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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또다시 확인한 北 생떼의 벽
 
2019-10-11 13:02:04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ㆍ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 혹시나 했던 기대 대신 역시나 하는 생떼의 '벽'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만남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북핵 폐기가 다시 미궁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순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속내와 다급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성과다. 북한의 속내는 어떻게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회피하고 제재 완화의 '통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급함은 연말까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 요구에서 드러난다. 대북제재로 경제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주장해온 '새로운 계산법'의 핵심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협상 과정에서 부분적 비핵화로 완전한 제재 해제가 종국적 목표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분명 소득이다. 


지난달 16일 북한 외무성 담화는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을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가능하다"면서 '새로운 계산법'의 단계를 적시하고 있다. 담화의 '제도와 안전에 대한 위협과 장애물 제거'는 주한미군철수를 통한 체제보장을 의미하고, '발전의 위협과 장애물 제거'는 북한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대북 제재 해제를 의미한다. '새로운 계산법'의 지향점은 선(先)체제보장 및 제제완화, 후(後)부분적 비핵화를 명확히 했다. 그래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온 스톡홀름 회담에서 빈손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이는 북핵 문제 악화 과정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라는 금언이다. 북핵 문제는 '도발-대화-협상-보상-도발'의 과정이 30여 년 동안 되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대화와 협상을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얻어내기 위한 쇼'로 활용했고, '얻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표변한 후 다시 핵능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런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서 국제사회가 얻은 교훈은 대화와 협상이 오히려 북핵 문제를 악화시킨 주범이었다는 사실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회담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이 스톡홀름에서 내민 노딜 카드가 새로운 해답의 실마리를 주고 있다. 스톡홀름 회담을 자청한 북한의 저의는 지난 9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방법(a new method)'이 혹시 대북 제재 완화의 '통 큰 양보'의 조짐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보는 탐문의 자리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비핵화 회담은 물론 여타 회담에서도 체제보장을 요구해 왔다.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과 침략이 염려된다'는 궤변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체제보장의 1차적 책임은 북한이지 외부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궤변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외부세계를 위협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위협의 주체를 외부세계로 돌린다는 점에서도 기만을 위한 궤변이다. 또한 이런 북한의 궤변에 편승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체제를 보호ㆍ옹호해주는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일 수 없다. 따라서 북핵 폐기가 체제 보장의 출발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전략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폐기의 가느다란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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