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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曺 일가 앞에서 흔들리는 ‘司法 저울’
 
2019-10-11 15:39:00
◆김종민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법개혁연구회 회장 · 프랑스연구포럼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헌법이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직무수행에 있어 불편부당함과 공정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정의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법치주의가 정착되고 법의 지배가 확립된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함께 처벌의 형평성은 형사사법 정의의 핵심이자 정당성의 존재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조국 법무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웅동학원 공사대금 소송 관련 배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졌으며, 채용 비리 관련 배임수재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데다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다는 게 기각 이유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구속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범행의 중대성 등을 고려한 대인적 강제수사 방법에 불과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한 뒤 혐의가 인정되고 범행이 중하면 법정구속을 통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불구속 수사 원칙에도 불구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와 함께 충분히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이 중대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게 일반적인 법원의 실무 관행이다.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하고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에서 미리 구속함으로써 형 집행의 용이함도 고려한 결과다.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같은 구속 기준에 비춰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자백하고 있는 웅동중학교 교사 채용 비리의 경우 학원 사무국장 지위를 이용해 2명으로부터 각 1억 원씩 2억 원을 받은 사건이다. 사안이 중하고 죄질이 불량한 데다 금품공여자 2명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범행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주범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누가 봐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구속된 채용 비리 브로커 2명의 해외 도피를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배임죄를 제외하더라도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 

기각 사유로 적시한 피의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신문 하루 전 허리 수술을 이유로 입원한 뒤 신문 연기 신청을 했으나 의사 출신 검사가 직접 병원으로 가 건강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구인했다. 해당 병원에서도 수술이 불필요하다며 수술을 거절했다 한다. 이번 기회에 영장항고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비, 로또 사법(司法)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도 구속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사가 고등법원에 항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구속 기준이 정립되게 된다. 피의자에게 구속적부심이 인정되고 있어 대심주의 원칙에도 충실한 제도다.

한비자는 ‘거울이 흔들리면 밝지 못하고, 저울이 흔들리면 바르지 못하니 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라고 했다. 사법 불신(不信)은 공정 사회의 적(敵)이다. 법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정의롭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정권의 최고 실세 장관의 동생이라는 점이 구속영장 기각의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의 위기로 직결된다. 법관의 저울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정의와 형평의 상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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