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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상읽기] 신시내티를 아시나요?
 
2019-10-24 14:08:22

◆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신시내티라는 도시가 있다. 야구팬이라면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빨간 양말을 신고 다섯 번이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신시내티 레즈라는 프로야구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팝스 콘서트로 유명한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를 기억해 낼 수도 있겠다. 우리에게는 프로야구와 음악으로 유명한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미국 내 적어도 6개 주에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다.

신시내티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이길래 여러 주에 걸쳐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는 것일까? 신시내티는 킨키나투스라는 로마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고, 이 이름이 널리 알려진 데는 로마 공화정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공이 컸다.

킨키나투스는 자신이 가졌던 절대권력을 내려놓고 공화정을 지킨 사람이다. 기원전 458년 외적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겁에 질린 원로원 의원들이 킨키나투스에게 달려가 로마를 구원해 달라고 애원했다. 집정관보다 훨씬 더 큰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관이라는 자리까지 만들어주면서였다. 킨키나투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외적에 맞서 로마를 지켜냈다. 승전으로 독재관 자리를 죽을 때까지 누릴 수 있는 국민적 칭송과 원로원의 지지를 함께 받았던 그는,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독재관이라는 자리가 자칫 로마 공화정을 질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개인적 야심보다는 공화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킨키나투스를 존경한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이다. 그는 킨키나투스 소사이어티를 만들고 회장을 역임하면서 장군의 정신을 고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연임의 유혹에서 벗어난 것이 킨키나투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가장 큰 성과물이었다. 워싱턴은 2번의 임기가 끝난 뒤 한 번 더 대통령직을 수행해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뒤 고향인 버지니아주로 돌아갔다. 이후 대통령 3선 제한이라는 조항이 헌법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2번의 임기만 재임하는 전통으로 면면히 이어져 오게 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중임 조항은, 헌법이 제정된 1787년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 이르러서야 헌법에 반영되었다. 당시 수정헌법 제22조가 통과된 것은 초대 대통령 이래의 전통을 무시하고 4번이나 연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헌법에 규정이 없음에도 무려 164년 동안 대통령 중임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단임, 자치단체장은 3연임 제한이 있으나 국회의원은 연임 제한이 없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지도부는 국정운영에 기여도가 적었던 다선중진의 불출마를 유도하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헌법상 출마횟수 제한이 없으니 몇 번을 출마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 정치의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을 생각하면 어느 당이건 인적쇄신 없이 선거를 이기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연구에 의하면 역대 선거에서도 인적쇄신을 더 많이 한 정당이 총선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헌법에 규정되지 않아도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은 킨키나투스와 워싱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대한민국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난제인가? 아니면, 누군가 앞장서 권력을 내려놓음으로써 킨키나투스나 워싱턴처럼 길이길이 칭송받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가? 앞으로 6개월,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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