비위를 맞추는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북 제재를 우회해 관광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논의되는 개별 관광, 관광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에스크로(escrow) 방식, 현물 및 의약품 지급 등이 그것이다. 통치자금이 부족한 김정은이 이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공격의 수위를 높일 핑곗거리다. 

정부는 북한의 ‘시설물 철거’라는 공격에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둘 게 아니라, 북한의 잘못을 당당하게 지적하고 바른 길을 찾는 방략이 필요하다. 우선, 금강산 관광 재개 불가능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임을 부각시켜 북한의 갑질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 북한 비위에 맞출수록 북한의 갑질 행태는 심해질 것이다. 다음으로, 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가슴 속 명산이지 중국인에겐 명산이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시기 현대아산의 많은 노력에도 외국인 관광객은 5% 미만이었다는 점이 잘 보여준다. 이는 정부가 우월적 상태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끝으로, 관광 시설물 철거가 해외 자본 유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현재 북한에는 5개의 경제특구와 19개의 경제개발구가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자본이 전혀 유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 철거는 투자 유치 환경을 더 악화시킬 뿐이란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 정상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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